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 안(內), 곧 심정
용총 : 돛줄
치 : 키
가치 노을 : 사나운 파도
도사공 : 뱃사공의 우두머리
가을하리오 : 비교하리오
임을 잃은 절박한 심정을 비교의 기법으로 잘 표현한 사설시조이다.
쫓기는 까투리(암꿩)의 심정도 절박하고, 위험에 빠진 도사공의
심정도 절박하지만, 임을 잃은 나의 마음보다 절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제 : 임을 잃은 처절한 심정 (성격 : 이별가)
6.
귀또리 져 귀또리 어여쁘다 저 귀또리 /
어인 귀또리 지는 달 새는 밤의 긴소리 절절이 슬픈 소리
저 혼자 울어예어 사창에 여윈 잠을 살뜨리도 깨우는구나. /
두어라 제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 뜻 알 리는 저 뿐인가 하노라. /
<풀이>
귀뚜라미 저 귀뚜라미 어여쁘다 저 귀뚜라미
어찌된 귀뚜라미 지는 달, 새는 밤에 긴소리 마디마디 슬픈소리,
저 혼자 울고 가니, 사창가에 깊이 들지 않은 잠을 야무지게 깨우는구나
두어라, 제가 비록 미물이지만, 아무도 없는 방에 내 뜻
(임을 그리는 심정)을 알 이는 저 뿐인가 하노라.
<해설>
살뜨리도 : '야무지게'의 뜻 (알뜰살뜰의 살뜰인 듯)
무인동방 : 아무도 없는 침실
주제 : 가을밤 임을 그리는 여심 (성격 : 연모가)
출전 : 병와가곡집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애절하게 드러나 있다.
감정이입의 수법을 사용하여 사물(귀뚜라미)에 화자의 감정이
투영되어 나타나 있다.
7.
댁(宅)들에 동난지이 사오. 져 쟝사야, 네 황후
긔 무서시라 웨는다, 사쟈. /
외골내육(外骨內肉) 양목(兩目)이 상천(上天), 전행(前行), 후행(後行),
소(小) 아리 팔족(八足) 大(대) 아리 이족(二足),
청장(淸醬) 아스슥하는 동난지이 사오. /
쟝스야, 하 거북이 웨지말고 게젓이라 하렴은.
<풀이>
"댁들이여, 동난젓 사시오."
"저 장수야, 네 소리 그 무엇이라고 웨치는가, 사자꾸나."
"밖은 뼈, 안은 고기, 두 눈은 하늘로 향해있고,
앞으로 가고 뒤로 가고, 작은 다리 여덟 개, 큰 발 두 개,
푸른 장맛이 아스슥하는 동난젓 사오."
"장수야, 그리 거북하게(어렵게) 말하지 말고 '게젓'이라 하려므나."
<해설>
동난지이 : 방게젓( ← 동난젓)
황후 : 팔기 위해 내 놓은 잡다한 물건
외골내육 : 밖은 뼈, 안은 고기, 곧 '게'의 모습을 가리키는 말
小아리 : 작은 다리 ('아리'는 '다리'의 옛말)
청장 : 진하지 않은 간장.
아스슥 : 게를 씹을 때 나는 소리(의성어)
게 장수와의 대화 및 상거래를 보여 주고 있는 이 작품은
솔직한 서민적 감정이 드러나 있는 대표작이다.
'게젓'이라는 쉬운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골내육' 등
어려운 한자를 섞어 쓰는 데 대한 빈정거림도 오히려
웃음을 자아낸다.
주제 : 양반의 허세 비판(성격 : 해학가)
출전 : 청구영언
8.
님이 오마 하거늘 저녁밥을 일지어 먹고 중문(中門) 나서
대문(大門) 나가 /
지방(地方) 우희 치다라 안자 이수(以手)로 가액(加額)하고
오는가 가는가. 건넌 산(山) 바라보니 거머읫들 셔 잇거날
져야 님이로다. 보션 버서 품에 품고 신 버서 손에 쥐고
겻비 님비 곰비 쳔방지방 지방쳔방 즌 듸 마른 듸 갈희지 말고
워렁충장 건너가셔 정(情)엣말 하려하고 겻눈을 흘겨보니
상년(上年) 칠월 사흔날 갈까 벅긴 주추리 삼대 살드리도 날 소겨다. /
모쳐라 밤일시만졍 행여 낫이런들 남 우일 번 하괘라.
