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連時調

채운(彩韻) 신다회 2009. 9. 19. 04:49
連時調

 

 

 

[맹사성] 강호사시가 :                                                                      

       강호에 봄이드니/ 강호에 녀름이 드니                                          

       강호에 가알이 드니/ 강호에 겨월이 드니                                      

[이 황] 도산십이곡 :                                                                      

六曲之一: 이런달 엇더하며/ 연하(煙霞)에 집을 삼고/                        

         순풍(淳風)이 죽다하니/ 유란(幽蘭)이 재곡(在谷)하니/                    

         산전(山前)에 유대(有臺)하고/ 춘풍(春風)에 화만산(花萬山)하고/    

六曲之二:  천운대 도라드러/ 뇌정(雷霆)이 파산(破山)하여도              

         고인(古人)도 날 못 보고/ 당시(當時)에 녀던 길흘                          

         청산(靑山)은 엇데하야/ 우부(愚夫)도 알며 하거니                        

[이이] 고산구곡가 :                                                                   

         고산 구곡담(九曲潭)을/ 一...관암(冠巖)에 해 빗쵠다./                    

         二...화암(花巖)에 춘만(春滿)커다/ 三취...병(翠屛)에 닙 퍼졌다./    

         四...송애(松崖)에 해 넘는다./ 五...은곡(隱曲)이 보기 됴희/          

         六...조래(釣崍)에 물이 넙다/ 七...풍암(楓巖)에 추색(秋色) 됴탸/    

         八...금난(琴灘)에 달이 밝다./ 九...문산(文山)에 세모(歲暮)커다/    

[정 철] 훈민가(訓民歌)                                                                

         아버님 날 나흐시고/ 님금과 백셩과 하이/ 형아 아애야/                  

         어버이 사라진 제/ 한 몸 둘헤 난화/ 간나해 가난 길흘/                    

         네 아달 효경 니ㄺ 더니/ 마알 사람들아/ 팔목 쥐시거든/                  

         남으로 삼긴 듕의/ 어와 뎌 족하야/ 네 집 상사달흔/                        

         오날도 다 새거나/ 비록 못 니버도/                                              

         쌍뉵(雙六)쟝긔(將碁) 하디마라/ 이고 진 뎌 늘그니/                      

[이현보] 어부가(漁父歌)                                                                

         이 듕에 시름 업스니/ 굽어보니 천심녹수(千尋綠水)/                      

         청하(靑荷)에 밥을 싸고/ 산두(山頭) 한운기(閑雲起)하고/              

         장안(長安)을 도라보니/                                                            

[윤선도] 어부사시사(漁夫四時詞)                                                  

춘사春詞: 압개예 안개 것고/ 날이 덥도다/ 동풍(東風)이 건듣 부니/    

         우는 거시 벅구기가/ 고운 벼ㅌ티 쬐얀는듸/ 셕양(夕陽)이 빗겨시니  

         방초(防草)를 발와 보며/ 취(醉)하야 누얻다가/ 낙시줄 거더노코      

         내일(來日)이 또 업스랴/                                                            

하사夏詞: 구즌 비 머저가고/ 년닙희 밥 싸두고/ 마람 닙희 바람나니/  

         므ㄺ결이 흐리거든/ 만류록음(萬柳綠陰) 어ㄹㅢㄴ 고대/                

         긴 날이 져므는 줄/ 석양(夕陽)이 됴타마는/ 몰괘 우희 그믈 널고      

         밤사이 풍낭(風浪)을/                                                              

추사秋詞: 물외(物外)예 조흔 일이/ 슈국(水國)의 가알이 드니/        

         백운(白雲)이 니러나고/ 그러기 떳난 밧긔/ 은슈ㄴ옥�(銀脣玉尺)이/

         녑바람이 고이 부니/ 흰 이슬 비ㄷ견는데/ 건곤(乾坤)이 제곰인가/    

         옷 우희 서리오대/ 쇼ㅇ간셕실(松間石室)의 가                              

동사: 구룸 거둔 후의/ 주대 다사리고/ 여튼 개ㄷ 고기들히/              

         간밤의 눈갠 후(後)에/ 그믈 낙시 니저 두고/ 단애취벽(丹崖翠壁)이  

         므ㄺ가의 외로운 솔/ 챵쥬오도(滄州吾道)를/ 이와 져므러간다          

[윤선도] 견회요(遣懷謠)                                                            

         슬프다 즐거오나/ 내 일 망녕된 줄/ 경원의 진호루 밖에/                

         뫼흔 길고 길고/ 어버이 그리워할 줄을/                                      

[윤선도] 만흥(漫興)                                                                    

         산수간 바위 아래/ 보리밥 풋나물을/ 잔 들고 혼자 안자                  

         누가 삼정승보다 낫다하더니/ 내 셩(性)이 게으르더니                  

         강산이 됴타 한들/                                                                    

[윤선도] 오우가(五友歌)                                                          

         1. 내 버디 몇이나 하니/ 2. 水 - 구름 빗치 조타 하나/                  

         3. 石 - 고즌 므스 일로/ 4. 松 - 뎌우면 곳 퓌고/                          

         5. 竹 - 나모도 아닌 거시/ 6. 月 - 쟈근 거시 노피 떠셔/                

[김상용] 오륜가(五倫歌)                                                          

         제1수(父子有親) 어버이 자식 사이...                                        

         제2수(君臣有義) 님군을 셤기오데...                                        

         제3수(夫婦有別) 부부라 하온 거시...                                        

         제4수(兄右弟恭) 형제 두 몸이나...                                           

         제5수(朋友有信) 벗을 사괴오데...                                            

[안민영] 매화사(梅花詞)                                                          

         매영(梅影)이 부드친 창(窓)예/ 어리고 셩근 가지(柯枝)/                

         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으로 기약(期約)터니/                        

         황혼의 돗는 달이/ 바람이 눈을 모라/                                          

         져 건너 나부산(羅浮山) 눈속에/ 동각(東閣)에 숨은 꼿치/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 맹사성(孟思誠)


강호(江湖)에 봄이 드니 미친 흥(興)이 절로 난다.
탁료 계변(濁료 溪邊)에 금린어(錦鱗魚)이 안쥬이로다.
이 몸이 한가(閑暇)해름도 역군은(亦軍恩)이샷다.

강호(江湖)에 녀름이 드니 초당(草堂)에 일이 업다.
유신(有信)한 강파(江波)난 보내 나니 바람이로다.
이 몸이 서날해옵도 역군은(亦軍恩)이샷다.

강호(江湖)에 가알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잇다.
소정(小艇)에 그믈 시러 흘니 띄여 더져 두고,
이 몸이 소일(消日)해옴도 역군은(亦軍恩)이샷다.

강호(江湖)에 겨월이 드니 눈 기� 자히 남다.
삿갓 빗기 쓰고 누역으로 오슬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니해옴도 역군은(亦軍恩)이샷다.


<풀이>

春詞: 강호에 봄이 찾아드니 참을 수 없는 흥겨움이 솟구친다.
     탁주 마시며 노는 시냇가에 싱싱한 물고기가 안주로 제격이로구나.
     다 늙은 이 몸이 이렇듯 한가롭게 지냄도 역시 임금의 은혜로다

夏詞: 강호에 여름이 닥치니 초당에 있는 늙은 이내 몸은 할 일이
     별로 없다. 신의 있는 강 물결은 보내는 것이 시원한 강바람이다.
     다 늙은 몸이 이렇듯 서늘하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로다.

秋詞: 강호에 가을이 찾아드니 물고기마다 살이 올랐다. 작은 배에
     그물을 싣고서, 물결 따라 흘러가게 배를 띄워 버려 두고,
     다 늙은 몸이 이렇듯 고기잡이로 세월을 보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로다.

冬詞: 강호에 겨울이 닥치니 쌓인 눈의 깊이가 한 자가 넘는다.
     삿갓을 비스듬히 쓰고 도롱이를 둘러입어 덧올을 삼아, 늙은 몸이
     이렇듯 추위를 모르고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로다.

<해설>

작자가 만년에 벼슬에서 물러나 자연 속에서 임금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즐기는 생활을
계절에 따라 1수씩 읊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시조이다. 

네 수가 같은 구조로 되어있는데, 각 수는  '강호에 - -이 드니'로
시작하여 '역군은 이샷다.'로 끝나며 중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계절에 따라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사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으며
이 모든 것이 다 임금님의 은혜라는 생각은 조선초 유교적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맹사성(孟思誠 : 1360∼1438)

호는 고불(古佛). 고려 말, 조선조의 문신. 권근(權近)의 문하로
문과에 급제하여 고려에 벼슬하다가, 조선조에 들어와 세종 때에는
좌의정을 지냄. 청렴결벽한 생활로 청백리(淸白吏)의 규범이 된.
시조 4수가 전한다.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이황(李滉)


작자가 향리(鄕里) 안동(安東)에 물러가 도산서원(陶山書院)을 세우고
후진을 양성하며 자신의 심경을 읊은 12수의 연시조.
전 6곡은 '언지(言志)' 후 6곡은 '언학(言學)'으로 되어 있다.

도산육곡지일(陶山六曲之一)
 
1. 기일(其一)
이런달 엇더하며 뎌런달 엇더하료
초야우생(草野愚生)이 이러타 엇더하료
하믈며 천석고황(泉石膏황)을 곳텨 무슴 하료.

