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에 / 정한모

채운(彩韻) 신다회 2012. 10. 25. 14:47

가을에

                                               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끓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내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같은 그 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길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墜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라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