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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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彩韻) 신다회 2009. 9. 19. 04:56

    歌辭

     

     

    조선 가사

     

    시조와 함께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시가 장르로

    개화기까지 주도적 역할을 함.

     

    조선 전기 : 양반 가사 - 자연을 완상하며 음풍 농월하는

    유학자들의 작품이 주류.

    후기 : 평민 가사 - 실제 생활에서 취재, 형식 변화.

    작자층 다양, 장편화 경향, 장편 기행가사,

    유배가사, 규방가사 등장.

    개화기 : 더욱 산문화 보편화되고 작자층도 다양, 동학 가사,

    개화 가사, 의병 가사, 애국 계몽, 자주 독립, 부국 강병 등

    개화기의 사회 문제와 고민을 다룸.

    최제우의 용담유사(龍潭遺事)에서 비롯됨.

    창가 형성에 영향 미침.

     

     

    가사의 기원

     

    고려 속요 또는 경기체가.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등의 시형.

    4 음보 연속체의 교술 민요가 기록 문학으로 전환되면서 이루어 졌고

    장르적 성격은 시가와 문필의 중간 형태이다.

     

     

    상춘곡(賞春曲)

     

    -정극인(1401~1481)

     

    序詞

     

    紅塵에 뭇친 분네 이 내 生涯 엇더한고.

    녜ㅅ 사람 風流랄 미찰가 못 미찰가.

    天地間 남자 몸이 날만한 이 하건마난,

    山林에 뭇쳐 이셔 至樂을 모랄 것가.

    數間茅屋을 碧溪水 아ㄼ? 두고,

    松竹 鬱鬱裏예 風月主人 되어셔라.

     

    本詞 

     

    엇그제 겨을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桃花杏花난 夕陽裏예 퓌여 잇고,

    綠楊芳草난 細雨中에 프르도다.

    칼로 말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造化神功이 物物마다 헌사랍다.

     

    수풀에 우난 새난 春氣랄 못내 계워

    소래마다 嬌態로다.

    物我一體어니 興이 다랄소냐.

    柴扉예 거러 보고, 亭子애 안자 보니,

    逍遙吟詠하야, 山日이 적적한대,

    閒中珍味랄 알니 업시 호재로다.

     

    이바 니웃드라, 山水구경 가쟈스라.

    踏靑으란 오날하고 浴沂란 來日하새.

    아참 採山하, 나 조 釣水하새.

     

    갓 괴여 닉은 술을 葛巾으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和風이 건닷 부러 綠水랄 건너오니,

    淸香은 잔에 지고, 落紅은 옷새 진다.

     

    樽中이 뷔엿거단 날다려 알외여라.

    小童 아해다려 酒家에 술을 믈어,

    얼운은 막대 집고, 아해난 술을 메고,

    微吟緩步하야 시냇가의 호자 안자,

    明沙조한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랄 굽어보니, 떠오나니 桃花이로다.

    武陵이 갓갑도다, 져매이 긔ㄴ 거인고.

     

    松間細路에 杜鵑花랄 부치 들고,

    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樂이 곳곳이 버러 잇내.

    煙霞日輝난 錦繡랄 재?난닷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할샤.

     

    結詞

     

    功名도 날 끄ㅢ우고, 富貴도 날 끄ㅢ우니,

    淸風明月 외예 엇던 벗이 잇사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하내

    아모타, 百年行樂이 이만한달 엇지하리.

     

    <현대어 풀이>

     

    序詞(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을 표현)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살아가는 보습이 어떠한가?

    옛 사람의 운치 있는 생활을 따를까 못 따를까?

    세상에 남자로 태어나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는

    (그들은 어찌하여 나처럼) 산림에 묻혀

    (자연과 벗하여 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누릴 줄 모르는 것일까?

    두어 간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

    송죽이 우거진 숲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도다.

     

    本詞

     

    엊그제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 살구꽃은 저녁 놀 속에 피어 있고,

    버드나무와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마름질해 냈는가, 붓으로 그려 냈는가?

    조물주의 신비로운 창조의 솜씨가

    사물 마다에 야단스레 나타나 있구나.

     

    수풀에서 우는 새는 봄의 흥겨움을 이기지 못하여

    소리마다 아양부리는 모습이로구나.

    자연과 내가 하나이니 흥이야 다르겠는가?

    사립문을 나와 걸어도 보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고,

    (또) 천천히 거닐며 시를 읊기도 하며

    산 속에서 지내는 나날이 고요하고 적적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한가로운 가운데 참된 즐거움을 노리는 맛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나혼자 뿐이로구나!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푸른 풀을 밟으며 들을 산책하는 일은 오늘 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일은 내일 하세.

    아침에는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는 낚시질을 하세.

     

    이제 막 익어서 된 술을 갈건으로 걸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그것으로 잔 수를 세어 가며 먹으리라.

    부드러운 봄바람이 잠깐 불어 푸른 물이 건너윱?

    맑은 향기는 술잔에 스며들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가 비었거든 나에게 알리어라.

    아이를 시켜 술집에 술이 있는가를 물어 받아다,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나직이 시를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깨끗한 모래 사장 맑은 물에 술잔을 씻어 술을 가득 부어 들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 보니, 떠오는 것이 복숭아가지로다.

    무릉 도원이 가깝도다. 저 들이 바로 그 선경인가?

     

    소나무 숲 사이 좁은 길에 진달래꽃을 부여 잡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 내려다보니,

    수많은 촌락이 여기저기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로 채색된 자연의 아름다움은

    마치 수놓은 비단을 펼쳐 좋은 듯하구나.

    엊그제까지 검던 들이 봄빛으로 넘치는구나.

     

    訣詞(안빈낙도의 표현)

     

    공명도 나를 거리고 부귀도 나를 꺼리니,

    아른다운 자연에 외에 어떤 것이 있겠는가?

    소박하고 청진한 시골 생활에도

    부귀와 공명과 같은 번거로운 생각을 아니 하네.

    아무튼 한평생 자연을 벗하여 욕심 내지 않고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족하지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해설>

    이 작품은 산림(山林), 즉 자연에 묻혀서

    그것을 즐기는 풍류(風流)를 노래한 후

    자연에 안빈낙도(安貧樂道)하겠다는 결심을 노래한 것으로,

    소재는 '춘경(春景)', 즉 봄 풍경이다.

    봄의 풍경 속에 물입한 작자의 풍류 생활을 제재로 하여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서 부귀 공명을 버리고

    안빈 낙도의 생활을 하겠다는 주제를 잘 형상화하고 있다.

     

    갈래 : 서정 가사, 양반 가사, 정격 가사

    구성 : 서사, 본사, 결사

    성격 : 묘사적, 예찬적, 서정적

    표현 : 설의법, 대구법, 의인법

    의의 : 조선 사대부 가사의 효시, 강호 가사의 효시

    주제 : 봄의 완상과 안빈 낙도

     

    정극인(1401∼1481)

     

    호(號)는 불우헌(不憂軒). 세종 11년인 1429년

    생원시(生員試)에 급제한 이후, 세조 때에 정언(正言)이 되었다.

    단종이 폐위되자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인 태인에 돌아가

    후진을 가르쳤는데, 성종이 "늙은 몸으로 교육에 전력함을 훌륭하다."

    하였으며, 사후에 예조판서(禮曹判書)로 추종되었고,

    태인에 무성서원(武城書院)이 세워졌다.

    문집으로 '불우헌집(不憂軒集)'이 있다.

     

    상춘곡의 창작 연대는 확실히 알 수는 없다.

    단지 정극인이 만년에 고향인 태안으로 물러가

    후배를 교육하던 성종 때에 지었으리라 추정할 뿐이다.

     

     

    면앙정가

     

    - 송순(宋純 1493~1583)

     

    序詞

     

    無等山(무등산) 한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멀리 떼쳐와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날

    無邊(무변) 大野(대야)의 므삼 짐쟉하노라

    닐곱 구배 함대 움쳐 므득므득 버럿난 닷,

    가온대 구배난 굼긔 든 늘근 뇽이 선잠을 갓 깨야 머리랄 언쳐시니,

    너라바회 우해 松竹(송죽)을 헤혀고 亭子(정자)랄 언쳐시니

    구름 탄 靑鶴(청학)이 千里(천리)를 가리라 두 나래 버렷난 닷.

     

    本詞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나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해 兀兀(올올)히 펴진 드시,

    넙꺼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쌍룡이 뒤트난 닷 긴 깁을 채?난 닷.

    어드러로 가노라 므삼 일 배얏바,

    닫난 닷 따로난 닷 밤낫즈로 흐르난 닷.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갓치 펴 별킵?

    어즈러온 기러기난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나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사이 두고 우러곰 좃니난뇨.

    너븐 길 밧기오 긴 하날 아래 두르고 꼬잔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닷 나즌 닷 근난 닷 닛난 닷,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대 일홈 난 양하야 하날도

    젓티 아녀 웃독이 셧난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龍龜山(용구산), 鳳旋山(봉선산), 佛臺山(불대산), 魚登山(어등산),

    湧珍山(용진산), 錦城山(금성산)이 虛空(허공)에 버러거든

    遠近蒼崖(원근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흰 구름 브흰 煙霞(연하) 프로니난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 만학)을 제 집을 삼아 두고

    나명셩 들명성 일해도 구난지고.

