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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에 대한 기분 나쁜 추억

채운(彩韻) 신다회 2009. 7. 29. 23:49

하느님에 대한 기분 나쁜 추억  - 이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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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에 대한 기분 나쁜 추억 거룩한 고뇌를 낳은, 영원히 기릴 만한 근심을 낳은 당신을 오래 전부터 살해할 마음이 있었습니다 나같은 미물의 경생을 위해 꽃피는 지옥을 창조한 당신을, 당신의 전능함을 박하사탕과 빵 한 봉지에 팔아먹기 위해 밤새워 '십계명'을 외우던 어린 나이에서부터 당신의 이단이 될 마음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졸작품 중 하나인 내 아버지가 공사판에 다리 한짝을 상납하고 '영세민 카드'를 그 답례품으로 받아 온 날 배급 받은 불구의 삶을 쩔뚝거리며 살다 간 그 분의 마지막 날 젯밥을 탐하도록 내 배를 마냥 굶겨 둘 때부터 당신의 원수가 될 마음이 있었습니다. 개천 다리 밑 성탄절 이브처럼 고요하고 거룩한 움막집 가출한 오빠가 몰래 던져 놓고 간 누런 국수다발이 실개천 처럼 흐르던 곳 하루종일 쭈그리고 앉아 습한 생각의 공기알을 굴리던 고름덩어리가 맺힌 보름달을 마중 나가던 둑방길 그렇게 상한 눈을 하고 단추공장에서 돌아 온 언니가 가슴에 숨겨 온 카스텔라 빵을 받아먹으며 당신이 예비한 최후의 심판이 이보다 달콤할지를 상상했습니다 낯익은 목숨들이 살고 꽃잎처럼 떠내려가던 대홍수 날 빗물에 떠내려온 판자때기를 이불로 덮고 따뜻하게 불러봤던 지옥 세계의 찬송가들 정부미 한 톨의 꿈도 배급받지 못하던 노래 만화주제곡보다 부질없이 불러 본 그 노래 그 후로 당신의 심판이 그리워 하루에도 여러 번 당신의 천국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런식으로 내가 당신을 용서하지 않는 것처럼 당신도 나를 끝끝내 용서하지 마십시오 더는 나를 당신의 어린 양이라 함부로 부르지 마십시오 길 잃은 가엾은 자식이라 전도하려 들지 마십시오 내가 당신을 사랑이 많으신 아버지라고 찬양하지 않는 것처럼 박하사탕과 빵 한 봉지만으로 시험에 들었던 무구한 한 때를, 십자가에 콧물 묻히던 삐뚤어진 과거의 나를 다시금 사무치게 그리워하도록 하지 마십시오 젖과 꿀이 사탄의 땅에 넘쳐 흐르는 지금 눈물날 정도로 배부른 지금에 와서 詩/이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