“ 어머니의 무덤 ”
감동글 입체낭송
“ 어머니의 무덤 ”
함박눈이 수북이 쌓인 어느 겨울날, 산깊고 험한 강원도의 외진 골짜기에 두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나이 지긋한 사람은 미국인이였고, 다른 사람은 한국인 청년이였습니다.
두 사람은 발이 푹푹 빠지는 눈 속을 한나절 정도 헤맨 끝에 마침내 골자기 한쪽에 자리잡은 무덤 앞에 섰습니다.
눈이 수북이 쌓인 그 무덤은 오랫동안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봉분도 작고 매우 초라해 보였습니다.
나이 많은 미국인이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여기가 바로 네 어머님이 묻힌 곳이란다. 인사드려야지....”
청년이 무너지듯이 털썩 눈 위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6.25전란으로 국토가 쑥대밭이 되던 1952년의 일이였습니다.
윌슨은 패망 직전에 몰린 한국을 구하기 위해 파견된 연합군 병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당시 최대 접전지 중 하나였던 이 골짜기에서는 적렬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밀고 밀리는 혈투가 며칠 동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인민군의 거센 공세에 밀려 퇴각하던 도중 윌슨은 부대원들과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혼자서 다음 집결지까지 이동하려고 하는데 골짜기 사이에서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어! 이게 무슨 소리지? 분명 아기울음소린데.....”
윌슨은 그 울음소리를 따라 가보았습니다.
울음소리는 눈 구덩이 속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파헤치던 윌슨은 눈앞의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한 어머니의 품안에 안긴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죽은 어머니가 옷가지를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인 채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윌슨은 곳 상황을 판단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업고 피난길에 올랐던 한 여자가 어쩌다가 깊은 골짜기에 갇혀버렸고 옴짝달싹 못할 처지에 눈까지 내리자, 여자를 살리기 위해 자기 옷가지를 모두 벗어 아이한테 입히고는 허리를 굽혀 자기 품안에 아이를 끌어안은 채 얼어 죽은 것이었습니다.
알몸인 여자는 죽었지만, 그녀의 품속에 있던 아이는 무사히 살아 있었습니다.
뜻밖에 마주친 그 모습에 감동한 윌슨은 그냥 돌아설수가 없었습니다.
야전삽으로 언 땅을 파 그녀를 묻어주고 나서,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함께 퇴로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휴전이 되자 그 아이를 입양하여 미국으로 데려다가 키웠습니다. 그후 아이가 자라 청년이 되지 지난 시절을 이야기해주고, 당시 언 땅에 묻었던 청년의 어머니를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무덤 앞에 무릎을 꿇은 청연의 얼굴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이윽고 청년은 몸을 일으키고 무덤에 쌓인 눈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주변의 눈을 다 치우고 나서, 자기가 입고 있던 옷가지를 하나하나 벗어 알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옷으로 무덤을 덮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어머니께 옷을 입혀드리듯이 작은 무덤 전체를 자기 옷으로 덮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위에 쓰러져 길고 긴 오열을 쏟아냈습니다.
“어머니, 그날 얼마나 추우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