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화상 ~~♡
- 유안진 -
한 오십 년 살고 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눈과 서리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 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밤중 뒷 뜰 언 밭을
말 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 속 용광로에 불 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볼 뿐
대책 없는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수록 새우 젓갈 맛 나듯이
때 얼룩에 쪄들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묻히고 더럽혀지며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악에 더 집착하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멀리 멀리 떠나갈수록
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
갈 데까지 갔다가는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만한 곳이며
떠돌고 흐르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
떠도는 바람의 연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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