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해병을 아는가
- 정채호 -
난공불락의 성이라고 적들은 큰소리 쳤다.
도솔산은 높고 험한 난골불락의 고지들이었다.
막강정예의 부대라 자랑하는 적들 앞에
탈환에 나선 해병들은 더욱 용맹하고 강했다.
여름비, 스산한 소리와 6월의 더위
짙은 운무로 하늘과 산을 가리었다.
암벽진지의 적병, 수류탄 까 던지는 적병들.
스물 네 개의 고지는 모두가 그랬다.
포복 전진하는 해병을 그렇게 묶었다.
포탄이 터져 폭음이 진동했다.
빗발치는 총탄소리, 귀신의 울음, 울부짖음 이던가.
열이레 동안 필사의 공방전 속
해병이 흘린 젊은 선혈은 붉은 꽃이던가
능선마다 골짜기마다 나부러진 썩은 시체들
산위와 산속이 모두 무덤이란 말인가
귀신이 춤추는 그 밤, 야간공격으로 장단 맞춘 우리해병들
먼동 트기 전 돌격병사들은 부둥켜안고 스물네번째 울음을 터뜨렸다.
승리의 만세 외쳤던 그날의 해병들, 그날을 말하며 노병이 되었다.
‘해병대만세’ 그날 그들은 나무와 바위에 새겼다.
그날의 전공을 역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무적해병의 전통을 세웠노라고
정채호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