    오르거니 나리거니 長空(장공)의 떠나거니

    廣野(광야)로 거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디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쁘리난다.

    籃輿(남여)랄 배야 타고 솔 아래 구븐 길노 오며 가며 하난 적의

    綠楊(녹양)의 우난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하난고야.

    나모새 자자지어 綠陰(녹음)이 얼? 적의,

    百尺欄干(백척 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 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난가.

    즌 서리 빠딘 후의 산 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또 엇디 萬頃(만경)의 펴겨 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달랄 따롸 브니난다.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강산)이 매몰커날,

    造物(조물)이 헌사하야 氷雪(빙설)로 꾸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의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암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人間(인간)알 떠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하고 져것도 드르려코,

    바람도 혀려 하고 달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아참이 낫브거니 나조해라 슬흘소냐,

    오날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리라 有餘(유여)하랴.

    이 뫼해 안자 보고 뎌 뫼해 거러 보니,

    煩勞(번로)한 마암의 바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하리야.

    다만 한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여 가노매라.

    술이 닉어거니 벗지라 업슬소냐.

    블내며 타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래로

    醉興(취흥)을 배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람이라 브트시랴.

    누으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을프락 파람하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한가하다.

    羲皇(희황)을 모랄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 몸이야 긔로고야.

     

    結詞

     

    江山風月(강산풍월) 거날리고

    내 百年(백년)을 다 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할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현대어 풀이>

     

    (서사 - 제월봉과 면앙정의 위치와 모습)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무등산을) 멀리 떼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는 넓은 들에 무슨 생각을 하느라고,

    일곱 굽이가 한데 움치리어 우뚝우뚝 벌여 놓은 듯,

    그 가운데 굽이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선잠을 막 깨어 머리를 얹혀 놓은 듯하며,

    넓고 편편한 바위 위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혀 놓았으니,

    마치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린 듯하다.

     

    (본사 - 면앙정의 승경 勝景)

     

    옥천산, 용천산에서 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끊임없이 (잇달아) 퍼져 있으니,

    넓거든 길지나, 푸르거든 희지나 말거나

    (넓으면서도 길며 푸르면서도 희다는 뜻),

    쌍룡이 몸을 뒤트는 듯, 긴 비단을 가득하게 펼쳐 놓은 듯,

    어디를 가려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려가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으로 흐르는 듯하다.

     

    물 따라 벌여 있는 물가의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펴졌는데,

    어지러운 기러기는 무엇을 통정(通情)하려고 앉았다가 내렸다가,

    모였다 흩어졌다 하며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서로 따라 다니는고?

     

    넓은 길 밖,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잇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도 하며,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며, 어지러운 가운데 유명한 체하여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고 우뚝 선 것이 추월산 머리 삼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벌어져 있는데,

    멀리 가까이 푸른 언덕에 머문 것(펼쳐진 모양)도 많기도 많구나.

     

    (면앙정의 사시가경 四時佳景)

     

    (春景)

    흰 구름과 뿌연 안개와 놀, 푸른 것은 산 아지랭이다.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을 삼아 두고.

    나며 들며 아양도 떠는구나. 오르기도 하며 내리기도 하며

    넓고 먼 하늘에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판으로 건너가기도 하여,

    푸르락 붉으락, 옅으락 짙으락 석양에 지는 해와 섞이어

    보슬비마저 뿌리는구나.

     

    (夏景)

    뚜껑 없는 가마를 재촉해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들에서 지저귀는 꾀꼬리는 흥에 겨워 아양을 떠는구나.

    나무 사이가 가득하여(우거져)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서 긴 졸음을 내어 펴니,

    물 위의 서늘한 바람이야 그칠 줄 모르는구나.

     

    (秋景)

    된서리 걷힌 후에 산빛이 수놓은 비단 물결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퍼져 있는고?

    고기잡이를 하며 부는 피리도 흥을 이기지 못하여

    달을 따라 부는 것인가?

     

    (冬景)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과 산이 묻혀 있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얼음과 눈으로 자연을 꾸며 내니,

    경궁요대와 옥해은산 같은 눈에 덮힌 아름다운 대자연이

    눈 아래 펼쳐 있구나. 자연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풍류의 생활 - 자연 완상)

     

    인간 세상을 떠나와도 내 몸이 한가로울 겨를이 없다.

    이것도 보려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려 하고, 달도 맞으려고 하니,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으며,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가 쓸 것인가?

    아침나절 시간이 부족한데 (자연을 완상하느라고)

    저녁이라고 싫을소냐? (자연이 아름답지 아니하랴.)

    오늘도 (완상할)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넉넉하랴?

    이 산에 앉아 보고 저 산에 걸어 보니 번거로운 마음이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은 버릴 것이 전혀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이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러 올)

    길이나마 전할 틈이 있으랴.

    다만 하나의 푸른 명아주 지팡이가 다 못 쓰게 되어 가는구나.

     

    (풍류의 생활 - 太平聖代 구가)

     

    술이 익었거니 벗이 없을 것인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게 하며,

    악기를 끌어당기게 하며,

    흔들며 온갖 아름다운 소리로 취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으며 시름이라 붙었으랴.

    누웠다가 앉았다가 구부렸다 젖혔다가,

    시를 읊었다가 휘파람을 불었다가 하며 마음 놓고 노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복희씨의 태평성대를 모르고 지내더니 이 때야말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떻던가 이 몸이야말로 그것이로구나.

     

    (결사 - 풍류의 생활 ; 호탕한 정회)

     

    江山 風月 거느리고 (속에 묻혀) 내 평생을 다 누리면

    악양루 위에 이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끝없는 정다운 회포야말로 이보다 더할 것인가.

     

    (낙구 - 군은 君恩)

     

    이 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해설>

     

    자연 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군은(君恩)'을 생각하는

    유교적 충의 사상이 나타나 있다.

    이러한 작품 경향을 '강호가도(江湖歌道)'라고 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시조의 종장의 형식(3.5.4.3)과 같은

    낙구(落句)이므로, 시조 문학이 가사에 투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은이가 41세로 관직에서 물러나 전라도 담양 제월봉 아래에

    면앙정을 짓고 그곳에서 지내면서 자연의 한가로움을 즐기며

    심성을 수양하는 이른바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전형적인 것으로서

    경치와 계절에 따른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노래한 것이다.

     

    면앙정(傘仰亭)이 있는 제월봉(霽月峰)과 면앙정의 모습을 그린 다음,

    그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를 근경(近景)에서 원경(遠景)으로 묘사하고

    춘하추동(春夏秋冬) 계절 변화에 따라 짜임새 있게 묘사하면서 이러한

    절경(絶景)에서 묻혀 노니는 지은이의 호방한 정회(情懷)를 노래하였다.

     

    '무등곡 無等曲'이라고도 하는데 필사본 '잡가 雜歌'에 국문가사가,

    지은이의 문집 '면앙집'에 한역가사가 실려 있다.

    2음보를 1구로 보면 모두 145구이며,

    서사(序詞),본사(本詞),결사(結詞)의 3단락으로 되어 있다.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반복,점층,대구법 등을

    적절히 썼고 경치를 실감나게 묘사한 뛰어난 가사로 평가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이나 홍만종의 '순오지' 등에서는

    이 작품을 "호연지기를 유감없이 표현했으며,

    어사(語辭)가 청완(淸婉)하고 유창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극인의 '상춘곡 賞春曲'과 더불어 호남 가사문학의 원류가 되며,

    그 내용,형식,묘사 등에서 정철의 '성산별곡 星山別曲',

    '관동별곡 關東別曲'에 영향을 미쳤다

     

    작자 : 송순(宋純)

    연대 : 중종 28년(1533)

    형식 : 가사(歌辭). 4.4(3.4)조를 기조로 한 4음보 연속체.

    성격 : 양반 가사. 은일 가사(隱逸歌辭), 서정 가사(抒情歌辭)

    표현 : 활유, 의인, 직유, 은유, 대구, 열거, 과장, 대조, 반복, 생략 등

    다양한 수법 동원.

    짜임 : 서사렉뻣渶결사의 3단 구성.

    제재 : 면앙정의 자연의 승경(勝景)

    주제 : 대자연 속에서의 풍류와 군은(君恩)

    의의 : 강호가도(江湖歌道)를 확립한 노래로,

    정극인의 '상춘곡'의 계통을 잇고, 정철의 '성산별곡

    (星山別曲)'에 영향을 주었다.

     

     

    성산별곡(星山別曲)

     

    - 정철(1560년作)

     

    (序詞 - 김성원과 성산)

     

    엇던 디날 손이 성산의 머믈며서

    하서당 식영정 주인아 내 말 듯소.

    인생 세간(世間)의 됴흔 일 하건마난

    엇디 한 강산을 가디록 나이너겨

    적막 산중의 들고 아니 나시난고.

    송근(松根)을 다시 쓸고 죽상(竹床)의 자리보와

    져근덧 올라안자 엇던고 다시보니

    천변(天邊)의 떠난 구름 서석을 집을 사마

    나난닷 드난 양이 주인과 엇더한고.