2. 기이(其二) 
연하(煙霞)에 집을 삼고 풍월(風月)로 벗을 사마
태평성대(太平聖代)에 병(病)으로 늘거나뇌
이 듕에 바라난 일은 허므리나 업고쟈.

3. 기삼(其三) 
순풍(淳風)이 죽다하니 진실(眞實)로 거즈마리
인성(人性)이 어지다 하니 진실(眞實)로 올한 말이
천하(天下)에 허다 영재(許多英才)를 소겨 말솜할가.

4. 기사(其四) 
유란(幽蘭)이 재곡(在谷)하니 자연(自然)이 듯디 됴희
백설(白雪)이 재산(在山)하니 자연(自然)이 보디 됴해
이 듕에 피미일인(彼美一人)을 더옥 닛디 모ㄷ하얘

5. 기오(其五) 
산전(山前)에 유대(有臺)하고 대하(臺下)애 유수(有水)이로다.
떼 만한 갈며기난 오명가명 하거든
엇디다 교교 백구(皎皎白鷗)난 멀리 마삼 하난고

6. 기육(其六) 
춘풍(春風)에 화만산(花萬山)하고 추야(秋夜)에 월만대(月萬臺)라
사시가흥(四時佳興)이 사롬과 한가지라.
하말며 어약연비(魚躍鳶飛) 운영천광(雲影天光)이야 어늬 그지 이슬고.

도산육곡지이(陶山六曲之二)
 
1. 기일(其一) 
천운대 도라드러 완락재 소쇄(瀟灑)한듸
만권(萬卷) 생애(生涯)로 낙사(樂事)이 무궁(無窮)하얘라.
이 중에 왕래(往來) 풍류를 닐러 므슴할고

2. 기이(其二) 
뇌정(雷霆)이 파산(破山)하여도 농자(聾者)는 못 듯나니
백일(白日)일 중천하야도 고자(고者)는 못 보나니
우리는 이목 총명(聰明) 남자로 농고같지 마로리

3. 기삼(其三) 
고인(古人)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봇 뵈
고인을 못 봐도 녀던 길 알페 잇네
녀던 길 알페 잇거든 아니 녀고 엇졀고

4. 기사(其四) 
당시(當時)에 녀던 길흘 몃 할을 버려 두고
어ㄷㅢ 가 다니다가 이제아 도라온고?
이제야 도라오나니 년 듸 마음 마로리.

5. 기오(其五) 
청산(靑山)은 엇데하야 만고(萬古)애 프르르며,
유수(流水)는 엇데하야 주야(晝夜)에 긋디 아니하는고.
우리도 그치디 마라 만고상청(萬古常靑)호리라.

6. 기육(其六) 
우부(愚夫)도 알며 하거니 긔 아니 쉬운가?
성인도 못다 하시니 긔 아니 어려온가?
쉽거나 어렵거나 중에 늙는 줄을 몰래라.

<풀이>

도산육곡지일

1.
이렇게 산들 어떠하며, 저렇게 산들 어떠한가
초야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서생이 이렇게 산들 어떠할 것인가.
하물며 자연을 몹시 사랑하는 병을 고쳐서 무엇하리

2.
안개와 놀을 집으로 삼고 풍월을 친구로 삼아
태평성대에 병으로 늙어가지만
이 중에 바라는 일은 사람의 허물이나 없었으면...

3.
예부터 내려오는 순수한 풍습이 줄어 없어지고
사람의 성품이 악하다고 하니 이것은 참으로 거짓이다.
인간의 성품은 본디부터 어질다고 하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러므로 착한 성품으로 순수한 풍습을 이룰 수 있는 것을
그렇지 않다고 많은 슬기로운 사람(영재)을 속여서 말할 수 있을까?

4.
그윽한 난초가 골짜기에 피어 있으니 듣기 좋아
흰눈이 산에 가득하니 자연이 보기 좋아
이 중에 저 아름다운 한 사람을 더욱 잊지 못하네

5.
산 앞에 높은 대가 있고, 대 아래에 물이 흐르는구나.
떼를 지어 갈매기는 오락가락 하거든
어찌하여 희고 깨끗한 갈매기는 나로부터 멀리 마음을 두는고

6.
봄바람에 꽃은 산에 가득 피어 있고, 가을밤에는
달빛이 누대에 가득하니,
춘하추동 사계절이 각기 지닌 멋은 사람의 흥겨워함과도 같구나.
더구나 고기는 물에서 뛰놀고, 소리개는 하늘을 날으니
흘러가는 구름은 그림을 남기고, 밝은 햇빛은 온 누리를 비추는
저 대자연의 아름다운 조화에 어찌 한도가 있을 수 있겠는가.

도산육곡지이

1.
천운대를 돌아서 들어가니, 완락재가 아담하고 깨끗이 서 있는데,
거기서 수많은 책 벗삼아 한평생을 보내는 즐거움이란 무궁무진하구나.
이렇게 지내면서 때때로 바깥을 거니는 재미를 새삼 말해서 무엇하랴?

2.
우뢰 소리가 산을 깨뜨릴 듯이 심하게 울어도 귀머거리는 못 듯네
밝은 해가 하늘 높이 올라도 눈 먼 사람은 보지 못하네
우리는 귀와 눈이 밝은 남자가 되어야 하리

3.
옛 어른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나도 그분들을 못 보네
그러나 그분들이 행하던 길은 아직도 앞에 놓여 있네
그렇듯 올바른 길이 우리 앞에 있는데 그를 따르지 않고 어찌할고?

4.
그 때 뜻을 세우고 학문 수양에 힘쓰던 길을 몇 해씩이나 버려 두고
어디에 가서 무엇하다가 이제야 돌아왔는고?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다른 곳에 마음 두지 말고
옛날에 하던 학문 수양하리라

5.
푸른 산은 어찌하여 오래오래 푸르며,
흐르는 물은 어찌하여 늘 그치지 아니하느냐?
우리도 그치지 말고 영원히 푸르도록 하리라.

6.
어리석은 자도 알아서 행하니 학문의 길이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성인도 다하지 못하는 법이니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쉽든 어렵든 간에 학문을 닦는 생활 속에 늙는 줄을 모르겠다.


<해설>
 
전 6 곡  언지<言志> ; 사물에 접하는 감흥을 노래한 부분
후 6 곡  언학<言學> ; 학문과 수양에 임하는 마음을 노래

주제 : 부단한 학문과 인격 수양

 
도산십이곡은 이 도산 노인의 소작이다. 노인이 이를 지음은
우리 동방 가곡은 상스러운 소리가 많아 쳐들어 말할 거리가
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한림별곡 같은 것들이 문사들에게 불리우는데,
그것이 호기를 뽐내며 방탕할 뿐더러 행동이 무례하고 장난기가 섞여
도저히 군자의 소의가 아니다. (중략)
지금의 시가 옛적의 시와는 달라서 음영(吟詠)하기에는 좋아도
노래로 부르기에는 적합하지 못하여, 이를 노래로 부르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우리말로써 지어야 되니 이 나라 백성들이 부를 음절이므로
그렇지 않을 수가 없다. (중략)
도산12곡을 아이들로 하여금 아침 저녁으로 익혀 부르게 하며,
의자에 기대어 듣고자 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노래하며
이에 맞추어 춤추게 하려 함이다. ('퇴계집' 권43 내용)

제1곡은 세상의 명리(名利)를 떠나 자연에 묻혀 한가로이 사는 생활을
그린 것이다. 이미 세속의 일을 떠나 자연에 묻혔으니,
아무렇게 산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초야우생'(자연에 묻혀 사는
자신을 겸손하게 일컫는 말)과 '천석고황'(자연을 깊이 사랑하는 병)이
서로 어울려 지극한 자연 사랑을 잘 나타내고 있다.

제11곡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의지와 끊임없는 학문 수행으로 '만고상청'
하겠다는 의지와 결의를 나타내었다. 청산은 만고에 푸르러 영원하며,
유수도 주야로 그치지 않아 영원한데, 인간은 어찌하여 순간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가? 우리도 청산이나 유수같이 언제나 푸르러
그치지 않겠다고 노래한다. 만고 상청이란 끊임없는 학문 수양으로
영원한 진리의 세계에 사는 것이며, 옛 성현과 같이 이름을 수세에 영원히
남기는 거이기도 하다.

이황(李滉 : 1501∼1570)

호는 퇴계(退溪). 명종 때의 유학자로 조선 儒學의 大宗.
벼슬이 좌찬성에 이르렀으며, 뒤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도산 서원(陶山書院)을 짓고 후진의 양성에 전념함.
율곡과 함께 성리학의 쌍벽을 이룸. 시조 13수가 전한다.



고산구곡가

                     - 율곡 이이


-고산구곡가를 짓게 된 동기
고산 구곡담(九曲潭)을 사람이 몰으든이
주모복거(誅茅卜居)하니 벗님네 다 오신다.
어즙어 무이(武夷)를 상상하고 학주자(學朱子)를 하리라.
 
1-관암(冠巖)에서의 아침풍경
일곡(一曲)은 어드메오 관암(冠巖)에 해 빗쵠다.
평무(平蕪)에 내 거든이 원근이 그림이로다.
송간(松間)에 녹준(綠樽)을 녹코 벗 온 양 보노라

2-화암(花巖)에서의 늦은 아침의 절경 
이곡(二曲)은 어듸메오 화암(花巖)에 춘만(春滿)커다
벽파(碧波)에 꽃을 띄워 야외로 보내노라.
사람이 승지(勝地)를 모로니 알게 한들 엇더하리.

