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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장우중문시(輿隨將于仲文詩) - 을지문덕(乙支文德)
神策究天文 그대의 신기한 책략은 신책구천문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妙算窮地理 오묘한 계산은 묘산궁지리 땅의 이치를 꿰뚫었도다.
戰勝功旣高 그대 전쟁에 이겨 전승공기고 이미 공이 높으니
知足願云止 만족함을 알고 지족원운지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해설>
을지문덕이 수(隋)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조롱조로 지어 보낸 한시로, 고구려인의 당당한 기개와 웅혼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기,승,전구에서 우중문에 대한 칭찬을 한 것같지만, 결구에서 보면 결국 조롱임을 알 수 있다.
표현 : 반어법(反語法) 성격 : 풍자시 형식 : 오언 고시(古詩), 근체시(近體詩) 주제 : 적장에 대한 조롱, 적장의 오판 유도 의의 : 현전하는 우리 나라 최고(最古)의 한시 출전 : '삼국사기' 권44, '열전'
야청도의성(夜聽도衣聲)
- 양태사(楊泰師)
霜天月照夜河明 서리 하늘 달 밝은데 상천월조야하명 은하수 빛나
客子思歸別有情 이국땅 머무는 나그네 객자사귀별유정 귀향 생각 깊도다.
厭坐長宵愁欲死 긴긴 밤 홀로 앉아 염좌장소수욕사 시름 이기지 못하는데
忽聞隣女도衣聲 홀연 들려오니 홀문린녀도의성 이웃 아낙 다듬이 소리.
聲來斷續因風至 바람결에 실려와 성래단속인풍지 끊어질 듯 이어지며
夜久星低無暫止 별들이 기울도록 야구성저무잠지 잠시도 멎지 않네.
自從別國不相聞 고국을 떠난 후에 자종별국불상문 저 소리 듣지 못하더니
今在他鄕聽相似 먼 이역땅에서 듣는 소리 금재타향청상사 고향의 소리 같구나.
不知綵杵重將輕 그대의 방망이는 부지채저중장경 무거운가 가벼운가
不悉靑砧平不平 푸른 다듬이돌 부실청침평불평 고른가 거칠은가.
遙憐體弱多香汗 가녀린 몸에 온통 요련체약다향한 구슬 땀흘리고 있겠지.
預識更深勞玉腕 옥 같은 두 팔도 예식경심노옥완 밤늦도록 지치겠구나.
爲當欲救客衣單 홑옷으로 떠난 나그네 위당욕구객의단 구하자 함이겠지만
爲復先愁閨閣寒 규방이 차지 않을까 위복선수규각한 걱정되는 구나.
雖忘容儀難可問 그대 모습 그려 보나 수망용의난가문 물어 볼 도리 없고
不知遙意怨無端 무단히 원망하지나 않을런지 부지요의원무단 알 수 없구나.
寄異土分無新識 먼 이국땅에 붙어사니 기이토분무신식 새로 사귄 친구없는
想同心兮長嘆息 그대 생각 하노라니 상동심혜장탄식 긴 탄식만 나오네.
此時獨自閨中聞 이런 때 홀로 듣는 차시독자규중문 규방의 다듬이 소리
此夜誰知明眸縮 그 누가 알랴, 차야수지명모축 시름 깊은 저 설움을.
憶憶兮 心已懸 그립고 그리워서 억억혜 심이현 마음에 맺힌 듯한데
重聞兮 不可穿 듣고 또 들어도 중문혜 불가천 헤쳐 알 길이 없네.
卽將因夢尋聲去 꿈 속에라도 즉장인몽심성거 저 소리 찾아보려 하지만
只爲愁多不得眼 나그네 수심 많아 지위수다부득안 잠을 이루지 못한다네.
<해설>
양태사의 이 작품은 스물넉 줄로 된 칠언고시(七言古詩)인데, 의례적인 수사법을 버리고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여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이 시는 특히 청각적 심상이 주제로 승화되는 고도의 표현 기법을 구사했다. 여기에는 그 일부만 실었다.
서리 내리고 은하수도 밝은, 가을이 깊은 이국(異國)의 밤에 홀연 어디선가 다듬이 소리가 들린다. 다듬이질은 일본에는 없는 풍속으로, 이는 분명히 고국의 여인이 향수를 달래려고 내는 애련한 소리일 것이다. 그 소리는 끊어질 듯 새벽까지 이어져 여인의 모습까지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이 시에서의 다듬이 소리는 아름다운 선율의 소리로서 여인과 청자의 거리를 좁혀 주고 작자의 격렬한 시름과 탄식을 교차하게 한다. 동시에, 그만큼 조국 발해에 대한 그리움의 정도 깊어진다.