    창걔(滄溪)흰 믈결이 정자 알패 둘러시니

    천손운금을 뉘라셔 버혀 내여

    낫난닷 펴티난닷 헌사토 헌사할샤.

    산중의 책력(冊曆)업서 四時랄 모라더니

    눈아래 헤틴 景이 의의이 졀로 나니

    듯거니 보거니 일마다 선간(仙間)이라.

     

    (本詞 1 : 春)

     

    매창(梅窓)아? 빗해 향기예 잠을 깨니

    산옹(山翁)의 해올 일이 곳업도 아니하다.

    울밋 양지편의 외씨랄 삐허 두고

    매거니 도도거니 빗김의 달화내니

    청문 故事랄 이제도 잇다 할다.

    망혜(芒鞋)랄 배야신고 죽장(竹杖)을 흣더디니

    도화(桃花)嬌 시내 길히 방초주(芳草洲)예 니여셰라.

    닷봇근 명경중(明鏡中)절로 그린 석병풍(石屛風)

    그림재 벗을 삼고 새와로 함께 가니

    도원(桃源)은 여긔로다 무릉(武陵)은 어대메오.

     

    (본사 2 : 夏)

     

    남풍이 건 듯 부러 녹음을 헤텨내니

    절 아난 괴꼬리난 어대로셔 오돗던고.

    羲皇(희황) 벼개 우해 픗잠을 얼풋깨니

    공중 저즉난간 물 우해 떠잇고야.

    마의(麻衣)랄 니뫼차고 갈건을 기우 쓰고

    구부락 비기락 보난 거시 고기로다.

    하라밤 비 운의 紅白蓮이 섯거 피니

    바람 업시셔 萬山이 행긔로다.

    염계랄 마조 보와 태극을 못잡난닷

    태을진이 옥자(玉字)랄 헤혓난닷.

    노자암 건너보며 자미탄 겨태두고

    長松을 차일사마 석경(石逕)의 안자하니

    인간 유월(六月)이 여긔난 三秋로다.

    淸江의 떳난 올히(오리)白沙의 올마안자

    백구 랄 벗을 삼고 잠갤 줄 모라다니

    무심코 한가가하미 주인과 엇더한고.

     

    (本詞 3 : 秋)

     

    오동 서리달이 四更의 도다오니

    천암만학(千巖萬壑)이 낫인달 그러할가.

    호주(湖洲) 수정궁을 뉘라셔 옴겨온고

    銀河랄 건너 뛰여 광한전의 올랏난닷.

    짝마잔 늘근솔란 조대(釣臺)예 셰져두고

    그아래 배랄띄워 갈대로 더져두니

    홍료화백빈주어나 사이 디나관대

    환벽당(環碧堂)용의 소히 배 넌패 다핫나니

    청강녹초변(淸江綠草邊)의 쇼 머기난 아해들이

    어위(興)랄 계워 단적(短笛)을 빗기부니

    물아래 잠긴 용이 잠 깨야 니러날 듯

    내 예 나온 학이 제 기살 바리고 반공에 소소뜰 듯,

    소선적벽(赤壁)은 秋七月이 됴타호대

    팔월 十五夜랄 모다 엇디 과하난고.

    섬운(纖雲)이 사권(四捲)하고 믈결이 채 잔 적의

    하날의 도단 달이 솔우해 올라시니

    잡다가 빠딘 줄이 적선이 헌사할샤.

     

    (本詞 4 : 冬)

     

    공산(空山)의 싸힌 닙흘 삭풍(朔風)이 거두부려

    떼구름 거나리고 눈조차 모라 오니

    천공(天公)이 호새로와 옥으로 곳찰 지어

    만수천림(萬樹千林)을 꾸며곰 낼셰이고.

    압 여흘 가리 어려 독목교(獨木橋)빗겻난대

    막대 멘 늘근 볕이 어내 뎔로 갓닷말고.

    산옹의 이 부귀랄 남다려 헌사마오.

    경요굴 은세계(銀世界)랄 차잘이 이실셰라.

     

    (結詞 : 독서, 음주, 탄금)

     

    산중의 벗이 업서 황권랄 싸하 두고

    만고 인물을 거사리 혜여하니

    성현(聖賢)은 카니와 호걸도 하도할사.

    하날 삼기실제 곳 무심 할가마난

    엇디한 時運이 일락배락 하얏난고.

    모랄 일도 하거니와 애달음도 그지업다.

    기산(箕山)의 늘근 고불 귀난 엇디 싯돗던고.

    일표(一瓢)랄 떨틴 후의 조장(操狀)이 더욱 놉다.

    인심이 낫 가타야 보도록 새롭거날

    世事는 구롬이라 머흐도 머흘시고

    엊그제 비잔 술이 어도록(얼마쯤)니건나니

    잡거니 밀거니 슬카장 거후로니(마시니)

    마암의 매친 시름 져그나 하리나다(풀린다,줄어든다).

    거믄고 시욹 언저 풍입송 (노래)이야고야.

    손(客)인동 주인(主人)인동 다 니저 바려셰라.

    장공(長空)에 떳난 학이 이 골의 진선(眞仙)이라.

    요대월하의 행여 아니 만나산가.

    손이셔 주인다려 닐오대 그대 긔ㄴ가 하노라.

     

     

    <현대어 풀이>

     

    (序詞)

     

    어떤 지나는 손이/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 주인아/ 내 말 듣소

    인생 세간에/ 좋은 일 많건마는

    어떠한 강산을/ 갈수록 낫게 여겨

    적막 산중에/ 들고 아니 나오시는고

    송근을 다시 쓸고/ 죽상에 자리 보아

    잠깐 올라앉아/ 어떤가 다시 보니

    천변에 떴는 구름/ 서석을 집을 삼아

    나는 듯 드는 양이/ 주인과 어떠한고

    창계 횐 물결이/ 정자 앞에 둘러 있으니

    천손운금을/ 뉘라서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치는 듯/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산중에 책력 없어/ 사시를 모르더니

    눈 아래 혜쳐 있는 경치/ 철철이 절로 나니

    듣거니 보거니/ 일마다 선간이라 

     

    (本詞 1 - 春)

     

    매창 아침 볕에/ 향기에 잠을 깨니

    선옹의 하실 일이/ 곧 없지도 아니하다

    울 밑 양지 편에/ 외씨를 흩뿌려 두고

    매거니 돋우거니/ 빗김에 다루어 내니

    청문 고사를/ 이제도 있다 할까

    망혜를 바삐 신고/ 죽장을 흩던지니

    도화 핀 시냇길이/ 방초주에 이어 있구나

    박박 닦은 명경 중/ 절로 그린 석병풍

    그림자를 벗을 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도원은 어디메오/ 무릉이 여기로다

     

    (本詞 2 - 夏)

     

    남풍이 건듯 불어/ 녹음을 혜쳐 내니

    절기 아는 죄꼬리는/ 어디에서 왔던가

    희황 베개 위에/ 풋잠을 얼핏 깨니

    공중 젖은 난간/ 물 위에 떠 있구나

    마의를 여미어 차고/ 갈건을 비스듬히 쓰고

    굽을락 기댈락/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비 기운에/ 흥백련이 섞어 피니

    바람 기운 없이도/ 만산에 향기로다

    염계를 마주보아/ 태극을 묻는 듯

    태을진인이/ 옥자를 헤쳤는 듯

    노자암 건너다보며/ 자미탄 곁에 두고

    장송을 차일삼아/ 석경에 앉으니

    인간 유월이/ 여기는 삼추로다

    청강에 떴던 오리/ 백사에 옮아 앉아

    백구를 벗을 삼고/ 잠 깰 줄 모르나니

    무심하고 한가함이/ 주인과 어떠한가

     

    (本詞 3 - 秋)

     

    오동 서리달이/ 사경에 돋아 오니

    천암만학이 / 낮인들 그러할까

    호주 수정궁을/ 뉘라서 옮겨 왔는고

    은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올랐는 듯

    짝 맞은 늙은 솔은/ 조대에 세워 두고

    그 아래 배 를 띄워/ 가는 대로 던져 두니

    흥료화 백빈주/ 어느 사이 지났관대

    환벽당 용의 못이/ 뱃머리에 닿았구나

    청강 녹초변에/ 소 먹이는 아이들이

    석양에 흥겨워/ 단적을 비껴 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 깨어 일어날 듯

    연기 기운에 나온 학이/ 제 깃을 던져 두고/ 반공에 솟아 뜰 듯

    소선 적벽은/ 추칠월이 좋다 하되

    팔월 십오야를/ 모두 어찌 칭찬하는고

    섬운이 사권하고/ 물결이 다 잘 때에

    하늘에 돋은 달이/ 솔 위에 걸렸거든

    잡다가 빠진 줄이/ 적선이 야단스럽구나 

     

    (本詞 4 - 冬)

     

    공산에 쌓인 잎올/ 삭풍이 거둬 불어

    떼구름 거느리고/ 눈조차 몰아오니

    천공이 호사로워/ 옥으로 꽃을 지어

    만수천림을/ 꾸며도 내는구나

    앞 여을 가려져 얼어/ 독목교 비꼈는데

    막대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단 말인가

    산옹의 이 부귀를/ 남에게 자랑 마오

    경요굴 은거지를/ 찾을 이 있으리라

     

    (結詞)

     

    산중에 벗이 없어/ 한기를 쌓아 두고

    만고 인물을/ 거슬러 혜아리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고 많다

    하늘 삼기실 때/ 곧 무심할까마는

    어떠한 시운이/ 일락배락하였는가

    모를 일도 많거니와/ 애달픔도 그지없다

    기산의 늙은 고불/ 귀는 어찌 씻었던가

    박소리 핑계하고/ 조장이 가장 높다

    인심이 낯 같아서/ 볼수록 새롭거늘

    세사는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빛은 술이/ 얼마나 익었는가

    잡거니 밀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 조금이나마 낫는구나

    거문고 시욹 얹어/ 풍입송 이었구나

    손인지 주인인지 / 다 잊어 버렸구나

    장공에 떠 있는 학이/ 이 골의 진선이라

    요대 월하에/ 행여 아니 만나셨는가

    손이 주인에게 이르되 / 그대 그인가 하노라.

