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와 내 몸이여 섧고도 분한지고
이 설움을 어이 하리
인간만사 섧은 중에 이내 설움 같을손가
섧은 말 하자 하니 부끄럽기 측량없고
분한 말 하자 하니 가슴답답 그 뉘 알리
남 모르는 이런 설움 천지간에 또 있는가
밥이 없어 섧어 할까 옷이 없어 서러워 할까
이 설움 어이 풀리
부모님도 야속하고 친척들도 무정하다
내 본시 둘째 딸로 쓸 데 없다 하려니와
내 나이를 헤어보니 오십 줄에 들었도다
먼저는 우리 형님 십구 세에 시집 가고
셋째 아우 년은 이십에 서방 맞아
태평으로 지내는데
불쌍한 이내 몸은 어찌 그리 이러한고
어느덧 늙어지고 초롱군이 되겠구나
시집살이 어떠한지 서방 맛이 어떠한지
생각하면 싱숭생숭 쓴지 단지 내 몰래라
(2)
내 비록 병신이나 남과 같이 못할소냐
내 얼굴 얽다 마소 얽은 굼에 슬기 들고
내 얼굴 검다 마소 분칠하면 아니 흴까
한편 눈은 멀었으나 한편 눈은 밝아 있네
바늘귀를 능히 꿰니 버선볼을 못 받으며
귀먹다 나무라나 크게하면 알아듣고
천둥소리 능히 듣네
오른손으로 밥 먹으니 왼손하여 무엇 할고
왼편 다리 병신이나 뒷간 출입 능히 하고
콧구멍이 맥맥하나 냄새는 알 수 있네
입술이 푸르기는 연지 빛을 발라 보세
엉덩뼈가 넓기는 해산 잘할 장본이요
가슴이 뒤앗기는 진일 잘할 기골일세
턱 아래 검은 혹은 추어오면 귀격이요
목이 비록 옴쳤으나 만져보면 없을손가
내 얼굴 볼작시면 곱든 비록 아니하나
일등 수모 불러다가 헌거롭게 단장하면
남 다 맞는 서방 낸들 설마 못 맞을까
(3)
얼굴 모양 그만 두고 시속행실 으뜸이니
내 본시 총명ㅎ기로 무슨 노릇 못 할소냐
기역자 나냐자를 십년만에 깨쳐내니
효행록 열녀전을 무수히 숙독할 제
모들 행실 바이 없고 구고봉양 못 할손가
중인이 모인 곳에 방귀 뀌어 본 일 없고
밥주걱 엎어 놓고 이를 죽여 본 일 없네
장독 뚜껑 벗겨내어 뒷물 그릇 한 일 없고
양치대를 집어내어 추목하여 본 일 없네
이내 행실 이만하면 어디 가서 못 할손가
(4)
행실 자랑 이만하고 재주 자랑 들어 보소
도포 짓는 수품 알고 홑옷이며 핫옷이며
누비상침 모를손가
세폭부치 홑이불을 삼일만에 마쳐내니
행주치마 지어낼 제 다시 고쳐 본 일 없네
함박 쪽박 깨어내면 솔뿌리도 가워내고
버선본을 못 얻으면 빗자루가 제일이요
보자를 지을 제는 안반 놓고 말아내니
슬기가 이만하고 재주가 이만하면
음식 숙설 못 할손가
수수 전병 부칠 제는 외꼭지를 잊지 말며
상추쌈을 먹을 제는 고추장이 제일이요
청국장을 담을 제는 묵은 콩이 맛이 없네
청태콩을 삶지 말고 모닥불에 구어 먹소
음식 요리 이만하면 봉제사를 못 할손가
(5)
내 얼굴 이만하고 내 행실 이만하면
무슨 일에 막힐손가
남이라 별 수 있고 인물인들 별날손가
남들 다 맞는 서방 내 홀로 못 맞으니
어찌 아니 섧을손가
서방만 얻었으며 뒤 거두기 잘 못할까
내 모양 볼작시면 어른인지 아이인지
광객인지 취객인지 열 없기도 그지 없고
부끄럽기 측량없네
어와 서러운지고 내 설움 어이 할고
두 귀 밑에 흰 털 나고 이마 위에 살 잡히니
운빈 홍안이 어느덧 어디 가고 속절없이 되겠구나
긴 한숨에 짧은 한숨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입는 것도 좋지 않다
