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노라 삼각산아
김상헌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 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삼각산: 서울 북쪽에 있는 명산으로, 옛 한양의 진산이다 백운, 인수, 국망의 세 봉우리가 빼어나서 이렇게 불린다 지금은 보통 북한산이라 부른다 국보 제3호인 신라 진흥왕의 순수비가 있다 높이는 836m
한강수: 한강의 물줄기이니, 곧 한강을 이르는 말이다 강원도 삼척군 하장면에서 근원이 되어 단양, 충주 등지를 거쳐 서울을 적시고 서해로 들어간 물줄기는 금강산 북쪽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양수리에서 합쳐진다 압록강, 낙동강, 두만강에 이어 네번째로 긴 강이다 길이는 514km
고국산천: 조상 적부터 살아온 고향인 나라 요즘에는 조국산하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하랴마는: 하겠는가마는 물론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하: 하도, 매우 '하다'는 크다, 많다는 뜻이다
수상하니: 정상적(보통)이 아닌 특수한 상태나 상황을 말함이니, 물론 병자호란 당시의 어수선한 시국을 가리킨다
올동말동: 올지 말지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이 없는 떠남이니, 그렇게 말할
수밖에... 소박하면서도 절묘한 표현이다.
2. 까마귀 눈비 맞아
박팽년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듯 검노매라
야광 명월이 밤인들 어두우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고칠 줄이 이시랴
-- 말뜻
희는듯 검노매라: 흰 듯하더니, 이내 검어지는구나! '__노매라'는 감탄형 종결어미 '__는구나
3. 간밤에 부던 바람에
유응부
간밤에 부던 바람에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이 다 기울어 가노매라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슴하리요
-- 말뜻
눈서리 치다: 눈서리가 치면 모든 식물이 다 사그러지고 만다 모반하던 사람들이 다 잡혀
일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말한다 눈서리는 세조의 포악을 비유한 것
낙락장송: 정정하게 큰 소나무 사육신 등의 지사를 가리킨다
가노매라: 가는구나! '__노매라'는 감탄형 종결어미
못다 핀 꽃: 아직 다 피지도 못한 꽃 거사를 하려던 지사들을 이른다
무슴하리요: 무엇하겠는가?
4. 강호에 가을이 드니
맹사성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려 있다
소정에 그물 실어 흘리 띄워 던져 두고
이몸이 소일하옴도 역군은이샷다
-- 말뜻
강호: 강과 호수가 있는 곳이란 뜻이니, 전원과 비슷한 말이다 중국의 삼강오호를 말하기도
하여 은사들이 사는 곳을 뜻하기도 한다
소정: 작은 배 매상이
흘러 띄워: 흐르게 띄워 두다 배에서 그물을 물 속에 던져 두면 물살에 흘러 가게 되고,
거기에 지나던 고기가 저절로 들어가게 된다
소일하옴도: 소일은 하루 해를 보내는 것 심심치 않게 하루를 지낸다는 뜻 '하옴도'는
'함도'의 아어형
역군은이샷다: 또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__샷다'는 감탄의 뜻을 포함한 존칭형 종결어미
5. 녹이상제 살찌게 먹여
최영
녹이상제 살찌게 먹여 시냇물에 씻겨 타고
용천설악 들게 갈아 둘러메고
장부의 위국충절을 세워 볼까 하노라
-- 말뜻
녹이상제: 녹이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좋은 말 상제도 준마의 하나로 말발굽에 흰털이
나 있다고 한다
용천설악: 용천은 '용천검'으로 보검의 하나이며, 설악도 서릿발같이 잘 드는 칼날의 뜻인데
이것 역시 좋은 검을 가리킨다
위국충절: 나라를 위한 충성된 절개
6.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김종서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 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에라
-- 말뜻
삭풍: 북쪽에서 불어 오는 매섭고 찬바람 '삭'은 북쪽을 뜻한다
만리변성: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국경 근처의 성 곧 지은이가 개척하고 지키던 두만강
가까이에 있는 6진을 가리킨다
일장검: 한 자루의 긴 칼
긴 파람: 길게 내부는 휘파람
큰 한소리: 크게 한 번 외치는 소리
거칠 것이 없에라: 가로막을 것이 없도다! '__에라'는 감탄형 종결 어미
7. 삼동에 베옷 입고
조식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지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 말뜻
삼동: 추운 겨울 석 달 동안 이 경우에는 어지러운 세상의 뜻도 들어 있다 '엄동'으로 되어 있는 책도 있다
베옷: 포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
암혈: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
볕뉘: 햇볕이 쪼는 세상 '뉘'는 세상이지만 여기서는 뜻이 없는 어조사로 보기도 한다 구름
낀 '볕뉘'도 쬐어본 적이 없다는 말은 임금의 은혜를 한 번도 입은 일이 없다는 뜻이다
서산에 해지다: 저물어 가는 인생과 구름(중종)이 죽음을 아울러 가리킨다
8. 수양산 바라보며
성삼문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대 채매도 하는 것가
비록에 푸새엣 것인들 그 뉘 따에 났더니
-- 말뜻
수양산: 중국 산서성에 있는 산
이제: 백이와 숙제의 형제 은나라가 망하자 수양산에 들어가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고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죽었다
주려 죽을진들: 굶어죽을망정
채미: 고사리를 캐다
비록에: 비록 '__에'는 뜻을 강조하고 가락을 맞추기 위한 소리
푸새엣 것인들: 하찮은 푸성귀 따위라 할지라도
따에: 땅에
났더니: 났더냐?
9. 심산에 밤이 드니
박인로
심산에 밤이 드니 북풍이 더욱 차다
옥루고처에도 이 바람 부는 게오
긴 밤에 추우신가 북두 비겨 바라노라
-- 말뜻
심산: 깊은 산
옥루고처: 직역하면 구슬로 꾸민 다락 높은 곳인데, 임금님이 계시는 대궐을 뜻한다 옥황상제가 계시는 하늘 나라의 궁전을 뜻하기도 한다
북두: 북두칠성 북쪽 하늘 큰곰자리(대웅좌)에서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국자 모양의 일곱 별로서 길한 별로 친다 그리고 북두성은 하늘 중심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존귀한 존재에 비유한다
10. 이 몸이 죽어가서
성삼문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 말뜻
봉래산: 발해 가운데에 있다고 전하는 삼신산의 하나 삼신산이란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인데,
우리 나라의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을 이른다고 한다 삼신산에는 신선들이 살고 있으며, 불로초가 있다 하여, 중국의 진시황이 그것을 구하려고 동남동녀 3,000명을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제일봉: 가장 높은 봉우리 최고봉
낙락장송: 가지가 축축 늘어진 키가 큰 정정한 소나무
만건곤: 하늘과 땅에 가득 차다 건은 하늘, 곤은 땅을 뜻한다
독야청청: 나 홀로 푸릇푸릇, 절개의 꿋꿋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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