3-취병(翠屛)의 여름풍경에 대한 감탄
삼곡(三曲)은 어드메오 취병(翠屛)에 닙 퍼졌다.
녹수에 산조(山鳥)는 하상기음(下上其音)하는 적의
반송(盤松)이 수청풍(受淸風)한이 녀름 경(景)이 업세라
 
4-송애(松崖)에서의 황혼녘의 절경
사곡(四曲)은 어듸메오 송애(松崖)에 해 넘는다.
담심암영(潭心巖影)은 온갓 빗이 잠겨셰라.
임천(林泉)이 깁도록 됴흐니 흥을 겨워 하노라.

5-맑은 수변 정사(精舍)에서의 영월음풍
오곡(五曲)은 어듸메오 은곡(隱曲)이 보기 됴희
수변정사(水邊精舍)는 소쇄(瀟灑)함도 가이 없다.
이 중에 강학(講學)도 하려니와 영월음풍하오리다.
 
6-조협(釣峽)에서의 풍류
육곡(六曲)은 어듸메오 조래(釣崍)에 물이 넙다
나와 고기와 뉘야 더옥 즐기는고
황혼에 낙대를 메고 대월귀(帶月歸)를 하노라.
 
7-풍암(楓巖)의 가을 경치에 대한 감탄
칠곡(七曲)은 어듸메오 풍암(楓巖)에 추색(秋色) 됴탸
청상(淸霜)이 넙게 치니 절벽이 금수(錦繡)이로다
한암(寒巖)에 혼자 앉아 집을 잊고 잇노라.

8-금탄(琴灘)
팔곡(八曲)은 어듸메오 금난(琴灘)에 달이 밝다.
옥진금미(玉軫金微)로 수삼곡을 노래하니
고조(古調)를 알니 없으니 혼자 즐겨 하노라.

9-문산(文山)
구곡(九曲)은 어듸메오 문산(文山)에 세모(歲暮)커다
기암괴석(奇巖怪石)이 눈 속에 뭇쳐셰라.
유인(遊人)은 오지 아니하고 볼 것 없다 하더라.
  
 
<풀이>

고산의 아홉 굽이 도는 계곡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모르더니
풀을 베고 터를 잡아 집을 짓고 사니 벗님네 모두들 찾아오는구나.
아! 무이산에서 후학을 가르친 주자를 생각하고 주자의 학문을 배우리라. 

일곡은 어디인가? 갓머리처럼 우뚝 소은 바위에 아침 해가 비치는구나.
잡초 무성한 들판에 안개가 걷히니, 먼 곳 가까운 곳 가릴 것 없이
그림같이 아름답구나
소나무 푸른 숲 사이에 맛좋은 술이 담긴 술통을 놓고
벗들이 찾아오는 모습을 바라보노라.

* '관암'이라는 바위 근처에서 아침 해를 맞는 풍경을 묘사하였다.
아침 해가 솟아 오르면서 뿌연 안개가 걷히는 들판과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먼 산의 경치가 시각적인 이미지를 낳고 있다.
이 모든 풍경을 감상하며 맛좋은 술을 준비해 놓고 자신과 함께
풍류를 나눌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 계곡은 어디인가? 화암 꽃바위의 늦봄 경치로다.
푸른 물결 위에 꽃을 띄어 멀리 산 밖의 들로 보낸다.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곳을 모르니 (꽃을 띄워 보내) 알게 하면
어떻겠는가?
 
세 번째 계곡은 어디인가?
푸른 병풍인 듯 펼쳐져 있는 절벽에 녹음이 짙어졌다.
푸른 숲 속에서 산새들은 높이락 낮추락 노래를 부르는데
키 작은 소나무가 맑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으니 여름 풍경이 따로 없구나.
 
*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 위에는 짙은 녹음이 드리워져 있고,
이따금 산새들의 높고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오며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작은 소나무를 흔들어 놓는다.
얼마나 운치있는 한 폭의 산수화인가? 소나무 가지에 맑은 바람이 부는
취병의 여름 같지 않은 시원한 정경을 노래하고 있는데,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대한 작자의 섬세한 심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네 번째 계곡은 어디인가? 소나무 선 절벽 너머로 해가 지는구나.
깊은 물 한가운데 비친 바위 그림자는 온갖 빛으로 잠기었도다.
숲 속의 샘이 깊을수록 좋으니 흥겨움을 이기지 못하겠구나.
 
* 맑은 물 위에 비친 해질녘의 산 그림자를 노래하였다.
중장의 '온갖 빗치'란, 노을이 진 하늘빛을 배경으로
절벽에 선 소나무의 모습이 한데 어우려져 맑은 물을 물들이고 있다는
표현이다. 작자의 자연 정경에 대한 풍부한 시각적 이미지가 담겨 있다.
 
다섯 번째 계곡은 어디인가? 으슥하게 펼쳐진 계곡이 보기가 좋구나.
물가에 지어 놓은 정사가 맑고 깨끗한 것이 그지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학문을 연구하려니와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기리라.
 
산 속이 깊어 으슥한 모양의 여러 바위들이 병풍을 드리운 것처럼
계곡을 이루었고, 그 아래 물가에 서 있는 정자 하나는 한적함을
만들어준다. 이 가운데서 학문을 연구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시와 풍류를 즐기리라는 작자의 유학자다운 면모가 나타나 있다.
 
여섯 번째 계곡은 어디인가?
낚시하기에 좋은 골짜기에 물이 넓게 많이 고여 있다.
나와 물고기 중 누가 더욱 즐기고 있는가?
황혼녘에 낚싯대를 메고 달빛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노라.

* 맑은 물이 고인 계곡에서 한가롭게 낚시를 하며 자연의 경치를
읊은 부분이다. 깨끗한 물에서 물고기와 함께 장난을 하는
작자의 모습에서 '물아일체(物我一體)'와 물심일여(物心一如)'가
나타난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가, 황혼녘에서 유유히
낚싯대를 어깨에 메고 환한 달빛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참으로 여유있고 넉넉한 심경(心景)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일곱 번째 계곡은 어디인가? 단풍으로 덮인 바위에 서린
가을 빛이 좋구나. 맑은 서리가 엷게 드리우니 단풍에 덮인 바위가
마치 비단처럼 아름답구나.
시원한 바위에 혼자 앉아서 집에 돌아갈 생각마저 잊었노라.
 
* 높은 산의 가을 정취를 감상하며 읊은 노래로, 중장에서는
그 특색있는 경치의 아름다움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집에 돌아갈 생각마저 잊고서 아름다운 계곡에 흠뻑 빠져 있는
작자의 경이감이 생동감 있게 흐르고 있다.
유유자적한 풍류를 즐기고 있는 생활을 묘사한 한정가(閑情歌)이다.
 
여덟 번째 계곡은 어디인가?
거문고 타는 소리를 내며 흐르는 여울목에 달이 밝다.
좋은 거문고로 서너 곡조를 탔지만.
운치 높은 옛 가락을 알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듣고 즐기노라

아홉 번째 계곡은 어디인가?
문산에 한 해가 저무는구나. 기이하게 생긴 바위와 돌이 눈 속에
묻혀 버릴까 걱정이 되는구나
이리저리 놀러 다니는 사람은 오지 아니하고 볼 것 없다 하더라.


이 작품을 화제로 김수증과 정선이 '고산구곡도'를
그렸는데, 전자에는 우암 송시열의 한역시가 5언4구로 1곡에서 9곡까지
있고, 후자에는 우암, 김수항, 송도원, 정중순, 이자삼, 김수증, 김자익,
권상하, 이동보, 송서구의 순으로 7언 4구의 한역시가 들어있다.
이황의 '도산십이곡'과 함께 쌍벽을 이룬다.

출전 : '해동가요', '청구영언', '병와가곡집'


<해설>
 
'고산구곡가'는 이이가 선조 10년 42세의 나이로 해주로 퇴거하여
선적봉과 진암산 두산 사이를 흐르는 구곡 유수의 제오곡인
고산 석담에 복거하고 그 다음해 여기에 은병정사를 세워 은거하면서
제자들의 교육에 힘쓰고 있을 때, 그곳에서의 생활을 노래한 것으로,
주희의 '무이도가'(武夷九曲)를 본떠서 지었다는 총 10수의 연시조이다.
 
序詩에 이어 관암(寬巖), 화암(花巖), 취병(翠屛), 송애(松崖), 은병(隱屛),
조협(釣峽), 풍암(風巖), 금탄(琴灘), 문산(文山)의 구곡을 노래했는데,
그것은 지명인 동시에 특색도 설명되어 있다.
 
각연의 제재 및 주제
 
[1] 고산구곡담(高山九曲潭) - 고산구곡가를 짓게 된 동기
[2] 관암(冠巖) - 학문의 세계에 들어오지 않는 자에 대한 경계
[3] 화암(花巖) - 관암의 아침 경치
[4] 취병(翠屛) - 화암의 늦봄 경치
[5] 송애(松崖) - 송애의 저물 무렵 못에 비친 아름다운 암영(巖影)
[6] 은병(隱屛) - 수변정사(水邊精舍)에서의 강학(講學)과
                 영월음풍(詠月吟風)
[7] 조협(釣峽) - 조대의 야경 
[8] 풍암(楓巖) - 풍암의 가을 경치
[9] 금탄(琴灘) - 탄금의 여울물 소리 
[10] 문산(文山)- 문산의 눈덮인 경치
 
작자 : 이이(李珥;1536∼1584)
출전 : 해동가요, 청구영언, 병와가곡집
종류 : 연시조(10수)                 
성격 : 교훈적, 유교적
제재 : 석담 수양산의 풍광(風光)
주제 : 강학(講學)의 즐거움과 고산(高山)의 아름다움
 
 

훈민가(訓民歌)

                       - 정철(鄭澈)


아버님 날 나흐시고 어마님 날 기라시니
두분 곳 아니면 이 몸이 사라시랴.
하날 가탄 은덕을 어대 다혀 갑사오리.