     

     

    <해설>

     

    을사사화의 여파로 낙향하는 아버지를 따라

    전남 창평(지금 담양 별뫼)에서 27세까지 지내게 되었다.

    여기서 양응정, 임석천, 김인후, 송 순, 기대승 등에게

    수학함으로써 문학적 소양을 닦음.

    송강이 25세 때(명종 15년-1560년) 처의 외재당숙인

    서하당 김성원을 경모하여 지은 작품.

     

    '성산별곡'은 조선조 사대부들의 전형적인 삶의 한 단면을

    보여 준 작품이다. 각품에 관련된 인물들의 생애와 견주어서

    좀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16세기 조선조 사대 부들의 삶의

    한 방식을 드러내 준 작품이라 하겠다.

     

    제재 : 성산의 사시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경과

    식영정 주인 김성원의 풍류.

    서사 :식영정 주인의 풍류, 선경과 같은 경치

    본사 :식영정 주위의 사시 가경

    춘사-봄 경치를 즐기는 산옹의 생활(청문고사,무릉도원)

    하사-시원하고 한적한 여름을 즐기는 은자의 모습(麻衣,葛巾)-유유자적

    추사-선경과 같은 가을 달밤의 풍류(이백.소식을 떠올림)

    동사-눈 덮인 겨울 경치(산옹의 부귀)

    결사 :혼탁하고 무상한 세상을 떠나 술과 거문고로

    무아경에 빠진 신선의 풍모

    (허유와 소부의 고사--대화 형식으로 서두와 호응)

     

    영향관계:상춘곡→면앙정가→성산별곡

     

     

    규원가

     

    - 허난설헌

     

    (기(起) - 과거의 회상과 늙음을 한탄)

     

    엇 그제 젊었더니 하마 어이 다 늙었다.

    少年幸樂 생각하니 일러도 속절업다.

    늙어야 설운 말씀 하자니 목이 멘다.

     

    父生母育 辛苦하여 이 내 몸 길러낼 제,

    公侯配匹은 못 바라도 君子호구 願하더니,

    三生의 원業이요 月下의 緣分으로,

    長安遊협 경박자를 꿈같이 만나이셔,

    당시의 用心하기 살얼음 디디는 듯,

     

    십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 절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로 百年期約 하잇더니,

    年光이 흘흘하고 造物이 多猜히야,

    봄 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빈花顔 어디 가고 面目可憎 되거고나.

    내 얼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하니 누구를 怨望하랴

     

    (承-임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서글픈 심회)

     

    삼삼오옹 冶遊園의 새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믈 제 정처없이 나가 있어,

    白馬金鞭으로 어디어디 머무는고.

    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이야 더욱 알랴,

    因緣을 긋쳐신들 생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 기니 마르려은,

    열두 때 김도 길샤 설혼 날 지리(支離)하다.

    玉窓의 심은 梅花 몇 번이나 ?여진고,

    겨울 밤 차고 찬 제 자쵯 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즌 비는 무슨 일고,

    三春花柳 호시절에 景物이 시름업다.

    가릉 달 방에 들고 실솔(실솔)이 床에 울 제,

    긴 한숨 지는 눈믈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 사.

     

    (轉 - 거문고로 달래는 외로움과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하여 어이 하리.

    청등을 돌라 노코 녹기금(綠綺琴) 빗기 안아,

    碧蓮花 한 곡조를 시름조차 섯거 타니,

    소상야우(瀟湘夜雨)의 댓소리 섯도는 듯,

    華表 千年의 별학(別鶴)이 우니는 듯,

    옥수의 타는 수단 넷 소래 잇다마는,

    芙蓉帳 寂寞하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이 九曲되어 구비 구비 끈처서라.

     

    (결 -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며 임을 기다림)

     

    찰하리 잠을 드러 꿈의나 보려 하니,

    바람의 디난 잎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무슨 일 원수로서 잠조차 깨오난다.

    天上의 牽牛織女 銀河水 막혀서도,

    七月七夕 一年一度 失期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手 가렷관대,

    오거나 가거나 消息조차 끈쳤는고.

    난간(欄干)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데 바라 보니,

    草露는 맺쳐 있고 모운(暮雲)이 디나갈 제

    竹林 푸른 곳에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하려리와,

    薄命한 紅顔이야 날 같은 이 또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하여라.

     

     

    <현대어 풀이>

     

    (起)

    엊그제 젊었더니 어찌 벌써 이렇게 다 늙어버렸는가?

    어릴적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야 헛되구나.

    이렇게 늙은 뒤에 설운 사연 말하자니 목이 멘다. 

     

    부모님이 낳아 기르며 몹시 고생하여 이 내 몸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치의 배필은 바라지 못할지라도

    군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바랬더니,

    전생에 지은 원망스러운 업보요, 부부의 인연으로(불교의 윤회 사상)

    장안의 호탕하면서도 경박한 사람을 꿈같이 만나,

    시집간 뒤에 남편 시중들면서 조심하기를 마치 살얼음 디디는 듯 하였다.

    (결혼을 운명으로 여기고 힘든 시집살이를 견딤)

     

    열다섯 열여섯 살을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 저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평 생을 약속하였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고 조물주마저 다 시기하여 봄바람 가을물,

    곧 세월이 베틀의 베올 사이에 북이 지나가듯 빨리 지나가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 어디 두고 모습이 밉게도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고 알거니와 어느 님이 사랑할 것인가?

    스스로 부끄러워하니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承)

    여러 사람이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정처없이 나가서

    호사스러운 행장을 하고 어디어디 머물러 노는고?

    집안에만 있어서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님의 소식이야 더욱 알 수 있으랴. 

     

    겉으로는 인연을 끊었다지만 님에 대한 생각이야 없을 것인가?

    님의 얼굴을 못 보거니 그립기나 말았으면 좋으련만,

    하루가 길기도 길구나. 한 달 곧 서른 날이 지리하다.

    규방 앞에 심은 매화 몇 번이나 피었다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 자국 눈 섞어 내리고,

    여름날 길고 긴 때 궂은 비는 무슨 일인고?

    봄날 온갖 꽃 피고 버들잎이 돋아나는 좋은 시절에

    아름다운 경치를 보아도 아무 생각이 없다.

    가을 달 방에 들이 비추고 귀뚜라미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흘리는 눈물 헛되이 생각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轉)

    돌이켜 여러가지 일을 하나하나 생각하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할 것인가?

    등불을 돌려 놓고 푸른 거문고를 비스듬히 안아

    벽련화곡을 시름에 싸여 타니,

    소상강 밤비에 댓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망주석에 천 년만에 찾아 온 특별한 학이 울고 있는 듯,

    아름다운 손으로 타는 솜씨는 옛 가락이 아직 남아 있지마는

    연꽃 무늬가 있는 휘장을 친 방이 텅 비었으니

    누구의 귀에 들릴 것인가?

    마음 속이 굽이굽이 끊어졌도다.

     

    (結)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나 님을 보려 하니

    바람에 지는 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는

    무슨 일이 원수가 되어 잠마저 깨우는고?

    하늘의 견우성과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을지라도

    칠월 칠석 일년에 한 번 씩 때를 어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장애물이 가리었기에

    오고 가는 소식마저 그쳤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님 가신 데를 바라보니,

    풀 이슬은 맺혀 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 수풀 우거진 푸른 곳에 새소리가 더욱 서럽다.

    세상에 설운 사람 많다고 하려니와

    운명이 기구한 여자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이 님의 탓으로 살동말동 하여라.

     

     

    <해설>

     

    이 노래는 남존 여비의 유교 사회에서의

    한스러운 생활과 괴로움을 노래하였다.

     

    연 대 : 선조때로 추정

    구 성 : 기, 승, 전, 결 4단 구성

    성 격 : 원부사(怨夫詞)

    주 제 : 봉건 제도하에서의 부녀자의 한

    의 의 : 규방 가사의 선구적인 작품. 현전하는 최고의 여류 가사

     

     

    관동별곡(關東別曲)

     

    - 정철

     

    (서사)

     

    江湖애 病이 깁퍼 竹林의 누엇더니,

    關東 八百里에 方面을 맛디시니,

    어와 聖恩이야 가디록 罔極하다.