어른인 체 하자하니 머리 땋은 어른 없고
나인이라 하자하니 귀밑머리 그저 있네
(6)
얼시고 좋을시고 우리 형님 혼인할 제
숙주 앉혀 음식하여 지의 깔고 차일 치며
모란병풍 둘러치고
교자상에 화룡촛대 세워 놓고 부용향 피우면서
나주불 질러 놓고 신랑 온다 왁짜하니
전안 한다 초례 한다 왼 집안이 들렐 적에
빈 방에 혼자 있어 창틈으로 엿보니
신랑의 풍신 좋고 사모 풍대 더욱 좋다
형님도 저러하니 나도 아니 저러하랴
차례로 할작시면 내 아니 둘째런가
형님을 치웠으니 나도 저리 할 것이라
이처럼 정한 마음 마음대로 아니 되어
괴악한 아우 년이 먼저 출가하단 말가
꿈결에나 생각하며 의심이나 있을손가
도래떡이 안밖 없고 후생목이 우뚝하다
원수로운 중매어미 나는 아니 추어주고
사주단자 의양단자 오락가락 하올 적에
내 비록 미련하나 눈치조차 없을손가
용심이 절로 나고 화증이 복발한다
(7)
풀쳐 생각 잠깐 하면 선하품 절로 난다
만사에 무심하니 앉으면 눕기 좋고
누으면 일기 싫다 손님 보기 부끄럽고
일가 보기 더욱 싫다 살고 싶은 뜻이 없네
간수 먹고 죽자한들 목이 쓰려 어찌 먹고
비상 먹고 죽자한들 내음새를 어찌 할고
부모 유체 난처하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한밤중에 혼자 앉아 온가지로 생각하나
입맛만 없어지고 인물만 초췌하다
생각을 말자하니 자연히 절로 난다
용심을 말자하니 스스로 먼저 나네
곤충도 짝이 있고 금수도 자웅 있고
헌짚신도 짝이 있어 음양의 배합법을
낸들 아니 모를손가 부모님도 보기 싫고
형님께도 보기 싫고 아우년도 보기 싫다
날더러 이른 말이 불쌍하다 하는 소리
더구나 듣기 싫고 눈물만 솟아나네
(8)
내 신세 이러하고 내 마음 이러한들
누구라서 걱정하며 누구라서 염려하리
이런 생각 말자하고 혼자 앉아 맹세하여
마음을 활짝 풀고 잠이나 자자하니
무슨 잠이 차마 오며 자고 깨면 원통하다
아무 사람 만나볼 제 헛웃음이 절로 나고
무안하여 돌아서면 긴 한숨이 절로 나네
웃지말고 새침하면 남 보기에 매몰하고
게정풀이 하자하면 심술궂은 사람되네
아무리 생각하나 이내 팔자 또 있는가
이리하기 더 어렵고 저리하기 더 어렵다
애고 죽어 잊자함이 한두 번이 아니로되
목숨이 길었는지 무슨 낙을 보려는지
날이 가고 달이 감에 갈수록 섧은 심사
어찌하고 어찌하리 베개를 탁 던지고
입은 채 들어누워 옷가슴을 활짝 열고
가슴을 두드리며 답답하고 답답하다
(9)
이 마음 어찌 할고 미친 마음 절로 난다
대체로 생각하면 내가 결단 못할손가
부모동생 믿다가는 서방 맞기 망연하다
오늘 밤이 어서 가고 내일 아침 돌아오면
중매어미 불러다가 기운 조작으로
표차로이 구혼하면 어찌 아니 못 될손가
이처럼 생각하니 없던 웃음 절로 난다
음식 먹고 체한 병에 정기산을 먹은 듯이
급히 앓던 곽란병에 청심환을 먹은 듯이
활짝 일어 앉으면서 골통대는 입에 물고
끄덕이며 궁리하되
내 서방 내 가래지 남더러 부탁할까
내 어찌 미련하여 이 의사를 못 냈던고
만일 벌써 깨쳤더면 이 모양 되었을까
청각 먹고 생각하니 아주 쉬운 일이로다
적은 염치 돌아보면 어느 해에 출가할까
고름 맺고 내기하며
손바닥에 침을 뱉아 맹세하고 이른 말이
내 팔자에 태인 서방 어떤 사람 몫에 질고
쇠침이나 하여 보세
(10)
알고지고 알고지고 어서 바삐 알고지고
