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一城踏罷有高樓(일성답파유고루)/김삿갓

채운(彩韻) 신다회 2009. 9. 18. 02:11
一城踏罷有高樓(일성답파유고루)/김삿갓
 

김삿갓 / 32. 一城踏罷有高樓(일성답파유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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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一城踏罷有高樓(일성답파유고루) 김삿갓 鶴城山(학성산) 서쪽에는 飄飄然亭(표표연정)이라는 또 하나의 정자가 있어 동쪽의 駕鶴樓(가학루)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삼방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고 흐르다가 이곳에 이르러서는 물결이 일렁거리는 龍塘(용당)여울을 이루는데 그 앞으로 쭉 뻗어 나온 학성산의 한 줄기 산마루 끝에 정자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아마도 飄飄然亭(표표연정)이라는 이름은 陶淵明(도연명)의 歸去來辭(귀거래사)에 나오는 風飄飄而吹衣(풍표표이취의:바람은 솔솔 옷자락에 분다) 라는 시구에서 따 온 듯하였다. 주위에는 고목이 울창하여 꾀꼬리가 날아들고, 바다가 가까운 탓인지 南大川 물가에는 갈매기가 날고 있으니 이 풍광을 바라보는 김삿갓이 어찌 시 한 수가 없을 수 있겠는가. 一城踏罷有高樓(일성답파유고루) 안변 땅 두루 돌다 좋은 누각 하나 있어 覓酒題詩問幾流(멱주제시문기류) 술을 찾고 시를 쓰며 물갈래를 묻노라 古木多情黃鳥至(고목다정황조지) 고목은 정이 많아 꾀꼬리 모여들고 大江無恙白鷗飛(대강무양백구비) 강물은 무심히 흐르는데 갈매기 나는구나 김삿갓은 시를 한 수 읊고 나자 불현듯 가학루에 걸려 있던 鄭夢周(정몽주), 鄭道傳(정도전)의 시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들은 정치색이 농후한 영웅호걸들이어서 그 들의 시에는 무언중에 風雲味(풍운미)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평성대가 아닌가. 한 바퀴 성을 도니 높은 누각 하나 있어 英雄過去風煙盡(영웅과거풍연진) 영웅이 지나간 자리 풍연은 사라지고 客子登臨歲月悠(객자등임세월유) 길손은 누각에 올라 한가롭게 앉았노라 宿債關東猶未了(숙채관동유미료) 관동 땅 아직 두루 보지 못했으니 欲隨征雁下長洲(욕수정안하장주) 기러기를 따라서 장주로 가 볼가나 *長洲는 定平의 옛 이름 김삿갓은 자기 자신을 아무 욕심도 없는 순수한 시인으로 자처하는 동시에, 세태변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한 세상을 숨 가쁘게 살았던 정몽주, 정도전 같은 영웅들을 은연중에 비꼬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