<풀이>
초장 : 님이 온다 하거늘 저녁밤을 일찍 지어 먹고,
중문을 지나서, 대문 밖에 나가
중장 : 문지방 위에 치달아 앉아서 손을 가지고 이마에 대고
임이 오는가 가는가.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거뭇하게 서 있거늘,
바로 저것이 임이로다. 버선을 벗어 품에 품고
신을 벗어 손에 쥐고 천방지축으로 황급하게 달려가서
그동안 품고 있는 감정을 말하려고 옆으로 눈을 돌려보니 지난해
칠월 사흘날 갉아 벗긴 삼(麻)의 대가 어째 그리 날을 속였구나.
종장 : 아이구, 밤이지망정이지 행여 낮이었다면 남을 웃길 번 했겠구나.
주제 : 임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
이수 : 손으로써
가액 : 이마에 가까이 댐 (멀리 쳐다보는 모습)
겻비 님비 곰비 쳔방지방 지방쳔방 즌 듸 마른 듸 갈희지 말고
워렁충장 : 매우 황급하게 달려가는 모습을 형용
상년 : 지난 해
9.
바람도 쉬여 넘는고개 구름이라도 쉬여 넘는고개
산진(山眞)이 수진(水眞)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라도
다 쉬여 넘는고봉(孤峰) 장성령 고개
그 넘어 님이 왓다하면 나는아니 한 번도 쉬여 넘으리라.
주제 : 임을 그리는 마음
출전 : 육당본 청구영언
10.[이정신]
발가버슨 아해(兒孩)이 들리 거미쥴 테를 들고
개천(川)으로 왕래(往來)하며,
발가숭아 발가숭아 져리 가면 죽나니라. 이리 오면 사나니라.
부로나니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世上) 일이 다 이러한가 하노라.
<풀이>
발가벗은 아이들이 거미줄로 만든 테를 들고 개천으로 왔다갔다하며
"발가숭아 발가숭아 저리 가면 죽느니라, 이리오면 사느니라"
부르는 것이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 일이 다 이러한가(약육강식의 세태) 하노라.
어조 : 세태 풍자와 비판의 점잖은 목소리
표현 : 초장과 중장은 상징적 표현
동어 반복
주제 : 각박한 세태 인심(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태 풍자)
11. [김수장]
갓나희들이 여러 층(層)이오레.
송골(松骨)매도 갓고 줄에 안즌 져비도 갓고
백화원리(百花園裡)에 두루미도 갓고
녹수파란(綠水波瀾)에 비오리도 갓고
땅에 앉은 퍽 안즌 쇼로개(솔개)도 갓고 석은 등걸에 부헝이도 갓데.
그려도 다 각각 님의 사랑인이 개일색(皆一色)인가 하노라.
<해설>
비오리 : 오리과에 속하는 물새
개일색 : 모두가 뛰어난 미인
우리 문학의 임은 대개 부재(不在)하는 임이다.
그러나 이 사설시조의 임(개일색)은 현실 속의 임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뭇 여인들이다. 따라서 조선 전기의
현모양처(賢母良妻)의 틀에 박힌 여인의 모습이 아니라
조선 후기의 임에 대한 '새로운 애정관'을 엿볼 수 있다.
표현 : 중장에서 '비유'를 통한 시각적 심상
주제 : 자기 임의 사랑을 받는 뭇 여인들
[작자 미상] 사설시조
개를 여라믄이나 기르되 요 개갓치 얄ㅁㅢ오랴.
뮈온 님 오며는 꼬리를 홰홰치며 뛰락 나리 뛰락 반겨서 내닷고,
고온 님 오며는 뒷발을 버동버동 므르락 나으락 캉캉 즈져서
도라가게 한다.
쉰밥이 그릇그릇 난들 너 머길 줄이 이시랴.
<해설>
임을 기다리는 심정이 일상어로 소박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임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다 못해 개에게 그 미움이
전가되고 있다. 오시는 임을 개가 막는 일은 없지마는
짖는 개 때문에 임이 돌아가 오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은
웃음을 자아낸다.
주제 : 임을 기다리는 마음
<사설시조의 해학성>
해학(諧謔)은 주관적 골계(滑稽)를 대표하는 웃기기이다.
해학은 본래 자연성, 선천성, 기질성을 본질로 한다.