<해설>
갈래 : 칠언배율 연대 : 발해국 문왕 23년(759) 성격 : 서정시 구성 : 24행의 칠언배율시 중 일부 표현 : 직서법 주제 : 향수. 타국에서 가을 달밤에 고국을 그리워함 출전 : '경국집' 의의 - 발해의 시인이 남긴 작품 중에서 가장 장편이고 정감이 특히 풍부함 - 발해 시대의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며 당시 시대 상황(외교 활동의 빈번함)의 추리 근거
작가 : 양태사
발해 제 3 대 문왕 때(737~793)의 귀덕 장군. 무인이면서도 시를 잘 지었다. 발해국의 부사로 일본에 건너갔다가 임무를 마치고 귀국할 즈음에 다듬이 소리를 듣고 고국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 두 편중의 하나이다.
759년 부사(정사)를 보좌하여 수행하는 사신 자격으로 일본에 갔다가 송별연에서 일본 문인들의 시에 화창했다는 시 두 편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야청도의성'이다.
이 시의 시간적 배경은 시인이 사신의 임무를 마치고 귀국할 시기가 가까운 어느 날 밤으로 설정되어 있다. 시인이 창 밖을 보며 고국 생각을 곁들인 시름에 잠겼다가 시름마저 되씹기 지루해졌을 때 홀연히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다듬이질은 일본에 없는 풍속이어서 시인은 그 소리를 듣자 고국 생각이 간절해지고 온갖 상념에 빠지게 된다. 다듬이 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바람을 따라 들려 오고, 타국에 가서 밤을 지새우는 시인에게 더욱 깊은 상념을 전해주고 있다.
題伽倻山讀書堂 가야산 독서당에서 제가야산독서당 - 최치원(崔致遠) 狂奔疊石吼重巒 바위골짝 내닫는 물 광분첩석후중만 겹겹 산을 뒤흔드니
人語難分咫尺間 사람 말은 지척에도 인어난분지척간 분간하기 어려워라.
常恐是非聲到耳 옳으니 그르니 상공시비성도이 그 소리 듣기 싫어
故敎流水盡籠山 내닫는 계곡 물로 고교류수진농산 산을 온통 에워쌌지.
<해설>
당나라에 유학하여 과거에 급제한 후, 토황소격문 등으로 중국에서 문명을 떨쳤던 최치원은 귀국 후 정치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러한 난세를 절망하여 각지를 유랑하던 그는 가야산에 은거하여 여생을 마친다. 이 작품은 해인사에 은거할 때 지은 것으로 현실과 뜻이 맞지 않아 고뇌하는 작자의 모습이 잘 형상화되었다.
표현 : 대구법, 의인법 성격 : 서정시 형식 : 칠언절구 고시(古詩) , 근체시(近體詩) 주제 : 산붕에 은둔하고 싶은 심경. 자연 속에 침잠하여 세속과 멀어지고자 함 의의 : 최치원의 대표적 한시 출전 : '최문창후 전집'
추야우중(秋夜雨中) - 최치원(崔致遠)
秋風惟苦吟 가을바람에 추풍유고음 괴로이 읊조리나
世路少知音 세상에 세로소지음 알아주는 이 없네
窓外三更雨 창밖엔 밤 깊도록 창외삼경우 비만 내리는데
燈前萬里心 등불 앞에 외로운 마음 등전만리심 만리 밖을 내닫네
<해설>
신라 말기의 문장가인 최치원(崔致遠)의 오언절구. 비오는 가을밤에 자신을 알아 줄 지기(知己)가 없는 외로움을 읊은 시이다.
100편이 넘는 그의 시 중에서 이 작품은 '제가야산(題伽倻山)', '등윤주자화사(登潤州慈和寺)' 등과 함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당나라에 유학한 최치원의 귀국 이전 작품이라고도 하고, 또 귀국 후의 작품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의 시문집인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에도 수록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그의 시 경향과 내용으로 보아 귀국 후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결구(結句)의 '만리심(萬里心)'은 그대로 만리 타국에 있는 작자의 심경이기보다 마음과 일이 서로 어긋나서 이 세상과는 이미 천리 만리 떠나 있는 작자의 심회를 호소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가 귀국하여 벼슬이 병부시랑에까지 올랐으나, 이 때는 이미 진성여왕의 난정(亂政)으로 나라가 혼란했으므로, 몸과 마음을 의탁할 곳을 찾지 못하여 시무십여조(時務十餘條)를 올리고 가야산으로 들어가 은거했다. 이 때의 그의 심경이 곧 '만리심'이기도 하다.
연대 : 신라 말기 성격 : 서정시 표현 : 대구법 형식 : 고시(古詩) , 근체시(近體詩) 주제 : 뜻을 펴지 못한 지성인의 고뇌 출전 : '동문선' 권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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