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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신다회의 시와 동화로 꽃피는 세상》

채운(彩韻) 신다회 2024. 6. 21. 09:03

♡ 백일몽 ♡  - 김신용 -
햇볕 포근한 겨울 담벼락에 쪼그리고 있었죠.
구걸을 위해, 깡통을 품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면서,
그때, 지나가던 어떤 귀부인이
만 원권 한 장을 내밀더군요.
이크, 이게 웬 떡이야!
얼마나 황송했던지
전 뜨거운 물 속의 두족류처럼
온몸을 오그라트렸죠.
 
그런데 이건 무슨 조화죠?
그날부터 그 귀부인은
날마다 겨울 담벼락에 나타나
돈을 주고 가더군요.
대체 내 남루가 얼마나
그녀의 淚腺(누선)을 자극했는지,
하루도 빠짐없이
내 깡통 속에 차오르던
그 포만감이란 -,

그러나 빈대도 낯짝이 있지,
그 고운 마음에게
조금이나마 보답을 하고 싶어
어느 날, 그녀의 뒤를 몰래 미행했죠,
그녀가 들어간 양옥집은 호화로웠지만
인적기 하나 없이 조용했고,
그 새벽,
전 그 적막의 높은 담을 넘었죠.
그리고 그 넓은 정원을
깨끗이 비질을 했고,
정갈하게 떠오른 마당을 보며 다시,
소리없이 내 구걸의 담벼락으로 돌아와
귀부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곤 했죠.
 
그 적선과 보은의 숨바꼭질이 얼마나 계속되었을까?
모기침에도 염치가 있지.
저는 그 겨울의 담벼락을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안개비가 우수처럼 내리는 새벽,
다시 그 높은 담을 뛰어넘어
마지막 비질을 끝냈을 때,
등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죠.
아, 당신이었군요.
뜨락을 쓸어주신 고마운 분이!
그녀는 감동으로 떨리는 손길로
제 손을 잡아 이끌었고,
오, 목욕부터 시키더군요.
巨富(거부)의 상속녀,
수많은 재산을 맡길 믿을 수 있는 남자가 없어
혼자 살아왔다는 속삭임을 들으며,
뜨거운 흥분의 김이 피어오르는 탕 속에서,
내 거지의 몰락의
땟국물을 씻고 났을 때,
그녀는 알몸으로 저를 침실에 누이더군요.
누더기에 절여진 몸이지만
아직 젊음이 숨어 있는 내 몸,
꼭 여우에게 홀린 것도 같았지만
그녀의 눈부신 빛의 나신을 포옹했죠.
그토록 오랜 세월,
물욕 없는 거지의 無爲(무위)를 기다렸다니!
그녀는 흐느끼더군요.
꼭 안아줘요. 꼬옥, 더 꼬옥 -,
제 혼신의 포옹,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얼마나 힘껏 껴안았던지
갑자기 그녀의 몸이
뿌지직 소리를 내며 쪼그라져 버리더군요.
전 얼마나 놀랐던지,
기겁을 하며 깨어보니
 
아, 어떡하죠?
 
내 품 속에서 다 찌그러져 있는
이 깡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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