님금과 백셩과 하이 하날과 따히로대.
내의 셜운 일랄 다 아로려 하시거든
우린달 살진 미나리랄 혼자 엇디 머그리.

형아 아애야 네 살알 만져 보와
뉘손대 타나관대 양재조차 가타산다.
한� 먹고 길러나이셔 닷 마암을 먹디 마라.

어버이 사라진 제 셤길일란 다하여라.
디나간 후면 애닯다 엇디 하리
평 에 곳텨 못할 일이 잇뿐인가 하노라.

한 몸 둘헤 난화 부부랄 삼기실샤.
이신 제 함ㄲㅢ 늙고 주그면 한대 간다.
어대셔 망녕의 꺼시 눈 눈흘그이려 하나뇨.

간나해 가난 길흘 사나해 에도다시,
사나희 녜난 길을 계집이 �도다시,
제 남진 제 계집 아니어든 일홈 묻디 마오려.

네 아달 효경 니ㄺ더니 어도록 배환나니,
내 아달 쇼학은 모래면 마찰로다.
어내제 이 두 글 배화 어딜거든 보려뇨.

마알 사람들아 올한 일 하쟈사라.
사람이 되여나셔 올티옷 못하면
마쇼랄 갓 곳갈 ㅅㅢ워 밥 머기나 다라랴.

팔목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바티리라.
나갈대 겨시거든 막대 들고 조차리라.
향음쥬(鄕飮酒) 다 파한 후에 뫼셔 가려 하노라.

남으로 삼긴 듕의 벗갓티 유신(有信)하랴.
내의 왼 일랄 다 닐오려 하노매라.
이 몸이 벗님 곳 아니면 사람되미 쉬올가.

어와 뎌 족하야 밥 업시 엇디 할고.
어와 뎌 아자바 옷 업시 엇디 할고.
머흔 일 다 닐러사라 돌보고져 하노라.

네 집 상사달흔 어도록 찰호산다.
네 딸 셔방은 언제나 마치나산다.
내게도 업다커니와 돌보고져 하노라.

오날도 다 새거나 호미 메오 가쟈사라.
내 논 다 매여든 네 논 졈 매어 주마.
올길해 뽕 따다가 누에 먹켜 보쟈사라.

비록 못 니버도 나미 옷살 앗디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나미 밥을 비디 마라.
한적곳 때 시한 희면 고텨 씻기 어려우리.

쌍뉵(雙六) 쟝긔(將碁) 하디 마라 숑사(訟事) 글월 하디 마라.
집 배야 므슴하며 나매 원슈 될 줄 엇디,
나라히 법을 셰우샤 죄 잇난 줄 모로난다.

이고 진 뎌 늘그니 짐 프러 나를 주오.
나  졈엇꺼니 돌히라 무거올가.
늘거도 셜웨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가.


<해설>

작자가 강원도 관찰사로 재직할 당시 백성들을 교유(敎諭),
계몽하기 위하여 유교의 윤리를 주제로한 전 16수의 연시조.

가나해 : 계집아이
가쟈사라 : 가자꾸나.
가타산다 : 같은가.
  '-ㄴ다'는 의문 종지형.
갓디 : 빼앗지.
갑사오리 : 갚겠습니까.
  '-사오'는 존칭 보조어간.
고텨 : 다시.
곳갈 : 고깔.
길러나이셔 : 걸너나서.
길할 : 길(道)을.
나갈대 겨시거든 : 나가시는 일이 있거든.
남진 : 남편.
녜난 : 가는
뉘손대 : 누구에게.
닐러사라 : 말하려무나.
닐오려 : 말하려.
니ㄺ더니 : 읽더니.
댜혀 : 에다.
닷 마암 : 딴 마음.
돌히라 : 돌(石) 이라고.
둘에 난화 : 둘로 나눠.
따히로대 : 땅이로되,
때 시란 : 때가 묻은. 되를 짓는다는 말.
마쇼 : 말(馬), 소(牛).
마오려 : 마십시오.
마찰로다 : 마칠 것이로다.
마치나산다 : 맞이하게 되는가.
막대 : 지팡막대.
망녕의 꺼시 : 망려한 것이.
매여든 : 매거든.
머흔일 : 궂은일
모로난다 : 모르느댜.
므슴 : 무엇.
배환나니 : 배웠느냐.
비디 : 빌지.
사나해 : 사나이.
사나희 : 사나이의
삼기실샤 : 생겨나게 하시사.
상뉵 : 노름의 한가지.
상사다른 : 상사(喪事)들은.
새거다 : 새었다. '-거다'는 감탄 종지형.
셀웨라커든 : 슬프다 하겠거든.
쇼학(小學) : 유자징(劉子澄)이
숑사 글월 : 송사문(訟事文). 고소문.
주희(朱熹)의 가르침을 받아 지은 책.
  남녀의 언행에 대한 예법을 주로
  고금의 책에서 뽑아 편찬했음.
ㅅㅢ워 : 씌워
아로려 : 알려고.
아자바 : 아재비야.
양재 : 모양.
어내제 : 어느 때.
어도록 : 얼마쯤.
어드록 : 어떻게.
엇디 : '어찌하랴'의 준말.
에도다시 : 삥 둘러 돌아가듯이
올길해 : 돌아오는 길에.
올티옷 : 옳지 곳
왼이랄 : 그른 일을.
유신하랴 : 신의가 있으랴.
이고 진 : 머리에 이고 등에 진.
이신 제 : 있을 동안.
일홈 : 이름.
쟝기 : 장기
졈 : 좀
졈엇꺼니 : 젊었거니.
조차리라 : 따르리라.
족하 : 조카
집 배야 : 집안이 어물어져서.
  '배야'는 탕진하다의 뜻.
찰호산다 : 차리는가.
�도다시 : 치우쳐 돌아가듯이.
  '�'는 '偏'의 뜻인 접두사.
타나관대 : 태어났기에.
팔목 쥐시거든 : (어른이) 기거할 때 만일
  팔목을 쥐시는 일이 있거든.
하나뇨 : 하느냐.
하노매라 : 하는구나.
하쟈사라 : 하자꾸나.
하적곳 : 한번만.
향음쥬 : 마을 삶들이 어른들을 모시고
  읍양의 예를 주고받고 주연하는 예식.
호ㅁㅢ 메오 : 호미 메고.
효경(孝經) : 공자(孔子)가 증자(曾子)에게
  효도에 대하여 한 말을 기록한 책.

구성 : 송의 진고령(陳古靈)이 지은 '선거권유문(仙居勸諭文)'
       13조목에다, 군신, 장유, 붕우 3조목을 추가하여 지은 연시조
 
仙居勸諭文 - 선거권유문은 진양(陳襄)이 선거 고을의 宰가 되어 쓴 것임.

父義母慈,  兄友弟恭, 子孝,  夫婦有恩, 男女有別,  子弟有學,
鄕閭有禮,  貧窮患亂에 親戚이 相救, 婚姻死喪에 隣里 相救,
無惰農桑,  無作盜賊, 無學賭博,  無好乎訟, 無以惡凌善, 無以富呑貧,
行讓路,   耕者讓畔 斑白者不負戴於道路 則, 爲禮義之俗矣라


내용 : 45세 때 강원도 관찰사 재직시 백성을 교유, 계몽하기 위해 지은
       교훈가
특징 : 백성의 교화를 위한 것으로 계몽적, 교훈적
       평이한 시어로 인정의 기미가 있어 감동을 느끼게 한다.
       끝맺음을 청유형, 명령형으로하여 설득하는 내용의 글이다.
구조 : 이중구조
       훈민가 자체는 백성들을 교화하기 위한 창작 작품이지만,
       한 수 한 수의 작품은 '나-너'의 관계(백성과 백성과)가
       선명히 부각되고 있다.

       백성 1---------- 노래 ---------- 백성 2
                         ↓                ↓
       송강------------ 훈민가 -------- 강원도 백성

제1수는 부모님의 높고 크신 은덕을 찬양하며
마땅히 '효(孝)'로써 평생을 섬겨야 함을 강조한 시조이다.

제4수는 살아계실 때 부모님께 효도할 것을 권유한 글이다.
유교적 윤리에서는 '효를 백행의 근본으로 삼는데, 효의 근본 정신은
살아 계신 어버이를 봉양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제13수는 논밭 갈고 뽕나무 길고 누에 키우는 일을 시화하여
근면과 상부상조(相扶相助)를 직설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제16수는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을 섬기고자 하는 정성과,
노인에 대한 연민의 정과 경로사상을 아울러 일깨워 주고 있다.

정철(鄭澈 : 1536∼1593)

호는 송강(松江). 이이(李珥), 성혼(成渾)등과 사귀었고,
서인(西人)의 거두가 되어, 여러 곳으로 유배되면서 그의 문학적 활동이
뛰어났고, 특히 가사에 으뜸이었음. 저서로 '송강가사'와 '송강집'이 있고,
시조 93수가 전하여지고 있다.