유머가 본래 생리학상 용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그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며, 유머의 본질을 시사하고 있다.
사설시조에 나타난 해학성은 우리 민족의 자연스럽고
선천적인 웃음이다. 그 웃음은 남을 비꼬거나 야유하는 풍자가 아니고
남과 함께 웃고 즐기는 웃음의 세계다.
위트는 남을 보고 웃지만, 유머는 남과 함께 웃을 때
우리는 친근감을 갖는다. 유머는 다정하고 온화(溫和)하며
마음을 너그럽게 달래 주고 관대하고 동정적이다.
해학이 부드럽고 너그러운 웃음이 되기 위해서는
위트처럼 날카로운 웃음이 되어서는 안 되고,
풍자(諷刺)처럼 뼈가 들어 있는 웃음이어서도 안 된다.
너그러운 웃음을 연출하는 해학적 사설시조가 고시조에 허다하다.
[작자미상]
천 세(千歲)를 누리소서, 만 세(萬歲)를 누리소서.
무쇠 기둥에 꽃 피어 열음 열어 따들이도록 누리소서.
그 밖에, 억만 세(億萬歲) 외에 또 만 세를 누리소서.
주제 :임의 만수무강 축원
[작자미상]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주제 : 삶의 자연스러운 융화
[작자미상]
바람 불으소서, 비 올 바람 불으소서.
가랑비 그치고 굵은 비 들으소서.
한길이 바다이 되어 님 못 가게 하소서.
비와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정든 임이 떠나지 못하게 되길
기원하고 있다. 누군들 사랑한 이를 쉽게 보낼 수 있겠는가.
그만큼 이별의 상황 앞에서 절실한 심정으로 상대를 붙잡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주제 : 떠나 보내고 싶지 않은 임의 사랑
[작자 미상]
백초(百草)를 다 심어도 대는 아니 심을 것이
젓대 울고 살대 가고 그리는 이 붓대로다.
이후에 울고 가고 그리는 대 심을 줄이 있으랴
<해설>
임에 대한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으로 노래한 시조이다.
온갖 풀을 다 심어도 대나무를 심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젓대는 울고, 화살대는 날아가 버리고,
붓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마치 남녀의 이별로 인한 슬픔과 이별,
그리고 그리워 하는 인간사의 모습과 대응이 된다.
이 작품은 대나무의 용도와 특성을 인간사에 대응시켜 놓고 있는
착상이 매우 기발하다.
자연물의 특성과 용도
젓대(피리) : 울다 - 연주하다 -> (울음) 울다
살대(화살대) : (날아)가다 -> (나와 이별하고) 가다
붓대(붓의 대) : (그림)그리다. -> (임을) 그리워 하다.
주제 :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
[송시열]
님이 혀오시메 나는 전혀 밋어더니
날 사랑하든 정을 뉘손데 옴기신고
처음에 뮈시든 거시면 이대도록 셜우랴.
출전 : 육당본 '청구영언'
[송시열]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녹수(綠水)도 절로절로
산 절로 수 절로 나도 절로절로
그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
자연 속에서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화자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옛말에 순천자(順天者)는 존(存)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는
가르침처럼 자연의 섭리가 지배하는 삶에서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겠다는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는 인간의 본성을 자연에서 찾는
성리학이나, 무위자연을 추구한 도가의 사상과도 관련있다.
(퇴계 이황의 시조라 고도 한다.)
주제 : 자연에의 순응
출전 : 청구영언, 청구풍아
[남구만]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상기 : 아직
아침 햇살이 동창에 밝았는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이를 나무라는
투이다. 부지런히 일하는 건강한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김창업]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 할 이 뉘 이시며,
의원이 병(病) 고치면 북망산(北邙山)이 저러하랴.
아희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이 시]
가마괴 디디는 곧에 백로(白鷺)야 가디 말아
희고 흰 긷헤 검은 때 무칠셰라
딘실로 거믄 때 무티면 씨을 길히 업사리라.
*(李시 # : 시 = 艸+時)
[김삼현]
공명(功名)을 즐겨마라 영욕(榮辱)이 반(半)이로다.
부귀(富貴)를 탐(貪)치 마라 위기(危機)를 밟느니라.
우리는 일신(一身)이 한가(閑暇)커니 두려운 일 업세라.