     

    延秋門 드리다라 慶會 南門 바라보며,

    下直고 믈너나니 玉節이 알패 셧다.

     

    平丘驛 말을 가라 黑水로 도라드니,

    蟾江은 어듸메오, 雉岳이 여긔로다.

     

    昭陽江 나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臣 去國에 白髮도 하도 할샤.

     

    東州 밤 계오 새와 北寬亭의 올나하니,

    弓王 大闕터희 烏鵲이 지지괴니,

    千古 興亡을 아난다, 몰아난다.

     

    淮陽 녜 일홈이 마초아 가탈시고.

    汲長孺 風彩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현대어 풀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질병이 되어,

    은거지인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임금님께서) 8백 리나 되는 강원도 관찰사의 직분을 맡겨 주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그지없다.

     

    경복궁 서문인 연추문으로 달려 들어가

    경회루 남쪽 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을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평구역(양주)에서 말을 갈아 타고

    흑수(여주)로 돌아드니,

     

    섬강(원주)는 어디인가?

    치악산(원주)이 여기로구나.

     

    소양강의 흘러내리는 물이 어디로 흘러든다는 말인가

    (임금 계신 한강으로 흘러들겠지)?

     

    임금 곁을 떠나는 외로운 신하가 서울을 떠나매

    (우국지정으로) 백발이 많기도 많구나.

     

    동주(철원)의 밤을 겨우 새워(날이 새자마자) 북관정에 오르니,

    임금 계신 서울의 삼각산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도 같구나.

     

    옛날 태봉국 궁예왕의 대궐 터였던 곳에 까막까치가 지저귀니,

    한 나라의 흥하고 망함을 알고 우는가, 모르고 우는가.

     

     

    <해설>

     

    고향인 전라도 창평에 은거하던 중 성은을 입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게 되었다.

     

    춘천과 철원과 회양을 순시하면서 연군의 정과 우국의 정,

    그리고 회고의 정을 읊었다.

    주제로는 - 관내 순시와 선정에 대한 포부와

    - 관찰사 배명과 원주 부임이다.

     

    * 선조 5년 진도 군수 이수의 뇌물 사건이 벌어졌는데(이수의 옥사),

    송강이 이수를 두둔하다가 동인의 탄핵을 받아 면직되어 물러나

    고향 창평에 3년 동안 살았다. 이 때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썼다.

     

    * 여정

     

    창평-서울-양주(평구)-여주(흑수)-원주(섬강,치악)

    춘천(소양강)-철원(동주)-회양

     

    * 어구풀이

     

    江湖애 病이 깁퍼 : 자연을 매우 좋아함.

    맛디시니 : 맡기시니

     

    延秋門 : 경복궁 서쪽문

    드리다라 : 달려들어가서.

    나린 : 흘러 내리는.

    去國 : 서울을 떠나감. 국(國)은 국도(國都), 즉 서울을 말함.

    三角山 第一峰이 하마면 뵈리로다

    : 임금에 대한 연군의 정이 나타남

    弓王 大闕터희 烏鵲이 지지괴니

    : 인생의 무상감이 나타남, 麥秀之歎

    몰아난다 : 모르는가?

    汲長孺 風彩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 급장유와 같은 선정을 펼치겠다.

     

    회양 : 회양은 고려 충선와 때부터 불러온 강원도 동북부에 위치한

    지명이다. 중국에도 한나라 때 회양이란 지명이 있었다.

     

    급장유 : 중국 한나라 무제 때 사람으로 직언을 하기로 유명하다.

    이름은 암, 장유는 그의 자이다. 무제가 그를 회양 태수로

    좌천시켰으나 정치를 잘하여 臥治淮陽(가만히 있어도 정치를 잘함)

    이란 말을 들었다.

     

    * 고사성어

     

    죽림칠현(竹林七賢) : 위(魏)나라 말엽, 진(晉)나라 초에

    대숲에 모여 청담을 즐기던 일곱 선비.

     

    와치회양(臥治淮陽) :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도

    회양을 잘 다스렸다'는 뜻

     

     

    (본사1 - 내금강 기행)

     

    營中이 無事하고 時節이 三月인 제,

    花川 시내길히 楓岳으로 버더 잇다.

     

    行裝을 다 떨티고 石逕의 막대 디퍼,

    百川洞 겨태 두고 萬瀑洞 드러가니,

     

    銀 가탄 무지게, 玉 가탄 龍의 초리,

    섯돌며 뿜는 소래 十里의 자자시니,

    들을 제난 우레러니 보니난 눈이로다.

     

    金剛臺 맨 우層의 仙鶴이 삿기 치니,

    春風 玉笛聲의 첫잠을 깨돗던디,

     

    縞衣玄裳이 半空의 소소 뜨니,

    西湖 녜ㅅ 主人을 반겨서 넘노난 닷.

     

    小香爐 大香爐 눈 아래 구버보고,

    正陽寺 眞歇臺 고텨 올나 안잔마리,

     

    廬山 眞面目이 여긔야 다 뵈나다.

    어와, 造化翁이 헌사토 헌사할샤.

     

    날거든 뛰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蓉을 고잣난 닷, 白玉을 믓것난 닷,

     

    東溟을 박차난 닷, 北極을 괴왓난 닷.

    놉흘시고 望高臺, 외로올샤 穴望峰이

     

    하날의 추미러 므사 일을 사로리라

    千萬劫 디나다록 구필 줄 모라난다.

    어와 너여이고, 너 가타니 잇난가.

     

    開心臺 고텨 올나 衆香城바라보며,

    萬二千峰을 歷歷히 혀여하니

     

    峰마다 맺쳐 잇고 긋마다 서린 긔운,

    맑거든 조티 마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傑을 만달고쟈. 形容도 그지업고 體勢도 하도 할샤.

     

    天地 삼기실 제 自然이 되연마난,

    이제 와 보게 되니 有情도 有情할샤.

     

    毗盧峰 上上頭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山 泰山이 어나야 놉돗던고.

     

    魯國 조븐 줄도 우리난 모라거든,

    넙거나 넙은 天下 엇띠하야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하면 알 거이고.

    오라디 못하거니 나려가미 고이할가.

     

    圓通골 가난 길로 獅子峰을 차자가니,

    그 알패 너러바회 化龍쇠 되어셰라.

     

    千年 老龍이 구배구배 서려 이셔,

    晝夜의 흘녀 내여 滄海예 니어시니,

     

    風雲을 언제 어더 三日雨랄 디련난다.

    陰崖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사라.

     

    磨하衍 妙吉祥 雁門재 너머 디여,

    외나모 써근 다리 佛頂臺 올라하니,

     

    千尋絶壁을 半空애 셰여 두고,

    銀河水 한 구배랄 촌촌이 버혀 내여,

     

    실가티 플텨이셔 뵈가티 거러시

    圖經 열 두 구배, 내 보매난 여러히라

    李謫仙 이제 이셔 고텨 의논하게 되면,

    廬山이 여긔도곤 낫단 말 못 하려니.

     

    ,

    <현대어 풀이>

     

    감영 안이 무사하고, 시절이 3월인 때,

    화천(花川)의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을 간편히 하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고,

    백천동을 지나서 만폭동 계곡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같이 희고,

    고운 용의 꼬리 같은 폭포가 섞어 돌며 내뿜는 소리가

     

    십리 밖까지 퍼졌으니, 멀리서 들을 때에는 우렛소리(천둥소리) 같더니,

    가까이서 보니 눈이 날리는 것 같구나!

     

    금강대 맨 꼭대기에 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에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에 선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로 단장한 학이 공중에 솟아 뜨니,

    서호의 옛 주인 임포를 반기듯 나를 반겨 넘나들며 노는 듯하구나!

     

    소향로봉과 대향로봉을 눈 아래 굽어보고,

    정양사 진헐대에 다시 올라앉으니,

     

    여산 같이 아름다운 금강산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인다.

    아아, 조물주의 솜씨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저 수많은 봉우리들은 나는 듯 하면서도 뛰는 듯도 하고,

    우뚝 섰으면서도 솟은 듯하니, 참으로 장관이로다.

     

    또, 연꽃을 꽂아 놓은 듯, 백옥을 묶어 놓은 듯, 동해를 박차는 듯,

    북극을 괴어 놓은 듯하구나.

     

    높기도 하구나 망고대여,

    외롭기도 하구나 혈망봉이 하늘에 치밀어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 모르는가?(그 지조가 놀랍구나.)

    아, 너(망고대, 혈망봉)로구나.

    너같은 높은 기상을 지닌(지조가 높은) 것이 또 있겠는가?

     

    개심대에 다시 올라 중향성을 바라보며

    만 이천 봉을 똑똑히 헤아려 보니,

     

    봉마다 맺혀 있고, 끝마다 서린 기운, 맑거든 깨끗하지 말거나,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 맑고 깨끗한 저 산봉우리의 빼어남이여!

     

    저 맑고 깨끗한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재를 만들고 싶구나.