어부가(漁父歌)
                           - 이현보(李賢輔)
1.
이 듕에 시름 업스니 어부(漁父)의 생애이로다.
일엽편주(一葉片舟)를 만경파(萬頃波)에 띄워 두고
인세(人世)를 다 니젯거니 날 가는줄을 안가.

<풀이>
 
이 중에 시름없으니 어부의 삶이로다.
작은 배를 일렁이는 파도 위에 띄워 놓고
인간 세상의 시름을 다 잊었거니 세월가는 줄을 알 것인가.

주제 : 자연과의 합일된 상태 (물아일체의 경지)

2.
굽어보니 천심녹수(千尋綠水) 도라보니 만첩청산(萬疊靑山)
십장홍진(十丈紅塵)이 언마나 가렷는고
강호(江湖)에 월백(月白)하거든 더욱 무심하여라.

<풀이>

굽어 보니 천길이나 되는 푸른 물, 돌아보니 첩첩하게 겹쳐 있는 청산
열길이나 되는 세상의 티끌 얼마나 가렸는고
강호에 달이 밝거든 더욱 욕심없어라.

주제 : 무욕(무심)

3.
청하(靑荷)에 밥을 싸고 녹류(綠柳)에 고기 꿰어
노적(蘆荻)화총(花叢)에 배 매여 두엇시니
두어라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를 어늬 분이 아로실고

청하 : 푸른 연(蓮)
녹류 : 푸른 버들
노적 : 갈대와 물억새
화총 : 꽃 묶음
일반청의미 : 보통 맑음의 맛

4.
산두(山頭) 한운기(閑雲起)하고 수중(水中) 백구비(白鷗飛)라
무심(無心)코 다정하기 이 두 것이로다.
일생(一生)에 시름을 잊고 너를 좇아 놀리라.

한운거 : 한가로이 구름이 날고

<풀이>

산머리에 구름이 한가하게 날고, 물가운데 흰 갈매기가 나는구나
무심하고 다정하기가 이 둘이 그렇구나
일생에 시름을 잊고 너를 좇으며 놀고 싶구나.

주제 : 시름을 잊은 한가한 생활의 추구

5.
장안(長安)을 도라보니 북관(北關)이 천리로다.
어주(魚舟)에 누엇신들 이즐 새가 이슬쇼냐.
두어라 내 시름 아니라 제세현인(濟世賢人)이 업스랴.

제세현인(濟世賢人) : 세상을 구제할 현명한 이
출전 : 청구영언



어부사시사(漁夫四時詞)  

                   - 윤선도  


춘사(春詞)

[1]
압개예 안개 것고 뒤ㄷ뫼희 해 비췬다
배떠라 배떠라
밤믈은 거의 디고 낟믈이 미러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강촌(江村) 온갓 고지 먼 비치 더옥 됴타

[2]
날이 덥도다 믈 우희 고기 떳다
닫드러라 닫드러라
갈며기 둘식세식 오락가락 하느고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낫대는 쥐여잇다 탁쥬ㅅ병(濁酒甁) 시럿나냐

[3]
동풍(東風)이 건듣 부니 므ㄺ결이 고이 닌다
돋다라라 돋다라라
동호(東胡)를 도라보며 셔호(西湖)로 가쟈스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압뫼히 디나가고 뒷뫼히 나아온다

[4]
우는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이어라 이어라
어촌(漁村) 두 어 집이 냇속의 나락들락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말가한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뛰노나다

[5]
고운 벼ㄷ티 쬐얀는듸 므ㄺ결이 기름갓다
이어라 이어라
그믈을 주어듀라 낙시를 노흘일가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탁영가(濯영歌)의 흥(興)이 나니 고기도 니즐로다

[6]
셕양(夕陽)이 빗겨시니 그만하야 도라가쟈
돋디여라 돋디여라
안류(岸柳) 뎡화(汀化)는 고비고비 새롭고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삼공(三公)을 불리소냐 만사(萬事)를 생각하랴

[7]
방초(防草)를 발와 보며 난지(蘭芷)도 뜨더보쟈
배셰여라 배셰여라
일엽편주(一葉片舟)에 시른 거시 므스것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갈 제난 내뿐이오 올 제난 달 뿐이로다

[8]
취(醉)하야 누얻다가 여흘 아래 나리려다
배매여라 배매여라
락홍(落紅)이 흘러오니 도원(桃源)이 갓갑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세홍딘(人世紅塵)이 언메나 가렷나니

[9]
낙시줄 거더노코 봉창(봉窓) 이 달을 보쟈
닫디여라 닫디여라
하마 밤들거냐 쟈규(子規)소리 말게 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나믄 흥(興)이 무궁(無窮)하니 갈 길흘 니젓땃다

[10]
내일(來日)이 또 업스랴 봄밤이 몃덛새리
배브텨라 배브텨라
낫대로 막대삼고 시비(柴扉)를 차자보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부 생애(漁父生涯)는 이렁구리 디낼로다


하사(夏詞)

[1]
구즌 비 머저가고 시내ㄷ물이 맑아 온다
배떠라 배떠라
낫대를 두러 메니 기픈 흥(興)을 금(禁) 못 할되장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연강첩쟝(沿江疊장)은 뉘라셔 그려낸고

[2]
년닙희 밥 싸두고 반찬으란 쟝만마라
닫드러라 닫드러라
청약립(靑蒻笠)은 써 잇노라 녹사의(綠蓑依) 가져오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엇더타 무심(無心)한 백구(白駒)는 내 좃난가 제 좃난가

[3]
마람 닙희 바람나니 봉창(봉窓)이 서늘코야
돋다다라 돋다다라
녀름바람 뎡할소냐 가는 대로 배시켜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븍포 남강(北浦南江) 이 어디 아니 됴흘러니

[4]
므ㄺ결이 흐리거든 발을 싯다 엇더하리
이어라 이어라
오강(吳江)의 가쟈하니 천년노도(千年怒濤) 슬플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초강(楚江)의 가쟈 하니 어복튱혼(漁腹忠混) 낟글셰라

[5]
만류록음(萬柳綠陰) 어ㄹㅢㄴ 고대 일편태긔(一便苔磯) 긔특(奇特)하다
이어라 이어라
다리예 다 닫가든 어인쟁도(漁人爭渡) 허믈마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학발로옹(鶴髮老翁) 만나거든 뢰택양거(雷澤讓居) 효측(效側)하쟈

[6]
긴 날이 져므는 줄 흥(興)의 미쳐 모르도다
돋디여라 돋디여라
뱃대를 두드리고 슈됴가(水釣歌)를 블러 보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애내 셩듕에 만고심(萬古心)을 긔 뉘알고

[7]
석양(夕陽)이 됴타마는 황혼(黃昏)이 갓깁거다
배셰여라 배셰여라
바회 우희에 구븐 길 솔 아래 빗겨 잇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벽슈앵셩(碧樹鶯聲)이 곧곧이 들리나다

[8]
몰괘 우희 그믈 널고 둠 미틔 누어 쉬쟈
배매어라 배매어라
모괴를 뮈ㅂ다 하랴 창승(蒼蠅)과 엇더하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다만 한 근심은 상대부(桑大夫) 드르려다

[9]
밤 사이 풍낭(風浪)을 미리 어이 짐쟉하리
닫디여라 닫디여라
야도횡쥬(夜渡橫舟)도 진실로 어여ㄷ브다
와실(蝸室)을 바라보니 백운(白雲)이 둘러잇다
배븟텨라 배븟텨라
부들부체 가라 쥐고 셕경(石逕)으로 올라가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옹(漁翁)이 한가(閑暇)터냐 이거시 구실이라


추사(秋詞)

[1]
물외(物外)예 조흔 일이 어부 생애(漁夫生涯) 아니러냐
배떠라 배떠라
어옹(漁翁)을 웃지마라 그림마다 그럿더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사시가흥(四時佳興)이 한가지나 추강(秋江)이 읏듬이라

[2]
슈국(水國)의 가알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이ㄷ다
닫드러라 닫드러라
만경딩파(萬頃 波)의 슬카지 용여(容與)하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술취코 인간(人間)을 도랴보니 머도록 더옥 됴타

[3]
백운(白雲)이 니러나고 나모 긋티 흐느긴다
돋다라라 돋다라라
밀믈의 셔호(西湖)이 오 혈믈의 동호(洞湖)가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백빈홍료(白빈紅蓼)는 곳마다 경(景)이로다

[4]
그러기 떳난 밧긔 못 보던 뫼 뵈난고야
이어라 이어라
낙시질도 하려니와 취(趣)한 거시 이 흥(興)이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셕양(夕陽)이 바애니 쳔산(天山)이 금슈(金繡)이로다

[5]
은슈ㄴ옥�(銀脣玉尺)이 몃치나 걸럿나니
이어라 이어라
로화(蘆花)의 블부러 갈해야 구어 노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딜병을 거후리혀 박구기예 브어 다고
 
[6]
녑바람이 고이 부니 다론 돋긔 도라와다
돋디여라 돋디여라
명색(瞑色)은 나아오대 �흥(淸興)은 머러 이ㄷ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홍슈(紅樹) �강(淸江)이 슬ㅁㅢ디도 아니한다

[7]
흰 이슬 비ㄷ견는데 발근 달 도다온다
배셰여라 배셰여라
봉황루(鳳凰樓) 묘연(杳然)하니 �광(淸光)을 눌을 줄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옥토(玉 )의 띤는 약(藥)을 호객(豪客)을 먹이고쟈

