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큐어를 지우며~~~ 💌
- 박정구 -
어머니 손톱에 핀 꽃을 지운다
꽃을 지우자 드러나는 밤하늘과
지우면 지울수록 쏟아지는 은하수
간병 아줌마는 무슨 생각으로 그렸을까
어머니는 갯골 같은 손을 맡기고
또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겨울 햇살이 들여다보던 방안에서
도란도란 만들었던 꽃밭이
시나브로 무너지고 있을 때
내 고향 소신포 앞 바다가 출렁거렸다
응급실 침대에 누운 어머니의 손을 끌어당겨
정원을 만들던 간병인을 떠올리며
손톱 하나 하나에 새겨진 꽃밭을 허문다
생각 속에 잠시 떠올렸던 고향집도 지우고
차마 지우지 못하고 떠날 자식들마저
애써 눈을 감고 지우는 연습을 한다
굽이굽이 도랑물로 흘러온 여든두 해 생애가
아세톤처럼 증발될 때
응급실 침대 밑에서 나는 파도처럼 울었다
이 작은 꽃밭에 화초 하나 심지 못하고
그저 풀꽃처럼 흔들렸을 뿐,
마침내 드러나는 어머니의 손톱달
막내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봉숭아물 자국
어찌 저리 고운 빛이 숨어 있었을까
꽃 한 송이 피었다 진 자리에
그림자만 흰빛으로 남아
끝내 어머니 정원은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타래시동인회정모신다회회장
#양동이에서생일파티와만찬건배
#도자기시화전과동인지출간을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