내 서방 누가 되며 내 낭군 누가 될고
천정배필 있었으면
저라서 마다한들 내 고집이 그만 둘까
소문에 들었으니 내 눈에 아니 들까
저 건너 김도령이 날과 서로 연갑이요
뒷골목 권수재는 내 나보다 더한지라
인물좋고 줄기차니
수망에는 김도령이요 부망에는 권수재라
각각 성명 써 가지고 쇠침통을 흔들면서
손 곧추어 비는 말이 모년 모월 모일야에
사십 넘은 노처녀는 엎드려 묻잡노니
곽박선생 이순풍과 소강절 원천강
응신지령 하오시니 감이순풍 하옵소서
후처에 참여할까 삼취에 참여할까
김도령이 배필 될까 권수재가 배필 될까
내일로 되게 하여 신통함을 뵈옵소서
흔들흔들 높이 들어 쇠침 하나 빼어내니
수망치던 김도령이 첫가락에 나단말가
(11)
얼시고 좋을시고 이야 아니 무던하냐
평생 소원 이뤘구나
옳다 옳다 내 이제는 큰 소리를 하여보자
큰 기침이 절로 나고 어깨춤이 절로 난다
누웠으락 앉았으락
지게문을 자주 열며 어찌 오늘 더디 새노
오늘밤은 길고 길다 역정스레 누으면서
기지개를 길게 켜고 이리저리 돌아 누으며
이마 위에 손을 얹고 정신을 진정하니
잠깐 사이 잠이 온다 평생에 맺힌 인연
오늘밤 춘몽중에 혼인이 되겠구나
(12)
앞뜰에 차일 치고 뒷뜰에 숙주 앉고
화문방석 만화방석 안밖없이 포설하고
일가권속 가득 모여 가화 꽂은 다담상이
이리저리 오락가락 형님이며 아주미며
아우년 조카부치 긴 단장 짧은 단장
거룩하게 모엿으니 일기는 화창하고
향내는 촉비한다 문전이 요란하여
신랑을 맞이할 제 위의도 거룩하다
차일 밑에 전안하고 초례하러 들어올 제
내 몸을 굽어보니 어이 그리 잘났던고
큰 머리 떠는 잠이 진주투심 갖추우고
귀엣고리 용잠이며 속속들이 비단옷과
진홍대단 치마 입고 옷고름에 노리개를
어찌 이루 다 이르랴
용문대단 활옷 입고 홍선을 손에 쥐고
수모와 중매어미 좌우에 옹위하여
신랑을 맞을 적에 어찌 아니 거룩한고
초례교례 마친 후에 동퇴연 합환주로
백년기약 더욱 좋다
감은 눈을 잠깐 뜨고 신랑을 살펴보니
수망치던 김도령이 날과 과연 배필일다
내 점이 영험하여 이처럼 맞는구나
하늘이 유의하여 내게로 보내신가
이처럼 노닐다가 쥐독에 바람들어
인연을 못 이루고 개소리에 놀라 깨니
침상일몽이라
(13)
심신이 황홀하여 섬어히 앉아보니
등불은 희미하고 월색은 만정한데
원근의 계명성은 새벽을 재촉하고
창 밖의 개소리는 단잠을 깨우는구나
아까울사 이내 꿈을 어찌 다시 얻어보리
그 꿈을 상시 삼고 그 모양 상시 삼아
혼인이 되려므나
미친증이 재발하여 벌떡 일어 앉으면서
입은 치마 다시 찾고 신은 버선 또 찾으며
방치돌을 옆에 끼고 짖는 개를 때릴 듯이
와당퉁탕 냅들 적에 엎더지락 곱더지락
바람벽에 이마 받고 문지방에 코를 깨며
면경 석경 성적함을 낱낱이 다 깨치고
한숨 지어 하는 말이
아깝고 아까울사 이내 꿈 아까울사
눈에 암암 귀에 앵앵 그 모양 그 거동을
어찌 다시 하여 보리
(14)
나이 알까 부끄러나 안 슬픈 일 하여 보자
홍두깨에 자를 매어 갓 씌우고 옷 입히니
사람 모양 거의 같다 쓰다듬어 세워 놓고
새 저고리 긴 치마를 호기 있게 떨쳐 입고
머리 위에 팔을 들어 제법으로 절을 하니
눈물이 종행하여 입은 치마 다 적시고
한숨이 복발하여 곡성이 날듯하다
마음을 강인하여 가만히 헤어보니
가련하고 불쌍하다 이런 모양 이 거동을
신령이 알 것이나 지성이면 감천이라