[8]
건곤(乾坤)이 제곰인가 이거시 어드메오
배매여라 배매여라
셔풍딘(西風진) 모ㄷ미츠니 부체하야 머엇하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드론 말이 업서시니 귀시서 머엇하리

[9]
옷 우희 서리오대 치운 줄을 몰 올로다
닫디여라 닫디여라
됴강(釣江)이 좁다 하나 부셰(浮世)와 얻더하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두어라 내일도 이리 하고 모래도 이리 하쟈

[10]
숑간셕실(松間石室)의 가 효월(曉月)을 보쟈 하니
배브텨라 배브텨라
공산락엽(空山落葉)의 길흘 엇디 아라볼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백운(白雲)이 좃차오니 녀라의(女蘿依) 므겁고야


동사(冬飼)

[1]
구룸 거둔 후의 �비ㄷ치 두텁거다
배떠라 배떠라
텬디폐색(天地閉塞)하대 바다흔 의구(依舊)하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가업고 가업쏜 므ㄺ결이 깁편난 닷 하여잇다

[2]
주대 다사리고 뱃밥을 박아ㄷ나냐
닫드러라 닫드러라
쇼샹(瀟湘) 동뎡(洞정)은 그믈이 언다 하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이때예 어됴(漁釣)하기 이만한 듸 업도다

[3]
여튼 개ㄷ 고기들히 먼 소해 다 갇나니
돋다라라 돋다라라
져근덛 날 됴흔 제 바탕의 나가보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밋기 곧다오면 굴근 고기 믄다 한다

[4]
간밤의 눈갠 후(後)에 경물(景物)이 달라ㄷ고야
이어라 이어라
압희난 만경유리(萬頃琉璃) 뒤희난 천�옥산(天疊玉山)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션계(仙界)ㄴ가 불계(佛界)ㄴ가 인간(人間)이 아니로다

[5]
그믈 낙시 니저 두고 뱃젼을 두드린다
이어라 이어라
압개를 건너고쟈 며ㄷ 번이나 혜여본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단(無端)한 된바람이 행혀 아니 부러올까
돋디여라 돋디여라
압길히 어두우니 모셜(暮雪)이 자자�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압디(鵝鴨池)를 뉘텨서 초목참(草木斬)을 싣돋던고

[6]
단애취벽(丹崖翠壁)이 화병(畵屛) 갇티 둘럿는듸
배셰여라 배셰여라
거구셰린(巨口細鱗)을 낟그나 몬 낟그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고주사립(孤舟蓑笠)에 흥(興)계워 안잣노라

[7]
므ㄺ가의 외로운 솔 혼자 어이 ㅅㅢㄱㅅㅢㄱ한고
배매여라 배매여라
머흔 구룸 한(恨)티 마라 셰샹(世上)을 가리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파랑셩(波浪聲)을 염(厭)티 마라 딘훤(진暄)을 막는도다

[8]
챵쥬오도(滄州吾道)를 녜브터 닐런더라
닫디여라 닫디여라
칠리(七里) 여흘 양피(羊皮) 옷슨 긔 얻더 하니런고
직구총 지국총 어사와
삼쳔뉵백(三千六白) 낙시질은 손 고븐 제 엇더턴고

[9]
이와 져므러간다 연식(宴息)이 맏당토다
배븟텨라 배븟텨라
가는 눈 쁘린 길 블근 곳 흣터딘 듸 흥치며 거러가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셜월(雪月)이 셔봉(西峰)의 넘도록 숑창(松窓)을 비겨 잇쟈


<풀이>

<춘사>

[1]
앞 개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는 해가 비친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썰물은 거의 나가고 밀물이 밀려온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강촌의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3 ]
봄바람이 문득 부니, 물결이 곱게 일어난다.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어야차!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동호(東湖)를 바라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타난다.

[4]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숲인가?
노를저어라, 노를저어라.
(배가 쏜살같이 나아가니)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
 맑고도 깊은 소에서 온갖 고기가 뛰논다.

[7]
꽃다운 풀을 몸소 밟아 보며, 난초와 지초도 뜯어 보자,
배를 세워라, 배를 세워라.
한 조각 거룻배에다 실어 놓은 것이 무엇인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갈 때에는 안개뿐이고(분이었는데), 올 때에는 밝은 달빛이도다.
 
<해설>

[1] 봄철을 노래한 춘사의 첫째 수로, 봄날아침 배 띄울 때의
   강촌의 정경을 묘사했다.
[3] 춘사의 셋째 수로, 봄바람에 돛을 달고 출범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4] 어부사시사 가운데 봄철을 노래한 춘사의 네째 수로,
   출범(出帆) 후 멀리 보이는 강촌(江村)의 아름다운 춘경 (春景)과
   깊은 소에 고기가 뛰노는 모양을 그렸다.

[7] 춘사(春詞)의 일곱 번째 수로, 자연 속에 묻혀
   물외 한정(物外閑情)의 유유 자적(悠悠自適)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제재 및 주제
 
[1] 봄날 강촌(江村) - 봄날 아침 출범하는 광경
[3] 동풍, 물결 - 출범하여 달리는 흥취
[4] 뻐꾸기, 버들숲, 안개 - 출항 후 멀리 보이는 강촌의 아름다운 풍경
[7] 달 - 고기잡이를 끝내고 귀향하는 흥취


하사

[1]
궂은비가 멈추어 가고 흐르는 시냇물도 맑아 온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니 (벌써부터 솟구치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흥겨움을 참을 길이 없겠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안개 자욱한 강과 겹겹이 둘러선 묏부리는 누가 그림으로 그려냈는가?


[2]
연 잎에 밥을 싸 두고 반찬은 장만하지 마라.
닻을 들어라, 닻을 들어라.
대삿갓을 쓰고 있다. 도롱이를 가져 왔느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저를 따르는가? 제가 나를 따르는가?

[4]
물결이 흐리다고 발을 씻은들 어떠하리.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오강을 찾아가려 하니 천 년에 걸쳐 굽이치는
오자서의 원한에 찬 노도가 슬프겠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초강으로 가자 하니 혹시나 고기 뱃속에 충혼으로 사라진
굴원(屈原)의 넋을 낚을까 두렵다.

<해설>

[1]
어부사시사 중 여름을 노래한 하사(夏詞) 의 첫째수로,
여름비 갠 뒤 고기 낚으러 떠날 때의 넘치는 흥과
강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했다.

[4]
어부사시사 하사(夏詞)의 넷째 수로, 푸른 강물에 배를 띄우고
오자서(伍子胥)의 원혼(寃魂)과 굴원(屈原)의 충혼(忠魂)을 생각하면서
연군(戀君)에 젖는 정경이다.
 
제재 및 주제

[1] 시냇물, 낚시대, 안개 긴 산봉우리 - 비 갠 뒤 출범(出帆)의 흥취
[4] 천년노도, 어복충혼 - 배 위에서 느끼는 우국 충정

<추사>    

[1]
속세를 벗어난 데서 깨끗한 일로 소일함이
고기잡이의 생환이 아니더냐.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늙은 고기잡이라고 웃지를 말라,
그림마다 어옹이 그려져 있더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네 계절의 흥이 한가지로 비슷하나 그 중에서도
가을철의 강물이 자아내는 흥이 으뜸이라.

[2]
바다에 둘러싸인 곳에 가을이 찾아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닻을 들어라, 닻을 들어라.
아득히 넓고 맑은 바닷물결에 맘껏 흡족하게 노닐자꾸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아, 속세를 뒤돌아보니 멀리 떨어질수록 더욱 좋다.

[4]
기러기가 날아가는 저 멀리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산이
새삼스레 드러나 보이는구나.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낚시질도 즐기려니와 자연에 마음 쏠리는 바는 이 흥이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석양이 눈부시게 빛나니 단풍으로 수놓은 모든 산이
수놓은 비단같이 아름답도다.

[9]
옷 위에 서리 내리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을 내려라, 닻을 내려라.
낚싯배가 좁다 하나 딴 세상과 견주어 어떠하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내일도 이렇게 하고 모레도 이렇게 지내자.
 
<해설>

[1]
'어부사시사' 중 가을철을 노래한 '추사(秋詞)'의 첫째 수로,
추강(秋江)에서의 물외 한정(物外閑情)인 어부 생활(漁父生活)의
흥취를 노래했다.

[4]
'추사(秋詞)' 가운데 넷째 수로,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배 위에서
바라보는 먼 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그렸다.

[9]
'추사(秋詞)'의 아흡 번째 수로, 가을 서리를 맞으며
배 위에서 밤을 새는 감회를 노래했다.
 
제재 및 주제

[1] 어부 생애, 추강 - 추강에 배를 띄우는 흥취   
[4] 기러기, 천산 - 배에서 바라본 원산(遠山)의 가경(佳景)
[9] 서리 - 찬 서리 맞으며 배 위에서 밤을 새는 감회
 

<동사>    

[1]
구름이 걷히고 나니 햇볕이 두텁게 내리쬐인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천지가 온통 얼음으로 덮혀 생기를 잃었으되
바다는 옛과 다름이 없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끝없이 아득한 물결이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

[3]
물이 얕은 갯가의 고기들이 먼 소로 몰려갔으니
(겨울이라 수온이 낮아 깊은 곳으로 갔다)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잠깐 동안 날씨가 좋을 때에 일터(어장)에 나가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
낚싯밥이 좋으면 큰 고기가 물린다 한다.

