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신달자]
깃발도 아니면서
해가 지는 나뭇가지마다
너의 얼굴은 나부낀다
혼자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너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숨어들어
내 작은 마음에
유리병처럼 꽃으로 와 피는가
바람꽃이라 하면 좋으냐
바람꽃이라 하면 좋으냐
보이지도 않으면서
사정없이 나를 흔들고
내 안에 가득하면서
붙들 수도 없는
너를 바람꽃으로 부르면 좋으냐
어디를 가고 있느냐
우리는 무슨 이름으로 가고 있는지
오늘도 나는 빈 방에서
한줄의 해답도 쓰지 못한 채
싱싱하게 잎새를 열어 벙그는
너의 웃음만 본다
너는 모르고 있는데
너의 얼굴
너의 목소리는
깊은 꿈 속까지 불어와
나도 모르게 적어 놓은
부끄러운 낙서들 흔들어 놓으니
눈에는 반짝이는 젖은 별 하나
눈물꽃이라 하면 좋으냐
눈물꽃이라 하면 좋으냐
숨어 꽃피는 내 사랑
눈물꽃이라 하면 좋으냐.
* 내 작은 마음에 유리병처럼 꽃으로 와 피는 꽃.
바람꽃이다.
누군가 날 위해서 기도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위해서 기도한다면,
틀림없이 바람꽃일 게다.
유리알처럼 맑은 영혼을 가진 바람꽃일 게다......
** 신달자선생님은 며칠전 얼굴도 뵈었고 육성도 들었다.
오늘 티비에서 간증하는 모습도 뵈었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중 한분이다.
어머니처럼 자애롭기도 하고
가장 인간적인 시인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의 스승이기도 하다.
출처 : JOOFE HOUSE
글쓴이 : JOOF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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