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5
-박진환
어머니는 평생 우산을 받쳐들고 계셨다. 살아 계신 동안 어머니의 계절
엔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는 우산을 적시고 어머니는 늘 비에
젖고 계셨으나 우리는 한 방울도 비에 젖지 않았다. 무엇인가 비 아닌 다
른 것이 우리를 적시고 있었다. 우산 속에서도 젖어버린 그것은 눈물이었
다. 비 대신 우리는 눈물에 젖고 눈물은 가슴에 스며 봇물 같은 것으로 출
렁이고 있었다. 요즘 종종 비에 젖는다. 우수보다 큰 아픔 같은 것이 날세
운 못으로 가슴에 와 박힌다. 늘 어머니가 젖던 비일 듯싶다. 누군가가 내
게 다가와 우산을 받쳐준다. 그리고 양지 밭까지 동행하다 돌아서 버린다.
내게는 우산이 없다. 비가 오지 않기 때문이거나 받쳐줄 아이들이 없기 때
문이 아니라 우산으로 펼칠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눈물이 사랑임을 알 나
이인데도 나는 눈물이 없다. 흠뻑 젖어보고 싶은 계절이다. 비는 기다림과
같아서 새삼 어머니가 그리울 뿐이다. 울고 싶다. 한없는 눈물로 울고 싶
을 뿐이다.
출처 : 시의 정신
글쓴이 : 인주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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