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꿈/강우식
문은 열렸다.
선잠이 든 내 육신은
슬그머니 20층 아파트의 베란다를 뛰어내려
10차선 고속도로에서 스피드를 즐긴다.
무슨무슨 차를 탔는지는 모르지만 차를 무임승차하고서
용평스키장 설원인양 고향바다로 가기도 하고
고향바다에서 내 첫사랑 여자와 신나게 주르륵주르륵 미끄러지기도 하고
고속도로 스피드는 신년축하 음악회의 월츠 같아서
출렁출렁 한 굽이 돌 때마다
꽃 든 여자들이 자꾸자꾸 바뀌기도 하고
그게 좋아서 아마데우스처럼 깔깔대다가는
무슨 변덕이 생겼는지 고속도로 스피드를 타고
씽씽 저승의 어머니에게로 가,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나를 다시 입대시켜달라고 박박 깎은 머리를 들이밀며
어머니, 어머니, 나는 어머니와 하나이고 싶어요
하고 떼를 쓰기도 하고
어머니가 발길로 차, 이유도 없이
자기가 낳은 자식을 발길로 차버리면
울면서, 울면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이승의 고개를 넘어 선잠이 든 채로
스피드를 타고 오다 다음에는 바다 말고 산으로 가야지
고속도로 스피드를 타고 속도위반하며
아버지에게로 가야지
다음에는 고속도로 여순경 같은 마누라를 요리조리 피해
달콤한 내 인생에게로 가야지,
가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우리나라 화장실에 들러
강물처럼 시원섭섭하게 원도 한도 없이 오줌을 깔겨야지.
호남평야가 다 젖도록 오줌을 눠야지 하며
기분 좋게 한 번 씨익 웃으려다보면
어느덧 선잠도 깨여 요가 흥건해져 있었다.
문은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