[4]
간 밤에 눈 갠 뒤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 체는 유리처럼 잔잔한 넓은 바다,
뒤에는 겹겹이 둘러싸인 백옥 같은 산이로다.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아, 여기는 신선이 사는 선경인가? 부처가 사는 정토인가?
인간 속세는 아니로다.
 
<해설>

[1]
'어부사시사' 중 겨울을 노래한 '동사(冬詞)'의 첫째 수로,
눈 갠 겨울 바다에 배를 띄우는 정경을 노래했다.

[3]
'동사(冬詞)'의 셋째 수로, 겨울날의 고기잡이의 요도(要道)가
잘 나타나 있는 노래이다.

[4}
눈 내린 뒤의 아름다운 정경을 노래하였다.
 
제재 및 주제

[1] 겨울 바다 - 눈 갠 겨울 바다의 배 띄우는 정경 
[3] 고기 - 겨울날의 고기잡이
[4] 눈 내린 뒤의 아름다운 정경

작자 : 윤선도                      
출전 : 고산유고
종류 : 단가                         
성격 : 한정가(閑情歌)
제재 : 어부(漁父)의 생활
주제 : 강호의 한정(閑情). 철따라 펼쳐지는 자연의 경치와
       어부(漁父) 생활의 흥취
 
 
어부사시사는 춘하추동 각 10수씩 총 40수로 되어 있는데,
각 수에 나타난 여음구를 빼곤 각기 초장, 중장, 종장 형태의
평시조가 된다.
이 작품은 고려 시대부터 전해 오던 작가 미상의 <어부가>를
조선 중종 때 이현보가 개작한 것을 바탕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 지은 것으로 시조 문학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구성

춘사 : 배를 타고 멀리 보이는 어촌의 아름다운 춘경과
       못 속에서 고기가 뛰노는 모양
하사 : 초, 중장에서 고기잡이를 나가려는 작가의 소박한 심정이,
       종장에서는 작가와 백구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심정이 나타남
추사 :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배 위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산의 모습을 그림(시각적 심상을 통해 제시)
동사 : 겨울 고기잡이의 요령을 노래함(사실적 표현이 뛰어나고
       특히 우리말의 조탁이 잘 드러남)

고산(孤山)이 보길도(甫吉島) 부용동에 은거하면서 지은 것으로
네 계절에 따른 어부 생활의 풍취와 자연 경관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정계에 대한 근심을 나타낸 고산 시조의 대표작이며,

'어부사시사'는 고려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순한 문투의 '어부사'를
이현보가 한문에 토를 붙여 약간 부드럽게 개작(改作)하고,
그 후 약 100년 뒤 고산이 농암 이현보의 '어부가'를 노래로 부르기에는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하여 많은 구절을 우리말로 뜯어고치고
시상(詩想)을 달리 잡아서 춘하추동 사시(四時)로 나누어 각 계절별로
10수씩 하여 전 40수로 만든 역작이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아름다운 어촌의 풍경과 생활상을 흥겹게
노래하고 있다. 기교면 에서는 대구법을 사용했고, 환경의 변화와
출항에서 귀항까지 시간의 추이(推移)에 따른 시상의 전개가 뛰어나다.

[춘사 3]은 봄바람에 돛을 달고 출범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고 [하사 1]운 비가 갠 뒤 낚시를 떠나는 흥겨움과
강촌의 풍경을 그렸고 [추사 2]는 멀리 속세를 떠나 때묻지 않은
바다에서 한가한 마음으로 흥겹게 노닐고 싶은 심정을 그렸으며
[동사 4]는 눈이 내려 천지가 온통 은세계로 변한 해변의 풍경
을 신선의 세계로 느끼면서 선인(仙人)의 경지를 만끽하고 있다.

<단어 해석>

압개예 - 앞 강변에. 앞 개울에
배떠라 - 배 띄워라. '떠라'는 '띄워라'의 오기인 듯함
지국총 - 닻을 감을 때 나는 소리. '어부가'의 후렴으로 쓰임. 찌거덩.
어사와 - 배를 젓는 소리의 의성어. 엇샤. 어와.
닫드러라 - 닻을 들어라.
건듣 부니 - 얼핏 부니. 문득 부니.
돋다라라 - 돛을 달아라.
이어라 - 흔들어라. 노를 저어라. 배를 저어라
돋디여라 - 돛을 내리어라.
뢰택양거 - 뇌택은 연못이름.
뱃대를 - 돛대를.
슈됴가 - 뱃노래.
셩듕 -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뱃노래
만고심 - 뱃노래 가운데 배어 있는 옛 사람들의 풍류
빗겨 있다. 비스듬히 걸려 있다.
벽슈앵셩 - 푸른 나무에서 들리는 꾀꼬리 소리
몰괘 - 모래
둠 - 뜸. 풀로 거적처럼 엮음 물건.
모괴를 - 모기를
창승 - 쉬파리
간변유초 - 물가에서 자라난 그윽한 풀
구실 - 직분. 맡아 보는 일. 할 일
물외 - 속세의 바깥. 세상 물정에서 벗어난 것
사시흥 - 사계절의 흥겨움
슈국 - 강촌. 물이 많은 곳. 여기서는 보길도
용여하쟈 - 마음껏 놀자. 한가롭게 노닐자.
백빈홍료 - 흰 마름 풀과 붉은 여뀌
바애니 - 눈부시게 빛나니.
은슈ㄴ옥척 - 크고 좋은 물고기
딜병 - 질흙으로 구워 만든 술병
명색 - 저물어 가는 빛. 황혼.
�흥 - 고상한 흥취. 맑은 흥겨움
비ㄷ견는데 - 비스듬히 가로 걸려 있는데
봉황루 - 임금이 계신 궁궐
셔풍딘 - 서풍으로 날아드는 먼지
숑간셕실 - 소나무 숲 사이 돌로 지은 작은 건물
주대 - 줄과 대. 낚시줄과 낚시대.
동뎡 - 중국 호남성에 있는 소상강과 동정 호수
바탕 - 바다. 일터. 어장.
곧다오면 - 낚싯밥이 좋으면. 미끼가 좋으면
만경유리 - 유리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 겨울바다
천�옥산 - 겹겹이 쌓인 구슬같이 아름다운 산. 겨울산
혜여본고 - 생각해 보았던고
자자뎌ㄷ다 - 자욱하게 서려 있다.
아압디 - 거위와 오리가 모여 사는 못
초목참 - 초목까지도 부끄러움을 당한 치욕
단애취벽 - 단풍든 낭떠러지와 푸른 절벽
화병 - 그림 병풍.
파랑셩 - 파도 소리
딘휜 - 세속의 시끄러움
챵쥬오도 - 강호에서 우리들이 즐겨하는일
손 고븐 제 - 손꼽아가며 날을 보낼 적에
연식 - 편히 쉼
블근 곳 - 쌓인 눈이 석양 놀에 반사되어 붉게 보이는 것
셜월 - 눈 내린 밤에 비치는 달
숑창 - 소나무가 서 있는 창문.
비겨 잇쟈 - 비스듬히 앉아 있자꾸나.


윤선도(尹善道 1587∼1617)

조선 선조∼현종 때의 문신(文臣). 호는 고산(孤山),
또는 해옹(海翁), 성격이 곧고 강해 전 생애 중에서 20여 년을
귀양살이로, 19년을 은거 생활로 보냈다.

작품으로 '견회요' '우후요' '산중신곡(山中神曲)' '속산중신곡'
등이 있다.
문집으로 '고산유고(孤山遺稿)'가 전하고 있다.



견회요(遣懷謠)

                     - 윤선도

1.
슬프다 즐거오나 옳다 하나 외다 하나
내 몸의 해올 일만 닦고 닦을 뿐이언정
그 밧긔 여남은 일이야 분별할 줄 이시랴

2.
내 일 망녕된 줄 내라 하여 모랄 손가
이 마음 어리기도 님 위한 탓이로세
아뫼 아무리 일러도 임이 혜여 보소서

3.
추성(秋城) 진호루 밧긔 울어 예는 저 시내야
무음 호리라 주야에 흐르는다
님 향한 내 뜻을 조차 그칠 뉘를 모르나다.

4.
뫼흔 길고 길고 물은 멀고 멀고
어버이 그린 뜻은 많고 많고 하고 하고
어디서 외기러기는 울고 울고 가느니

5.
어버이 그릴 줄을 처엄부터 알아마는
님군 향한 뜻도 하날이 삼겨시니
진실로 님군을 잊으면 긔 불효인가 여기노라


<풀이>

1.
슬프나 즐거우나 옳다고 하나 그르다고 하나
내 몸의 할 일만 닦고 닦을 뿐인데
그 밖의 남은 일은 걱정할 일이 아니다.

2.
나의 일이 망녕된 줄을 내가 모를 것인가
이 마음 어리석기도 임(임금)을 위한 탓이로구나.
아무개가 아무리 험담해도 임이여 저를 헤아려(양찰해) 주십시오.

3.
경원의 진호루 밖에 울고 가는 저 시냇물아
무엇하러 밤낮으로 흐르는가
임 향한 내 뜻을 쫓아 그칠 줄을 모르는가?

4. 산은 길고 길고 물은 멀고 멀어
어버이 그리워 하는 뜻은 많고 많고
어디서 외기러기는 울어울어 가는가?

5.
어버이 그리워할 줄을 처음부터 알았지만
임금 향한 뜻은 하늘이 만들어 놓았으니
진실로 임금을 잊으면 그것 불효 아닌가?