<풀이>
공명을 즐거워 마라(�지 마라) 영화와 치욕됨이 반반이로구나.
부귀를 탐하지 마라 위기를 밟게 되느니라.
우리는 한 몸이 한가하니 결코 두려운 일(욕됨, 위기)이 없어라.
<해설>
중인층을 기반으로 한 위항(委巷) 시인인 김삼현의 작품이다.
부귀와 공명에 욕심없이 지내는 마음의 편안함을 노래했다.
성격 : 자연친화적, 세속일에 초연함
주제 : 자연 속에 한가히 사는 즐거움
[이정진]
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람이 쓰다 우니
산채(山菜)를 맵다는가 박주(薄酒)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뭇쳐시니 맵고 쓴 줄 몰래라.
<해설>
매암이 : 매미
산채 : 산나물
박주 : 맛이 좋지 않은 술
세상은 모두 헐뜻고 싸우고 불만을 표출하지만,
화자(우리는) 초야에 묻혀 세상의 혼란함을 모르고 사는
삶의 참맛을 노래한 시조이다.
주제 : 초야에 묻혀 사는 즐거움
[윤두서]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 하는구나
두어라 알 이 있을 것이니 흙인 듯이 있거라
<풀이>
초야에 묻혀 있는 인재,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 언젠가는 알 사람이
있고 햇볕 볼 날이 있을 것이니, 구태여 나서려 할 것이 무엇이랴.
흙 속에 묻혔어도 옥은 옥인 것이다.
어쩌면 자신을 두고 한 말인지도 모른다.
오늘에 있어서 자중이나 자애나 자숙은 필요하고, 너무 설치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사실이니, 자기 수양의 타산 지석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윤두서(1668-?)
자는 효언, 호는 공재. 종애.
고산 윤선도의 증손으로 서화에 능하였다.
그의 시조는 이 한 수 밖에 전하지 않는다.
[김천택]
강산(江山) 좋은 경(景)을 힘센 이 다툴 양이면
내 힘과 내 분(分)으로 어이하여 얻을쏘니
진실(眞實)로 금(禁)할 이 없을세 나도 두고 논이노라.
<해설>
강산의 좋은 경치를 만약 힘으로 겨루어서 이긴 이가
차지한다면 시적 화자 자신의 힘과 분수로는 도저히
얻지 못할 것이라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로 자연은
주인이 없기에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법이므로
화자 자신도 자연을 두고 노닌다고 했다.
주제 : 자연을 마음껏 사랑하는 생활.
[김천택]
백구(白鷗)야 말 물어 보자 놀라지 말아스라.
명구승지(名區勝地)를 어디어디 보았는다.
날다려 자세히 일러든 너와 게 가 놀리라.
<해설>
명구승지 : 이름난 곳과 경치 좋은 곳
갈매기에게 명구승지를 물어 보고 있는 작자는 자연과 화합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주제 : 자연 친화
[김천택]
잘 가노라 닷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
브데 긋지 말고 촌음(寸陰)을 앗겻슬아
가다가 중지 곳 하면 안이 간만 못한이라.
<풀이>
잘 간다고 달리지 말며 못 간다고 쉬지 마라
부디 그치지 말고 시간을 아껴쓰라.
가다가 중지를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
주제 : 꾸준한 학문에의 정진
[김천택]
전원(田園)에 나믄 흥(興)을 전나귀에 모두 싣고
게산(溪山) 니근 길로 흥치며 도라와셔
아해 금서(琴書)를 다스려라 나믄 해를 보내리라.
전나귀 : 발 저는 나귀 (많이 돌아 다녀 나귀가 다리를 절 정도임)
흥치며 : 흥겨워하며
금서 : 가야금과 책
자연 속을 거닐며 한가롭게 지내는 모습과 마음의 여유있는 삶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주제 : 전원 생활의 풍류
[김천택(金天澤)]
흰구름 푸른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추상(秋霜)에 물든 단풍(丹楓), 꽃도곤 더 좋아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하여 뫼 빛을 꾸며 내도다.
[이정보]
가마괴 져 가마괴 네 어드로좃차 온다
소양전(昭陽殿) 날빗츨 네 혼자 띄엿신이
살람은 너만 못한 줄을 홀노 슬허 하노라.
