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그리운 건빵장사/박중관

채운(彩韻) 신다회 2009. 4. 20. 21:59
볼륨보고싶어 - 임주연음악을 들으려면원본보기를 클릭해주세요.

             그리운  건빵 장사

 

     용문 읍내를 막 지나면

     지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는

     1.5톤 청색 타이탄 짐차에 건빵 포대를 실은

     건빵 장사가 전을 펼치고 앉아 있었다.

     건빵 몇 포대를 샘플로 내어놓고  골라 잡아 "만원" 이라는

     가격만을 써놓고는, 

     자신은 푸른 사각 프라스틱 의자에  앉아 꼬박 꼬박 졸고 있었다.

 

      IMF가 왔을 때,

     그는 매일 그 곳에 나와 졸고 있었다.

     저 곳에서   뭐  장사가 될까?  생각하며  지나치며 

     10KG들이 건방 봉지가 하도 두둑하게 보여 

     한 포대 쌀까(?) 생각하다가 매번 그냥 지나치는 게 일수였다.

     그러나  그는 그 곳에 매일 그렇게 나와 앉아 졸고 있었다.

 

     삼 년의 시골 생활에서 빈 털털이가 된 아내와 나는 

     다시 회색도시 서울로 되돌아 왔다.

     도배 기술을 배워 아내와 같이 꽤나 긴  세월을  뛰어 다녔다.

     둘째 아들도 장가 보내고 난 하루는,  갑자기 그 곳이 그리워 졌다.

     건빵 장사가 지키던 삼거리. 

     졸고 있던 그가 보고 싶었다.

 

     그 가  아직도 그 곳에 있어만 주면,

     그 때  한 포대 사주지 못했던 건빵을 꼭 사야지... 하는 마음도 생겨났다.

     졸고 있을 그를 보면

     참 반가울 것 만 같았다.

     황금 들녘엔  짙은 황혼만이 깃들고.  그  건빵 장사는 그 곳에 없었다.


     나는 차를 길 가장자리에 세워두고

     지루하고 허기진 하루를, 

     팔지못한 건빵으로 질금대며  졸고 있던  그 자리에

     행여 그 때 떨어진 건빵 조각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서성거리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 

     왜 그가  이토록 그리울까?

 

                         2007.10.5.     건빵장사를 그리며 .  박중관/시몽.

 

 

 

 

 

출처 : 여민락(與民樂)
글쓴이 : 시몽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