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건빵 장사
용문 읍내를 막 지나면
지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는
1.5톤 청색 타이탄 짐차에 건빵 포대를 실은
건빵 장사가 전을 펼치고 앉아 있었다.
건빵 몇 포대를 샘플로 내어놓고 골라 잡아 "만원" 이라는
가격만을 써놓고는,
자신은 푸른 사각 프라스틱 의자에 앉아 꼬박 꼬박 졸고 있었다.
IMF가 왔을 때,
그는 매일 그 곳에 나와 졸고 있었다.
저 곳에서 뭐 장사가 될까? 생각하며 지나치며
10KG들이 건방 봉지가 하도 두둑하게 보여
한 포대 쌀까(?) 생각하다가 매번 그냥 지나치는 게 일수였다.
그러나 그는 그 곳에 매일 그렇게 나와 앉아 졸고 있었다.
삼 년의 시골 생활에서 빈 털털이가 된 아내와 나는
다시 회색도시 서울로 되돌아 왔다.
도배 기술을 배워 아내와 같이 꽤나 긴 세월을 뛰어 다녔다.
둘째 아들도 장가 보내고 난 하루는, 갑자기 그 곳이 그리워 졌다.
건빵 장사가 지키던 삼거리.
졸고 있던 그가 보고 싶었다.
그 가 아직도 그 곳에 있어만 주면,
그 때 한 포대 사주지 못했던 건빵을 꼭 사야지... 하는 마음도 생겨났다.
졸고 있을 그를 보면
참 반가울 것 만 같았다.
황금 들녘엔 짙은 황혼만이 깃들고. 그 건빵 장사는 그 곳에 없었다.
나는 차를 길 가장자리에 세워두고
지루하고 허기진 하루를,
팔지못한 건빵으로 질금대며 졸고 있던 그 자리에
행여 그 때 떨어진 건빵 조각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서성거리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
왜 그가 이토록 그리울까?
2007.10.5. 건빵장사를 그리며 . 박중관/시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