(15)
부모들도 의논하고 동생들도 의논하여
김도령과 의혼하니 첫마디ㅔ 되는구나
혼인택일 가까우니 엉덩춤이 절로 난다
주먹을 불끈 쥐고 종종걸음 보살피며
삽살개 귀에 대고 넌지시 이른 말이
나도 이제 시집간다 네가 내 꿈 깨던 날에
원수같이 보았더니 오늘이야 너를 보니
이별할 날 멀지 않고 밥 줄 사람 나 뿐이라
이처럼 말한 후에 혼일이 다다르니
신부의 칠보단장 꿈과 같이 거룩하고
신랑의 사모 풍대 더구나 보기 좋다
전안 초례 마친 후에 방치장 더욱 좋아
신랑의 동탕함과 신부의 아담함이
차등이 없었으니
천정한 배필인 줄 오늘이야 알겠구나
(16)
이렇듯이 쉬운 일을 어찌하여 지완ㅎ던고
신방에 금침 펴고 부부 서로 동침하니
원앙은 녹수에 놀고 비취는 연리지에
깃들임 같으니
평생 소원 다 풀리고 온갖 시름 바이 없네
이전에 있던 새암 이제로 생각하니
도리어 춘몽같고
내가 설마 그러하랴 이제는 기탄없다
먹은 귀 밝아지고 평신 팔을 능히 쓰니
이 아니 희안한가
혼인한지 십삭만에 옥동자를 순산하니
쌍태를 어이 알리 즐겁기 측량없네
개개이 영준이요 문재가 비상하다
부부의 금슬 좋고 자손이 만당하며
가산이 부요하고 공명이 이음 차니
이 아니 무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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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註)
(1) 초릉군 : 미상
싱숭생숭 : 마음이 들뜬 모양
(2) 굼 : 구멍
뒤앗기는 : 뒤로 돌아간 것은
귀격(貴格) : 귀인의 품격
옴쳤으나 : 오므라들었으나
수모(手母) : 혼인할 때 신부의 단장을 해주고 예절에 관해서 받들어 주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여자
헌거(軒擧)롭게 : 풍채가 좋고 의젓하게
(3) 시속행실(時俗行實) : 시대의 풍속에 맞는 사람의 할 도리
바이 없고 : 전혀 없고
구고(舅姑) :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중인(衆人) : 많은 사람
추목 : 미상
(4) 수품(手品) : 솜씨
핫옷 : 솜을 넣은 옷
상침(上針) : 옷이나 보료 방석 따위를 가장자리에 실밥이 드러나게 꿰매는 일
보자 : 보자기
숙설(熟設) : 잔치할 때 음식을 만드는 일
전병(煎餠) : 부침개.
봉제사(奉祭祀) : 제사를 받드는 일
(5) 볼작시면 : 볼 것 같으면
광객(狂客) : 미친 사람
취객(醉客) : 술 취한 사람
열없기도 : 부끄럽기도
살 잡히니 : 주름살이 생기니
운빈홍안 : 구름같이 탐스러운 귀밑 머리와 젊고 아름다운 얼굴
속절없이 : 아무리 하여도 단념할 수밖에 별도리가 없이
나인(內人) : 궁녀(宮女). 궁인(宮人)
(6) 숙주 : 숙주나물
지의(地衣) : 가장자리를 헝겊으로 꾸며 넓게 만든 돗자리
차일(遮日) : 천막
교자상(交子床) : 장방형으로 된 음식을 차리는 상
와룡촛대 : 촛대의 일종
부용향(芙蓉香) : 부용은 연꽃. 연꽃 냄새가 나는 향
나주불 : 나주에서 나는 초에 켠 불
전안(奠雁) : 혼인 때 신랑이 신부 집에 기러기 또는 나무로 만든 기러기를 가지고 가서 상 위에 놓고 절 하는 예.