육당본 해동가요에서
[이정보]
국화야, 너난 어이 삼월 춘풍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풀이>
국화야, 너는 어이하여 삼월 봄 바람 다 지내고
낙엽 떨어지는 차가운 하늘에 네 홀로 피었는가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오상고절 : 서리에 굴하지 않고 고고히 절개를 지킴.
[김수장]
한식(寒食) 비 갠 후에 국화 움이 반가왜라
곳도 보련이와 일일신(日日新) 더 죠홰라.
풍상이 섯것칠 제 군자절(君子絶)을 �온다.
보련이와 : 보려니와
일일신 : 날로 날로 새로워짐
군자절 : 군자의 절개
[김수장]
초암(草菴)이 적막(寂蓼)한데 벗 업시 혼자 안자
평조(平調) 한 닙에 백운(白雲)이 절로 존다.
언의 뉘 이 죠흔 뜻을 알 리 잇다 하리오.
닙ㅎ(葉) : 속악음계의 한 명칭
좋은 뜻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즐거운 마음
주제 :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한가로운 생활
[구지정]
쥐 찬 소로기들아 배부르다 자랑 마라
청강 여윈 학이 주리다 부를소냐
내몸이 한가하야마는 살 못 진들 어떠리
<풀이>
더러운 쥐 한 마리를 채어 가지고 배가 부르다고 자랑하지 마라.
맑은 강가에서 노니는 신선같은 학이 배가 고픈들
너를 부러워할 줄 아느냐.
청강에서 조용히 노니는 내 몸은 한가롭기만 하다.
살이 못 찐다고 해서 염려될 것이 무엇이랴?
<해설>
쥐 찬: 쥐를 잡아 찬. 혹은 쥐를 챈
소로기: 솔개
주리다: 굶주린다고. 배가 고프다고 해서
부를소냐: 부러워할소냐? 부러워할 것 같으냐?
한가하야마는: 한가하니 만큼
탐욕에 젖은 속물들과 청빈 속에 도를 즐기는 선비를 동물들에 비유하여
중의적으로 표현한 시조이다.
즉, '소로기'는 전자를, '여윈 학'은 후자를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에도 없으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쥐 찬 솔개', 배는 부르겠지만 더럽다.
고고한 학두루미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그것을 부러워할 성 싶으냐?
부귀영화는 뜬구름이고 내 마음은 언제나 맑고 즐겁기만 한데,
살좀 못 찐다고 해서, 부귀영화를 못 누린다고 해서 마음 괴로울 것은
하나도 없다.
사람은 역시 마음가짐에 따라서 신이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는
영적 존재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구지정-조선 숙종때에 목사를 지낸 사람.
[박효관]
공산(空山)에 우난 접동, 너난 어이 우짖난다.
너도 날과 같이 무음 이별하였나냐
아모리 피나게 운들 대답이나 하더냐.
<풀이>
공산에 우는 접동새, 너는 어이 울고 있느냐
너도 나와 같이 무슨 이별을 하였길래
아무리 피나게 운들 누군들 대답이나 하더냐?
주제 : 임과의 이별로 인한 아픔
[박효관]
뉘라셔 가마귀를 검고 흉(凶)타 하돗던고.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긔 아니 아름다온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허하노라
까마귀의 반포의 효를 인간은 본받아야 한다고 노래한 시조이다.
주제 : 효심
[박효관]
님 그린 상사몽(想思夢)이 실솔의 넋이 되어
추야장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 볼까 하노라.
<해설>
실솔 : 귀뚜라미의 한자말
화자는 임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상사병까지 들게 될
정도처럼 느껴진다. 임을 생각하다가 지쳐 잠이 들고,
그 꿈에 귀뚜라미의 넋이 되어서 '나'를 잊고 편안 잠을 자고 있는
임의 방에 들어 임을 깨우고 싶다고 했는데 이것은 임을 그리워 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주제 : 임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
[정인보]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 치마 좋다시더니 보공(補空)되고 말아라.
연시조 '자모사' 중 한 수
보공 : 빈곳을 채우는 물건(관의 빈 곳을 메우는 물건)
<풀이>
바리의 따신 밥은 자식 주시고, 당신께서 잡수시는 것은 찬 밥이며
두둑히 자식들 옷을 다 해 입히시고, 당신께서는 겨울에도 엷은 옷을
솜치마 그리 좋다시며 아끼시다가 결국 보공이 되고 말았구나.
출처 : 마음 고인 샘
글쓴이 : 안숙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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