    생긴 모양도 각양각색 다양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에(만 이천 봉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제 와서 보니 모두가 뜻이 있게 만들어진 듯하여 정답기도 정답구나!

     

    금강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에 올라 본 사람이 누구이신가?

    (아마도 없으리라.) (공자님은 동산에 올라 노나라가 작음을 알고,

    태산에 올라 천하를 작다고 했으니,)

     

    동산과 태산의 어느 것이 비로봉보다 높던가?

    노나라가 좁은 줄도 우리는 모르거든,

    하물며 넓거나 넓은 천하를 공자는 어찌하여 작다고 했는가?

     

    아! 공자와 같은 그 높고 넓은 경지를 어찌하면 알 수 있겠는가?

    (공자의 호연지기를 도저히 따를 수 없네.)

     

    오르지 못하는데 내려감이 무엇이 괴이할까?

     

    원통골의 좁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의 넓은 바위가 화룡소(化龍沼)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 묵은 늙은 용이 굽이굽이 서려 있는 것같이

    밤낮으로 물을 흘러 내어 넓은 바다에 이었으니,

     

    (저 용은)바람과 구름을 언제 얻어 흡족한 비를 내리려느냐?

    그늘진 낭떠러지에 시든 풀을 다 살려 내려무나.

    마하연, 묘길상,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썩은 외나무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조물주가) 천 길이나 되는 절벽을 공중에 세워 두고,

    (거기에 십이 폭이 걸렸는데) 은하수 큰 굽이를 마디마디 잘라내어

    실처럼 풀어서 베처럼 걸어 놓았으니,

     

    산수도경에는 열 두 굽이라 하였으나,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더 되어 보인다.

     

    만일, 이백이 지금 있어서 다시 의논하게 되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다.

     

     

    <해설>

     

    백천동을 지나 만폭동 장관을 구경하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금강대의 학을 보고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을 가졌다.

     

    진헐대에 올라서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을 바라보며

    다양한 산의 모습에 감탄하고,

    망고대와 혈망봉을 바라보며 충절을 다짐했다.

     

    개심대에서 일만 이천 봉을 보며 고결한 인재를 갈망하고,

    비로봉을 바라보며 공자의 높은 덕을 흠모하였다.

     

    화룡소를 보면서 선정에 대한 포부를 다짐하였다.

    십이 폭포의 장관을 보며 감탄하였다.

     

    주제로는 - 만폭동의 장관

    - 금강대의 선학

    - 진헐대에서 조망한 금강산

    - 개심대에서 중향성과 비로봉 조망

    - 화룡소에서의 감회

    - 불정대에서 바라본 십이 폭포의 장관

     

    * 여정

     

    만폭동-금강대-진헐대-개심대-원통골-사자봉-화룡소

    -마하연-묘길상-안문재-불정대

     

    * 어구풀이

    營中 : 관찰사의 관청

    楓岳 : 가을철의 금강산의 별칭

    떨티고 : 떨어 버리고

    銀 가탄 무지게, 玉 가탄 龍의 초리

    : 계곡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함. 초리는 꼬리의 고어

    우레리니 : 우레더니(민간 어원설)

    春風 玉笛聲 : 봄바람을 미화법으로 표현함

    깨돗던디 ; 깨었던지

    縞衣玄裳 ; 학을 의인화한 표현

    西湖 녜ㅅ 主人 : 송대의 시인 임포를 말함.

    매화를 아내로 학을 자식으로 산 도인

     

    고텨 : 다시

    안잔마리 : 안즈니

    廬山 眞面目 : 금강산을 비유한 표현

    헌사토 헌사샤 ;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다.

    날거든 나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 산의 다양한 모습 표현

    하날의 추미러 므사 일을 사로리라 千萬劫 디나다록

    구필 줄 모라난다 : 충성심과 굽힐 줄 모르는 의지 표현

    조티 : 깨끗하지

    뎌 긔운 흐터 내야 人傑을 만달고쟈

    : 인재 배출을 염원하는 우국의 정이 나타남

    하도 할샤 ; 많기도 많구나.

    삼기실 제 : 생겨날 때

    어나야 : 어느 것이

    디위 : 경지

    고이가 : 이상하겠는가?

    가난 : 좁은 길

    알패 : 앞에

    너러바회 : 넓고 평평한 바위

    千年 老龍 : 실체는 물이고, 작자 자신을 비유한 말.

    三日雨 : 흡족한 비. 임금의 선정 비유.

    디련난다 : 내리려 하는가?

    이온 : 시든

    陰崖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사라 : 선정에 대한 포부가 나타남.

    내여사라 : 내려무나.

    디여 : 떨어지다. 내려가다.

    셰여 : 세워

    銀河水 : 폭포수를 비유함.

    버혀 : 베어

    플텨이셔 ; 풀어 가지고.

    圖經 : 산세의 지세를 그리고 설명한 책

    廬山이 여긔도곤 낫단 말 못 하려니 : 금강산이 폭포로 유명한

    중국의 여산보다 더 아름답다.

     

     

    (본사 2 - 관동팔경 유람)

     

    山中을 매양 보랴, 東海로 가쟈사라.

    藍輿 緩步하야 山映樓의 올나하니,

    玲瓏 碧溪와 數聲 啼鳥난 離別을 怨하난 닷,

     

    旌旗랄 떨티니 五色이 넘노난 닷, 鼓角을 섯부니

    海雲이 다 것난 닷. 鳴沙길 니근 말이 醉仙을 빗기 시러,

    바다할 겻태 두고 海棠花로 드러가니,

    白鷗야 나디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난.

     

    金蘭窟 도라드러 叢石亭 올라하니, 白玉樓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수의 셩녕인가, 鬼斧로 다다만가.

     

    구태야 六面은 므어슬 象톳던고. 高城을란 뎌만 두고

     

    三日浦랄 차자가니, 丹書난 宛然하되 四仙은 어대 가니.

    예 사흘 머믄 後의 어대 가 또 머믈고.

     

    仙遊潭 永郎湖호 거긔나 가 잇난가.

    淸澗亭 萬景臺 몃 고대 안돗던고.

     

    梨花난 발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山 東畔으로 義相臺예 올라 안자,

     

    日出을 보리라 밤듕만 니러하니, 祥雲이 집?난 동,

    六龍이 바퇴난 동, 바다해 떠날 제난 萬國이 일위더니,

     

    天中의 티뜨니 豪髮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름 근처의 머믈셰라.

     

    詩仙은 어대 가고 咳唾만 나맛나니.

    天地間 壯한 긔별 자셔히도 할셔이고.

    斜陽 峴山의 철축을 므니발와 羽蓋芝輪이 鏡浦로 나려가니,

    十里 氷紈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松 울흔 소개 슬카장 펴뎌시니,

    믈결도 자도잘샤 모래랄 혜리로다.

     

    孤舟 解纜하야 亭子 우해 올나가니, 江門橋 너믄 겨태 大洋이 거긔로다.

    從容한댜 이 氣像, 闊遠한댜 뎌 境界, 이도곤 가잔 대 또 어듸 잇닷 말고.

     

    紅粧 古事랄 헌사타 하리로다. 江陵 大都護 風俗이 됴흘시고,

    節孝旌門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屋可封이 이제도 잇다 할다.

     

    眞珠館 竹西樓 五十川 나린 믈이 太白山 그림재랄 東海로 다마 가니,

    찰하리 漢江의 木覓의 다히고져. 王程이 有限하고 風景이 못 슬?니,

     

    幽懷도 하도 할샤, 客愁도 둘 듸 업다. 仙사랄 쓰ㅢ워 내여 斗牛로 向하살가,

    仙人을 차자려 丹穴의 머므살가.

     

    天根을 못내 보와 望洋亭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날이니 하날 밧근 므서신고. 갓득 노한 고래, 뉘라셔 놀내관?,

     

    블거니 프르거니 어즈러이 구난디고. 銀山을 것거 내여 六合의 나리난 닷,

    五月 長天의 白雪은 므사 일고.

     

     

    <현대어 풀이>

     

    내금강 산중의 경치만 매양 보겠는가? 이제는 동해로 가자꾸나.

    남여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에 오르니,

     

    눈부시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여러 소리로 우짖는 산새는

    나와의 이별을 원망하는 듯하고(감정이입),

     

    깃발을 휘날리며 오색 기폭이 넘나드는 듯하며,

    북과 나팔을 섞어 부니(풍악을 울리니) 바닷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랫길에 익숙한 말이 취한 신선(작자)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의 해당화 핀 꽃밭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지 마라, 내가 네 벗인 줄 어찌 아느냐?

     

    금란굴 돌아들어 총석정에 올라가니,

    옥황 상제가 거처하던 백옥루의 기둥이 네 개만 서 있는 듯하구나.

     

    옛날 중국의 명장(名匠)인 공수(工手)가 만든 작품인가?

    조화를 부리는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육면으로 된 돌기둥은 무엇을 본 떴는가?

     

    고성을 저 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그 남쪽 봉우리 벼랑에

    '영랑도 남석행'이라고 쓴 붉은 글씨가 뚜렷이 남아 있으나,

     

    이 글을 쓴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 동안 머무른 뒤에 어디 가서 또 머룰렀던고?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를 비롯하여 몇 군데서 앉아 놀았던가?

