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임진강 강가에서
저 강가의 잊혀진 돌들처럼
등 돌려 팔짱 낀 산들처럼
세상의 인연들을 당신이라 여기고
천만번 불러 목쉰 강물의 목소리
그 소리로 남겠습니다
소리 없이 강으로 섞이는 그대
이제 눈물은 어지간히 말라
그대 때문은 아니겠지만
소리 없이 울고 싶을 때나
큰 소리로 통곡하고 싶을 때
어쩔 수 없이 당신의 목소리로
흐르는 강
이 강이 마르든가
내 눈물이 마르든가
끝내는 둘 다 강으로 섞여
한 몸으로 흘러서
후에 또 어느 가인들이 강가에 앉아
사랑은 강물로 흐른다고
나지막이 사랑의 생애를 노래하기를
폭설이든가 소나기든가
강물로 뛰어드는 지독한 인연의 끈
또 하나의 생이 그렇게 저물고
또 한해가 그렇게 저물어가면
저 강물처럼
도도히 다음의 생을 찾아
흘러가는 것이겠지요.
다른 생에 대한 신념이 없더라도
우리는 잠깐의 상념속에서도
끊임없이 윤회하기에
오늘의 우리는
또 다가올 생을 위해
강물에 나를 실어 보냅니다.
모든 인연은 강물로 용해되어
소리 죽여 영원히 흐릅니다.
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