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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인 / <현대문학상> 수상 소감 & 이성복 / <김수영문학상> 수상 소감

채운(彩韻) 신다회 2009. 6. 13. 20:41

김사인 / <현대문학상> 수상 소감 & 이성복 / <김수영문학상> 수상 소감

2006년 창비에서  뛰어난 시집을 낸 김사인 시인께서

반세기의 전통과 권위의 현대문학이 제정한 [현대문학상]을 받고 쓴

풍자 가득한 수상소감과  시인이란 막을 수 없는 울음이 흘러나오는, 

벌어진 입이라고한 이성복 시인의 수상소감이 넘 잼나 올려 봄다.

 

 상 받는 소감 써내라고 득달같이 독촉오고,

 아무생각도 나지는 않고, 오만 감회가 지나가고,

허, 이거 참, 큰일인데, 기분은 점점 쑥스럽고 얄궂어지고,

그런 끝에 끄적거려 보기를,

이 상을 어떻게 받나 앞으로 받나 뒤로 받나 덥석 받나 빼며 받나

 서서받나 앉아서 받나 엎어져 받나 자빠져 받나

엉금엉금 기어가서 받나 떼구르르 굴러가서 받나

눈 꾹 감고 받나 눈 딱 부릅뜨고 받나 내려 깔고 받나

옆으로 흘기며 받나 얼씨구나 받나 섧디섧게 받나 쩔쩔 매며 받나

시큰둥하게 받나 더질더질, 해본다.

 

 

    

 

ㅡ 제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소감

 

 김수영 문학의 요체는 진실, 혹은 진실한 것에 대한 무구한 열정이 아닌가 한다.

그 열정이 그의 문학에 거리낌 없고 주저 없는 상상력의 움직임을 용이하게 해주었고,

그의 세대의 다른 시인들에게 찾아볼 수 없는 폭넓은 안목과 자유로운 사고의 틀을 부여해준 것이라 생각된다.

 진실에 대한 열정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나는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왔고 배우고 공유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그 진실이 사회적 공동체적 진실로 한정되고 배타적으로 수용될 때 나는 목이 죄는 듯한 거북함을 느낀다.

그러나 문학이 어차피 한 시대를 함께 겪어나가는 사람들의 의식적인 혹은 무의식적인 삶의 어쩔 수 없는 오열이라는 점에 나는 동의한다.

 어쩌면 시인이란 막을 수 없는 그 울음이 흘러나오는, 벌어진 입이 아닐까.

내 생각으로는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의 삶이든 모든 삶은 거대한 상처이며,

그때 문학은 '지금, 이곳에서 내가 너와 함께' 나누고 좌절하고 극복하였던 상처의 기록이며, 기억의 현재진행형 같은 것이다.

한번의 치명적인 시선으로 우리들 삶의 속절없음을 겨누고......

그리고, 마지막 침을 허비한 벌처럼 힘없이 눕는 것은 당대의 예술가들만이 누리는 행복의 몫이 아닐까.

또한 그 몫이 바로 향가와 욥기와 흑인 영가를 꿰뚫는 그 무겁고 슬픈 가락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어떻든 사랑이란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것을 말하며,

환멸도 풍자도 해탈도 아닌, 다만 팽팽한 맞섬이라는 사실을 나는 나 자신에게 설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