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낭송했던 시입니다. 정호승님의 `허물` 이창수님의 `어머니`

채운(彩韻) 신다회 2009. 4. 20. 20:15

허물 / 정호승

 

느티나무 둥치에 매미 허물이 붙어 있다

바람이 불어도 꼼짝도 하지 않고 착 달라붙어 있다

나는 허물을 떼려고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죽어 있는 줄 알았던 허물이 갑자기 몸에 힘을 주었다

내가 힘을 주면 줄수록 허물의 발이 느티나무에 더 착 달라붙었다

허물은 허물을 벗고 날아간 어린 매미를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허물이 없으면 매미의 노래도 사라진다고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나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허물의 힘에 놀라

슬며시 손을 떼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보았다

팔순의 어머니가 무릎을 곧추세우고 걸레가 되어 마루를 닦는다

어머니는 나의 허물이다

어머니가 안간힘을 쓰며 아직 느티나무 둥치에 붙어 있는

까닭은

아들이라는 매미 때문이다

 

 

어머니 / 이창수

 

새벽을 삶아내는 어머니의 하루가

뙤약볕에 달구어진 장항아리 속처럼

새까맣고 짜디짜다.

뚜껑을 열고 맛은 볼 수는 없지만

주야장천 자식들 생각에

장맛은 우러나고,

누가 알까! 혹여 볼까!

툇마루에 앉아 볕살에 가슴을

태우시는 어머니

등허리에 바람이 송송 들고

뼈마디 마디가 시리고 쑤셔오는 시간에

산 그림자는 눈꺼풀에 내려앉아

눈물 한 방울 흘리다.

 

*** 우리 모두에 위대하신 어머니 이야기지요~ ***

출처 : 여민락(與民樂)
글쓴이 : 신 황진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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