우리 나라에만 남아 있는 중국(中國)의 고속(古俗)이다
초례(醮禮) : 혼인하는 예식
사모(紗帽) : 구식 혼례 때 쓰는 모자. 혹은 관복을 입고 쓰는 모자
품대(品帶) : 구식 혼례복이나 관복(官服)에 갖추는 띠
괴악(怪惡)한 : 이상야릇하고 흉악한
도래떡 : 둥글넓적하고 크게 만들어 혼인할 때 차려 놓은 흰 떡
도래떡이 안밖없다 :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일이 얽히다
후생목(後生木) : 뒤에 난 나무
후생목이 우뚝하다 : 일이 뒤죽박죽이 되다
사주단자(四柱單子) : 혼인을 하기 전에 서로 교환하는 사주를 적은 종이
의양단자(衣樣單子) : 혼인을 하기 전에 교환하는 옷의 치수를 적은 종이
용심(用心) : 남을 해롭게 하기 위해 심술을 부리는 마음
화증(火症) : 벌컥 화를 내는 증세
(7) 풀쳐 : 맺힌 생각을 풀어버리고서
일기 : 일어나기
간수 : 소금이 공기 중의 습기를 빨아들이면 생기는 쓰고 짠 액체
비상(砒霜) : 비석(砒石)에 열을 가하여 만든 독약
유체(流涕) : 눈물을 흘리고 우는 것
초췌(憔悴) : 병이나 고생으로 말미암아 얼굴이 상하고 몸이 파리해 짐
음양배합(陰陽配合) : 남녀가 서로 화합하는 것
(8) 게정풀이 : 불평스러운 말과 행동을 일부러 짖궂게 하다
섧은 : 서러운
(9) 망연(茫然)하다 : 아득하다
기운 조작으로 : 완력으로. 강제로
표차로이 : 유별나게
정기산(精氣散) : 음식 먹고 체한 병에 먹는 약
곽란병 : 갑자기 고통이 심하게 일어나는 위장병
청심환(淸心丸) : 곽란병에 먹는 약
가래지 : 선택하지
청각(靑角) : 청각채과에 속한 해초. 김치에 넣거니 무쳐 먹음
청각 먹고 생각하니 : 마음을 고쳐서 다시 생각하니
쇠침 : 쇠침을 통에 넣고 주문을 외우며 흔들다 빼어 보는 점(占)의 방식
(10) 천정배필(天定配疋) : 하늘이 정한 배필
연갑(年甲) : 나이가 같음
수망(首望) : 가장 큰 희망
부망(副望) : 두 번째의 희망
곧추어 : 바로 잡아
묻잡노니 : 묻노니의 겸양어
곽박(郭博) : 옛날 중국의 이름난 점쟁이
이순풍 : 옛날의 유명한 점쟁이
소강절(邵康節) : 이름은 옹(雍), 字는 요부(堯夫), 송(宋)나라의 대표적인 성리학자로 역리(易理)에 정통했다고 함
원천강(袁天綱) : 옛날 중국 당(唐)나라 때의 유명한 점쟁이
응신지령(應身之靈) : 신(神)이 기도에 응답해서 나타나는 것을 의미
감이순풍(感而順風) : 신(神)에게 드린 기도대로 일이 이루어짐을 의미
(11) 지게문 : 밖에서 마루로 통하는 문
역정스레 : 화를 내면서
춘몽(春夢) : 짧게 꾸는 허황된 꿈
(12) 숙수(熟手) : 잔치할 때 음식 만드는 것을 주로 하는 사람
화문(花紋) : 꽃무늬
만화방석(滿花方席) : 꽃무늬가 줄 지어 있는 돗자리
일가권속(一家卷屬) : 일가친척
가화(假花) : 만든 꽃
다담상(茶談床) : 손님 접대를 하기 위해 차려 놓은 교자상
아주미 : 아주머니를 멸시해서 일컫는 말
조카부치 : 조카 따위
촉비(觸鼻) : 냄새가 심하게 코를 찌름
위의(威儀) : 위엄있는 옷차림
초례(醮禮) : 혼인하는 예식
큰머리 : 혼례를 하기 위해 크게 틀어 올린 머리
투심 : 미상
용잠(龍簪) : 용의 머리 모양을 새긴 비녀
대단(大緞) : 좋은 비단
용문(龍紋) : 용이 그려진 무늬
활옷 : 신부가 입는 혼례복
초례교배(醮禮交拜) : 혼인할 때 남녀가 서로 절을 하는 것
동뢰연(同牢宴) : 신랑 신부가 맞절을 마치고 나서 서로 술잔을 나누는 예식
합환주(合歡酒) : 혼인 때 신랑 신부가 서로 나누어 마시는 술
침상일몽(寢床一夢) : 잠자리에서 꾼 한 바탕의 꿈
(13) 섬어히 : 정신없이. 섬어는 원래 헛소리라는 뜻
만정(滿庭) : 뜰에 가득함
계명성(鷄鳴聲) : 닭이 우는 소리
상시 삼고 : 상서(祥瑞)로운 것으로 삼고
방치돌 : 맷돌
(14) 눈물이 종행(縱行)하여 : 눈물이 흘려 내려서
강인(强忍) : 애써 참음
(15) 의혼(議婚) : 혼인 문제를 의논함