     

    배꽃은 벌써 지고 소쩍새 슬피 울 때,

    낙산사 동쪽 언덕으로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돋이를 보려고 한밤중쯤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듯,

     

    여러 마리 용이 해를 떠받치는 듯,

    바닥에서 솟아오를 때에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듯하더니,

     

    하늘에 치솟아 뜨니 가는 터럭도 헤아릴 만큼 밝도다.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이 해 근처에 머무를까 두렵구나(이백의 시구 인용).

     

    이백은 어디 가고 (간신배가 임금의 은총을 가릴까 염려스럽다는)

    시구만 남았느냐? 천지간 굉장한 소식이 자세히도 표현되었구나.

     

    저녁 햇빛이 비껴드는 현산의 철쭉꽃을 이어 밝아,

    우개지륜을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뻗쳐 있는 얼음같이 흰 비단을 다리고 다시 다린 것 같은,

    맑고 잔잔한 호숫물이

     

    큰 소나무 숲으로 둘러싼 속에 한껏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여 물 속 모래알까지도 헤아릴 만하구나.

     

    한 척의 배를 띄워 호수를 건너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넘은 곁에 동해가 거기로구나. 조용하구나 경포의 기상이여,

     

    넓고 아득하구나 저 동해의 경계여,

    이 곳보다 아름다운 경치를 갖춘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과연 고려 우왕 때 박신과 홍장의 사랑이 호사스런 풍류이기도 하구나.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신, 효자, 열녀를 표창하기 위하여 세운 정문이 동네마다 널렸으니,

    즐비하게 늘어선 집마다 모두 벼슬을 줄 만하다는 요순 시절의

    태평 성대가 이제도 있다고 하겠도다.

     

    진주관(삼척) 죽서루 아래 오십천의 흘러내리는 물이 (그 물에 비친)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옮겨)가니,

     

    차라리 그 물줄기를 임금 계신 한강으로 돌려

    서울의 남산에 대고 싶구나.

     

    관원의 여정은 유한하고, 풍경은 볼수록 싫증나지 않으니,

    그윽한 회포가 많기도 많고, 나그네의 시름도 달랠 길 없구나.

     

    신선이 타는 뗏목을 띄워 내어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하늘의 맨 끝을 끝내 못보고 망양정에 오르니,

    (수평선 저 멀리)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성난 고래(파도)를 누가 놀라게 하기에,

    물을 불거니 뿜거니 하면서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은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뿌려 내리는 듯,

    오월 드높은 하늘에 백설(파도의 물거품)은 무슨 일인가?

     

     

    <해설>

     

    금강에서 해금강을 향해 떠나는 작자의 아쉬운 감정변화를 노래했다.

    아쉬움과 상괘함 풍류와 자연 친화의 감정을 잘나타내고 있다.

     

    금난굴에서 십리 가량 떨어진 북쪽 해안 절벅 위에 있는

    총석정에서 바라본 사선봉의 장관을

    영탄법 설의법 대유법을 사용하여 표현하였다.

    삼일포에서 단서를 바라보면서 사선을 추모하고 있다.

     

    의상대의 해돋이를 바라보면서 나라를 걱정하고 있다.

     

    해질녁 현산 철쭉꽃을 보며, 경포에 이르니 경포호 물이 잔잔하고

    대양은 광활하며, 강릉은 풍속이 좋았다.

     

    죽서루에서 느낀 연군의 정과 여행의 회포를 적었다.

    인간의 유한함을 느끼면서 영원의 세계를 갈구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망양정에서 바라본 파도의 아름다움을

    은유법과 활유법 과장법을 사용하여 묘사하였다.

     

    * 주제로는 - 동해로 가는 감회

    - 총석정의 장관

    - 삼일포에서 사선 추모

    - 의상대의 일출

    - 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풍속

    - 죽서루에서의 객수

    - 망양정에서 본 파도

     

    * 여정

     

    내금강-해금강(산영루)-금난굴-총석정-삼일포-의상대

    경포-강릉-죽서루-망양정

     

    * 어구풀이

     

    玲瓏 碧溪와 數聲 啼鳥난 離別을 怨하난 닷 : 작자의 감정을 감정

    이입의 수법으로 표현했다.

     

    떨티니 : 위세 있게 휘날리니.

    넘노난 : 넘다와 놀다의 합성어.

    올라하니 : 오르니.

    셩녕 : 공작품

    象톳던고 : 새기었던고

    丹書 : 붉은 글씨

    집?난 동 : 뭉게뭉게 피어나는 ?

    咳唾 : 훌륭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

    므니발와 : 잇다라 밟아

    羽蓋芝輪 : 신선이나 귀인이 탔던 수레

    氷紈 : 얼음같이 희고 깨끗한 비단. 경포 호수물 비유

    펴뎌시니 : 펼쳐 졌으니.

    節孝旌門 : 충신 효자 열녀 등을 기리기 위해 세운 붉은 문.

    버러시니 : 벌여 있으니.

    木覓 : 서울 남산의 옛이름.

    못 슬므ㅢ니 : 싫지 않으니.

    仙사 : 신선이 타는 뗏목. 울진의 옛이름.

    天根 : 하늘 끝.

    올은말이 : 오르니.

    銀山 : 흰 물결의 은유

     

    * 참고 : 이백(李白)의 등금릉 봉황대(登金陵 鳳凰臺)

     

    鳳凰臺上鳳凰遊 그 옛날 봉황대 위에 봉황이 놀았다더니,

    鳳去臺空江自流 봉황은 가고 대는 비었는데 강물만

    예대로 흐르는 구나.

     

    吳宮花草埋幽徑 오나라 궁터의 화초는 쓸쓸한 오솔길을

    뒤덮듯이 무성하고,

    晉代衣冠成古丘 진나라 때의 귀인들도 옛 언덕의 무덤이 되었어라.

     

    三山半落靑天外 세 산은 반쯤 푸른 하늘 밖에 솟고,

    二水中分白鷺洲 진, 회 두 물줄기는 백로주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 흐른다.

     

    總爲浮雲能蔽日 다 뜬 구름이 되어 능히 햇빛을 가리니

    長安不見使人愁 장안을 볼 수 없어 사람을 시름겹게 하는구나. 

     

     

    (결사 - 동해의 선연)

     

    져근덧 밤이 드러 風浪이 定하거날, 扶桑 咫尺의 明月을 기다리니,

    瑞光 千丈이 뵈난 닷 숨난고야. 珠簾을 고텨 것고,

     

    玉階랄 다시 쓸며, 啓明星 돗도록 곳초 안자 바라보니,

    白蓮花 한 가지랄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界 남대되 다 뵈고져.

    流霞酒 가득 부어 달다려 무론 말이,

     

    英雄은 어대 가며, 四仙은 긔 뉘러니,

    아매나 맛나 보아 녜ㅅ 긔별 뭇쟈 하니,

    仙山 東海예 갈 길히 머도 멀샤.

     

    松根을 볘여 누어 픗잠을 얼픗 드니,

    끔애 한 사람이 날다려 닐온 말이,

    그대랄 내 모라랴, 上界예 眞仙이라.

     

    黃庭經 一字를 엇디 그랏 닐거 두고,

    人間의 내려와셔 우리를 딸오난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한 잔 머거 보오.

     

    北斗星 기우려 滄海水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날 서너 잔 거후로니,

    和風이 習習하야 兩腋을 추혀 드니, 九萬里 長空애 져기면 날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海예 고로 난화, 億萬 蒼生을 다 醉?케 맹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또 한 잔 하?고야.

     

    말 디쟈 鶴을 타고 九空의 올나가니, 空中 玉簫 소래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잠을 깨여 바다할 구버보니, 기?랄 모라거니 가인들 엇디 알리.

     

    明月이 千山 萬落의 아니 비쵠 대 업다.

     

     

    <현대어 풀이>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바람과 물결이 가라앉기에,

    해 뜨는 곳이 가까운 동햇가에서 명월을 기다리니,

     

    상서로운 빛줄기가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나.

    구슬을 꿰어 만든 발을 다시 걷어올리고

     

    옥돌같이 고운 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아 오를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저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흰 연꽃 같은 달덩이를 어느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상을 다른 사람 모두에게 보이고 싶구나.

    (온 백성에게 은혜가 골고루 미치도록 선정을 베풀고 싶다.)

     

    신선주를 가득 부어 손에 들고 달에게 묻는 말이,

    "옛날의 영웅은 어디 갔으며, 신라 때 사선은 누구더냐?"

     

    아무나 만나 보아 영웅과 사선에 관한 옛 소식을 묻고자 하니,

    선산이 있다는 동해로 갈 길이 멀기도 하구나.

     

    (드러난)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 선잠이 얼핏 들었는데,

    꿈에 한 사람이 나에게 이르기를, "그대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참 신선이라,

    황정경 한 글자를 어찌 잘못 읽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시 가지 말고 이 술 한 잔 먹어 보오."

