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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임진강 강가에서 : 김성호. 낭송 : 신다회

채운(彩韻) 신다회 2019. 11. 30. 12:26

 

 

저무는 임진강 강가에서

 

 

저 강가의 잊혀진 돌들처럼

등 돌려 팔짱 낀 산들처럼

세상의 인연들을 당신이라 여기고

천만번 불러 목쉰 강물의 목소리

그 소리로 남겠습니다

 

소리 없이 강으로 섞이는 그대

이제 눈물은 어지간히 말라

그대 때문은 아니겠지만

소리 없이 울고 싶을 때나

큰 소리로 통곡하고 싶을 때

어쩔 수 없이 당신의 목소리로

흐르는 강

 

이 강이 마르든가

내 눈물이 마르든가

끝내는 둘 다 강으로 섞여

한 몸으로 흘러서

후에 또 어느 가인들이 강가에 앉아

사랑은 강물로 흐른다고

나지막이 사랑의 생애를 노래하기를

 

폭설이든가 소나기든가

강물로 뛰어드는 지독한 인연의 끈

또 하나의 생이 그렇게 저물고

또 한해가 그렇게 저물어가면

저 강물처럼

도도히 다음의 생을 찾아

흘러가는 것이겠지요.

 

다른 생에 대한 신념이 없더라도

우리는 잠깐의 상념속에서도

끊임없이 윤회하기에

오늘의 우리는

또 다가올 생을 위해

강물에 나를 실어 보냅니다.

 

모든 인연은 강물로 용해되어

소리 죽여 영원히 흐릅니다.

 

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