혼일(婚日) : 혼례하는 날
칠보단장(七寶丹粧) : 여러 가지 패물로 몸을 아름답게 꾸밈
동탕(動蕩) : 얼굴이 토실토실하고 아름답게 생긴 것
(16) 지완(遲緩)ㅎ던고 : 더디고 느리게 했던고
원앙(鴛鴦) : 물오리과의 암수의 사이가 좋은 것으로 상징되는 새
비취(翡翠) : 물총새. 암수의 사이가 좋은 것으로 상징되는 새
연리지(連理枝) : 서로 붙어 있는 나뭇가지란 말이며 부부 사이에 정이 깊은 것을 의미.
白樂天의 長恨歌에 있는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란 표현으로 유명한 말이다
새암 :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질투하고 시기하여 속을 태움
기탄(忌憚) : 두렵거나 꺼릴 일
십삭: 열달
쌍태(雙胎) : 쌍둥이
영준(英俊) : 영특하고 준수한 인물
금슬(琴瑟) : 거문고와 비파. 두 악기는 서로 잘 어울리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정을 금슬이라 함
만당(滿堂) : 집에 가득함
이음 차니 : 이어서 가득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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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作品解說)
본문은 作家와 年代를 알 수 없는 內房歌辭로서 시집을 못간 老處女의 한탄스러운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자기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부모가 정하는 바에 따라 시집을 가서 고생을 하는 것도 封建社會 女性
들의 비극이었지만, 시집도 가지 못하고 老處女로 늙어야 하는 것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성으로서는 더욱
큰 비극이다. 여성의 모든 생활을 반영하고 있는 內房歌辭에 老處女歌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老處女의 경우는 좀 특색이 잇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처음에는 우선 한스러운
마음을 대강 서술하고 나서 '내 비록 병신이나'에서 부터 자기 모습을 소개하기 시작하는데 묘한 전개방식을
써서 읽어 나갈수록 놀라움이 커진다.
얼굴이 얽었고, 검고, 한편 눈이 멀었고, 귀가 멀었고, 왼손은 없고, 왼편 다리에 장애가 있고... 놀부의 심술
을 열거하듯이 각종의 장애를 한 몸에다 늘어놓는다. 다음에 '시속 행실 으뜸이니' 하면서 생긴 모습과 아주
어울릴 행실을, '재주 자랑 들어보소'에서 부터는 역시 같은 종류의 재주를 늘어놓고서 본격적인 한탄으로 들
어간다.
이 老處女歌는 이러한 각종의 장애를 한 몸에 지닌 여성을 등장시켜서 그 老處女의 심정을 극단화하여 풍자
하자는 것이다. 각종 결함을 한 몸에 지니고 있다는 것은 비관의 근거와 열등의식을 과장해서 표현한 것으로
표현의 효과를 더 크게 하기 위한 만화적인 과장이다. 그리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전개는 스스로 남편을 선택
하겠다고 나서는 주인공의 파격적인 행동으로 귀결된다.
마지막으로 兩班女性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실현되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게 되는 장면을 묘사하고 나서
'그 아니 무던한가'로 끝을 맺는 여유있는 작가의 태도는 老處女를 작품 속에서나마 위안하자는 것이니 희극만
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