<해설>

견회 : 마음을 달램
추성 : 함북 경원 지방의 다른 이름

지은이가 30세 때에 이이첨의 횡포를 상소했다가
도리어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되었을 당시에 지은 5수의 연시조이다.
임금을 위한 충절과,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효심이 드러나 있다.

주제 : (경원지방 유배시) 사친과 연군의 정
출전 : '고산유고'



만흥(漫興: 흥에 겨움)  - 산중신곡(山中新曲)' 중에서

1.
산수간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그 모른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어리고 향암의 뜻에는 내 분인가 하노라.

<풀이>

산수간 바위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그 뜻을 모르는 남들은 웃는다 하지만은
어리석은 시골떼기의 생각에는 내 분수에 맞는가 하노라

자연을 벗하며 지내는 화자는 스스로 한 시골뜨기(향암)로
생각하고 있다. 남들은 비웃는다 할지라도 자기의 분수에 맞는
생활이라는 것이다. 화자는 욕심을 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다.

주제 : 자연친화와 안분지족

2.
보리밥 풋나물을 알마초 먹은 후에
바횟 긋 믈가의 슬카지 노니노라.
그 나믄 녀나믄 일이야 부를 줄이 이시랴.

<풀이>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다음
바위끝 물가에서 싫도록 놀아보노라
그밖에 다른 일이야 부러워 할 것이 있으랴

3.
잔 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바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러하랴.
말씀도 우움도 아녀도 이내 됴하 하노라.

<풀이>

술잔들고 혼자앉아 먼데 산을 바라보니
그리워하던 님이 온다고 이처럼 반가우랴
산은 말씀도 웃음도 아니하여도 한없이 좋구나.

주제 : 강호한정

4.
누가 삼정승보다 낫다하더니 만승천자가 이만하랴
이제야 생각해보니 소부와 허유가 더 낫더라
아마도 산수간에 한가한 흥겨움을 비교할 데가 없구나.

5.
내 셩(性)이 게으르더니 하늘이 아라실사.
인간 만사를 한 일도 아니 맛뎌
다만당 다토리 업슨 강산을 딕희라 하시도다.

<풀이>

내 천성이 게으른 것을 하늘이 아시어,
인간의 만사를 하나도 아니 맡겨
다만, 다툴 이 없는 강산을 지키라 하시도다.

<해설>

자기 천성이 게으르기 때문에 하늘이 화자 자신에게 아무 일도
맡기지 않았고, 오직 강산을 지키라는 명(命)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은 겸손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지만, 사실 종장에
드러난 바와 같이 자연에 묻혀 사는 그 즐거운 삶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운명으로 생각하며 자기의 삶에 만족을 하고 있다.

주제 : 자연 속에 사는 삶의 즐거움

6.
강산이 됴타 한들 내 분으로 누얻나냐
님군 은혜를 이제 더욱 아노이다.
아므리 갑고쟈 하야도 해올 일이 업세라.

<풀이>

강산이 좋다한들 내 분으로 누었느냐
임금님의 은혜를 이제야 더욱 알았노라
아무리 값고자하여도 할 일이 없어라

<해설>

강산이 좋다하지만 화자 자신의 분수로는 자연 속에 한가하게
지내는 것도 과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삶이
오직 임금의 은혜로 인해 가능함을 알고
은혜의 망극함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주제 : 임금의 은혜에 감사함



오우가(五友歌)

                     - 윤선도

1.
내 버디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머엇 하리.

2. 水
구름 빗치 조타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는 믈 뿐인가 하노라.

3. 石
고즌 므스 일로 퓌며셔 쉬이 디고
플은 어이 하야 프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손 바회 뿐인가 하노라.

4. 松
뎌우면 곳 퓌고 치우면 닙 디거늘
솔아 너는 얻디 눈 서리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의 불희 고든 줄을 글로하야 아노라.

5. 竹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는다.
뎌러코 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햐 하노라.

6. 月
쟈근 거시 노피 떠셔 만물을 다 비취니
밤듕의 광월(光月)이 너만 하니 또 잇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오륜가

               - 김상용

제1수
어버이 자식 사이 하늘 삼긴 지친(至親)이라.
부모 곳 아니면 이 몸이 이실소냐
오오(烏烏)도 반포를 하니 부모효도 하여라.

부자유친

제2수
님군을 셤기오데 正한 길로 인도하야
국궁(鞠躬) 진췌(盡췌)하여 죽은 후의 마라사라
가다가 불합(不合) 곳 하면 믈러간들 엇더리

국궁(鞠躬) : 몸을 굽힘
진췌(盡췌) : 몸이 여위도록(병들도록) 일함
불합(不合) : 뜻이 서로 맞지 않음

군신유의

제3수
부부라 하온 거시 남으로 되어 이셔
여고슬금(如鼓瑟琴)하면 긔 아니 즐거오냐
그러고 공경 곳 아니면 즉동금수(卽同禽獸)하리라

부부유별

제4수
형제 두 몸이나 일기로 난화시니
인간의 귀한 거시 이 외예 또 잇난가
갑 주고 못들어 거슨 이뿐인가 하노라

형우제공

제5수
벗을 사괴오데 처음의 삼가하야
날도곤 나의 니로 갈헤어 사괴여라
종시(終始)히 신의를 딕희여 구이경지(久而敬之)하여라.

붕우류신


매화사(梅花詞)

                               - 안민영

1.
매영(梅影)이 부드친 창(窓)예 옥인금차(玉人金 )비겨신져
이삼백발옹(二三白髮翁)은 거문고와 노래로다
이윽고 잔(盞)드러 권(權)하랄 제 달이 또한 오르더라

2.
어리고 셩근 가지(柯枝)* 너를 밋지 아녀ㅅ더니   * 매화(梅花)
눈 기약(期約)능(能)히 직혀 두세 송이 퓌엿고나
촉(燭) 잡고 갓가이 사랑헐 졔 암향(暗香)좃차 부동(浮動)터라

3.
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香氣) 노아 황혼월(黃昏月)을 기약(期約)하니
아마도 아치고절(雅致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4.
눈으로 기약(期約)터니 네 과연(果然)퓌엿고나
황혼(黃昏)에 달이 오니 그림자도 성긔거다
청향(淸香)이 잔(盞)에 떳스니 취(醉)코 놀녀 허노라

5.
황혼의 돗는 달이 너와 긔약(期約) 두엇더냐
합리(閤裏)에 자든 꼿치 향긔(香氣) 노아 맛는고야
내 엇디 매월(梅月)이 벗되는 줄 몰낫던고 하노라

6.
바람이 눈을 모라 산창(山窓)에 부ㄷㅢㅅ치니
챤 기운(氣運) 새여드러 쟈는 매화(梅花)를 침노(侵擄)허니
아무리 어루려허인들 봄 뜻이야 아슬소냐

7.
져 건너 나부산(羅浮山) 눈속에 검어 웃뚝 울통불통 광매등걸아
네 무삼 힘으로 가지(柯枝) 돗쳐 곳조차 져리 퓌엿는다
아모리 석은 배 반(半)만 남앗실만졍 봄 뜻즐 어이 하리오

8.
동각(東閣)에 숨은 꼿치 척촉 인가 두견화(杜鵑花)인가
건곤(乾坤)이 눈이여늘 제 엇디 감(敢)히 퓌리
알괘라 백설양춘(白雪陽春)은 매화(梅花)밧게 뉘 이시라


<풀이>

2.
어리고 성긴 매화 너를 믿지 않았더니
눈 기약 능히 그대로 두세 송이 피었구나
촛불 잡고 가까이 사랑할 때 그윽한 향기가 떠도는구나
 
3.
얼음같은 자태와 옥같은 바탕이여, 눈 속에 핀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를 풍겨 황혼의 달을 기약하니
아마도 우아한 풍치와 고고한 절개는 너뿐인가 하노라.

6.
바람이 눈을 몰아 창문에 부딪히니
찬바람 새어 들어와 잠들어 있는 매화를 건드린다.
아무리 얼게 하려 한들 매화의 봄뜻을 빼앗을 수가 있을 것인가

<해설>

주제 : 봄 기운을 전하는 매화의 뜻
출전 : 연시조 매화사, 금옥총부(金玉叢部)에서

헌종 6년(1840)에 작자가 스승인 박효관의 집을 찾았을 때
책상 위에 놓인 매화가 꽃을 피운 것을 보고 감탄해 지은
'매화사(梅花詞)' 8수 이다.

주제 : 매화에 대한 예찬(연시조 '매화사' 중에서)
출전 : 금옥총부(金玉叢部) - 고종22년, 안민영 개인시조집.180여수

매영: 매화꽃의 그림자.
옥인금차: 아름다운 여인의 금비녀.
이삼백발옹: 두세 명의 늙은이.
눈기약 : 눈이 올 때 피겠다는 약속,
         꽃 눈을 틔워 믿게 하던 기대
암향: 그윽히 풍겨 오는 향기.
황혼월: 저녁 달.
아치고절: 고상한 풍치와 높은 절개.
어무려허인들: 얼리려 한들.
척촉: 철쭉꽃. 오월에 피는 분홍색의 꽃.
백설양춘: 아직 흰 눈이 덮인 이른 봄.
 


출처 : 마음 고인 샘
글쓴이 : 안숙자 원글보기
메모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時調-고려  (0) 2009.09.19
[스크랩] 時調-조선  (0) 2009.09.19
[스크랩] 유명한 시조  (0) 2009.09.19
[스크랩] 옛 시조 모음  (0) 2009.09.19
관 동 별 곡  (0) 2009.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