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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 옥정호(붕어섬) 출렁다리 : 신다회시인 고향나들이 초등친구들과답사

채운(彩韻) 신다회 2023. 4. 18. 21:04

🍀 ~~~ 4월은 갈아엎는 달~~~ 🍀
                                             - 신동엽 -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 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4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심저,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한강연안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

(신동엽·시인, 1930-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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