    북두 칠성과 같은 국자를 기울여 동해물 같은 술을 부어

    저 먹고 나에게도 먹이거늘,

     

    서너 잔을 기울이니 온화한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 겨드랑이를 추켜올리니, 아득한 하늘도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이 신선주를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고루 나눠

    온 백성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

     

    말이 끝나자, 신선은 학을 타고 높은 하늘에 올라가니,

    공중의 옥퉁소 소리가 어제던가 그제던가 어렴풋하네.

     

    나도 잠을 깨어 바다를 굽어보니,

    깊이를 모르는데 하물며 가인들 어찌 알리.

     

    명월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해설>

     

    망양정에서 월출을 기다리는 경건한 자세와 선정에 대한 포부

    그리고 신선에 대한 동경 등이 은유법, 미화법, 문답법, 영탄법을

    사용하여 표현되었다.

     

    작자의 신선 동경 심리를 꿈으로 실현시키면서

    선정 포부를 가미시킨 내용이다.

     

    작가의 이상이 유교적 경세관과 도교적 삶임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낙구는 시조 종장 형식을 취하고 있다.

     

    * 주제로는 - 망양정의 월출

    - 몽중선연(꿈속에서 신선을 만남)

     

    * 여정 : 망양정

     

    * 어구풀이

     

    져근덧 : 잠간 동안에

    扶桑 : 동해의 해돋는 곳

    瑞光 千丈 : 길게 뻗은 상서스러운 달빛

    啓明星 : 샛별. 금성.

    白蓮花 : 달을 비유한 말

    남대되 : 남에게

    流霞酒 : 신선이 마신다는 술

    머도 멀샤 : 멀기도 멀구나

    黃庭經 : 도교의 경전

    滄海水 : 술을 비유한 말

    九萬里 長空 : 아득하고 넓은 하늘

    져기면 : 조금만 더하면

    가인들 : 끝인들

     

    선우후락(先憂後樂):

     

    중국 송나라 범중엄의 '악양루기'의 끝부분에

    其必曰,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 噫, 微斯人, 吾誰與歸

    반드시, 천하가 걱정하는 것을 앞서서 걱정하며,

    천하가 즐거움을 누리라고 했다. 아,

    이런 사람이 없으면 나는 누구를 좇아 함께 갈 것인가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

     

    동파 소식의 '적벽부'에 나오는 구절로,

    '날개가 돋아 하늘로 오르는 신선만 같다'는 뜻이다.

     

    瓢瓢乎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

     

    바람에 휘날려 속세를 잊고 자유로운 몸이 되니,

    날개가 돋쳐서 하늘로 오르는 신선과 같다.에서 온 말이다.

    ** 관동별곡의 주제는 연군 우국과 신선류의 풍류,

    두 가지로 이해된다. '연군 우국' 은 언뜻 생각하면 이는

    신선류의 풍류와 모순 되는 것처럼 보인다.

     

    신선류의 풍류가 속세를 벗어나는 것이라면 연군 우국하는 정치현실은

    세속적인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강에게 있어서 신선류의 풍류와 연군은 다 함께 소망스러운

    덕목으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신선류의 풍류는 현실 도피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 참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선 사상은 현실 정치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다시 정치에 열중할 수 있는 활력소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미인곡(思美人曲)

     

    - 정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한생 緣分(연분)이며 하날 모랄 일이런가.

    나 하나 졈어 잇고 님 하나 날 괴시니,

    이 마암 이 사랑 견졸대 노여 업다.

    平生(평생)애 願원하요대 한대 녜쟈 하얏더니,

    늙거야 므사 일로 외오 두고 글이난고.

    엇그제 님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

    그 더대 엇디하야 下界(하계)예 나려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연디 三年이라.

    燕脂粉(연지분) 잇내마난 눌 위하야 고이 할고.

    마음의 매친 실음 疊疊(??)이 싸혀 이셔,

    짓나니 한숨이오, 디나니 눈믈이라.

    人生은 有限한대 시람도 그지 업다.

    無心한 歲月은 믈 흐라닷 하난고야.

    炎凉(염냥)이 때랄 아라 가난 닷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 일도 하도 할샤.

     

    東風이 건듯 부러 積雪을 헤텨 내니,

    窓 밧긔 심근 梅花 두세 가지 ?여셰라.

    갓득 冷淡한대 暗香(암향)은 므사 일고.

    黃昏의 달이 조차 벼마태 빗최니,

    늣기난 닷 반기난 닷,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 것거내여 님 겨신 대 보내오져.

    님이 너랄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꼿 디고 새닙 나니 綠陰이 깔렷난대,

    羅韋寂寞(나위적막)하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갓득 시람 한대 날은 엇디 기돗던고.

    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색션) 플텨 내여,

    금자해 견화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 카니와 制度도 가잘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해 白玉函(백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대 바라보니,

    山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고.

    千里萬里 길흘 뉘라셔 차자 갈고.

    니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하라밤 서리김의 기러기 우러 녜ㄹ 제,

    危樓(위루)에 혼자 올나 水晶簾(슈정념) 거든말이,

    東山의 달이 나고 北極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광)을 쥐여 내여 鳳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해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穹谷(심산궁곡) 졈낫가티 맹그쇼셔.

     

    乾坤(건곤)이 폐색하야 白雪이 한 빗친 제,

    사람은카니와 날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옥 닐너 므삼하리.

    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신 대 쏘이고져.

    茅詹(모?) 비쵠 해랄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홍샹)을 니ㅁㅢ차고 翠袖(취슈)랄 半만 거더,

    日暮(일모) 脩竹(슈듀ㄱ)의 ?가림도 하도 할샤.

    댜란 해 수이 디여 긴밤을 고초 안자,

    靑燈(?등) 거른 겻태 鈿恐候(뎐공후) 노하 두고,

    꿈의나 님을 보려 택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차도 찰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라도 열두 때 한 달도 셜흔 날,

    져근덧 생각 마라 이 시람 닛쟈 하니,

    마암의 매쳐 이셔 骨髓(골슈)의 께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 하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찰하리 ㅅㅢ여디여 범나?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대 죡죡 안니다가,

    향므든 날애로 님의 오새 올므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라셔도 내 님 조차려 하노라.

     

     

    <현대어 풀이>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임금)을 따라 태어나니,

    한평생 함께 살아갈 인연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

    나는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로지 나만을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할 곳이 다시 없다.

    평생에 원하되 임과 함께 살아가려고 하였더니,

    늙어서야 무슨 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고?

    엊그제(얼마 전에)는 임을 모시고 광한전(궁중)에 올라 있었더니,

    그 동안에 어찌하여 속세(창평)에 내려 왔느냐?

    내려올 때에 빗은 머리가 헝클어진 지 3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네마는 누구를 위햐여 곱게 단장할꼬?

    마음에 맺힌 근심이 겹겹으로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숨이요,

    흐르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정이 있는데, 근심은 한이 없다.

    무심한 세월은 물 흐르듯 흘러가는구나.

    더웠다 서늘해졌다 하는 계절의 바뀜이

    때를 알아 지나갔다가는 이내 다시 돌아오니,

    듣거니 보거니 하는 가운데 느낄 일도 많기도 많구나.

     

    봄바람이 문득 불어 쌓인 눈을 헤쳐 내니,

    창 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데, 그윽히 풍겨오는 향기는 무슨 일인고?

    황혼에 달이 따라와 베갯머리에 비치니,

    느껴 우는 듯, 반가워하는 듯하니, (이 달이 바로)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를 보고 어떻다 생각하실꼬?

    꽃잎이 지고 새 잎이 나니 녹음이 우거져 나무 그늘이 깔렸는데,

    (임이 없어) 비단 포장은 쓸쓸히 걸렸고,

    수놓은 장막만이 드리워져 텅비어 있다.

    연꽃 무늬가 있는 방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풍을 둘러 두니,

    가뜩이나 근심 걱정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리도 지루하게) 길던고?

    원앙새 무늬가 든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금으로 만든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만들어 내니,

    솜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산호수로 만든 지게 위에 백옥으로 만든 함에

    (그 옷을) 담아 얹혀 두고 임에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머나먼 길을 누가 찾아갈꼬?

    가거든 (이 함을) 열어두고 나를 보신듯이 반가워하실까?

    하룻밤 사이의 서리 내릴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날아갈 때,

    높다란 누각에 혼자 올라서 수정알로 만든 발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저 맑은 달빛을 일으켜 내어 임이 계신 궁궐에 부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께서는 그것을) 누각 위에 걸어 두고

    온 세상에 다 비추어 깊은 산골짜기도 대낮 같이 환하게 만드소서.

    천지가 겨울의 추위에 얼어 생기가 막혀,

    흰 눈이 일색으로 덮여 있을 때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짐승의 날아다님도 끊어져 있다.

    (따뜻한 지방이라 일컬어지는 중국에 있는)

    소상강 남쪽 둔덕(전남 창평을 이름)도 추움이 이와 같거늘,

    하물며 북쪽 임 계신 곳이야 더욱 말해 무엇하랴?

    따뜻한 봄 기운을 (부채로) 부치어 내어 임 계신 곳에 쐬게 하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따뜻한 햇볕을 임 계신 궁궐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올려,

    해는 저물었는데 밋밋하고 길게 자란 대나무에 기대어서

    이것 저것 생각함이 많기도 많구나.

    짧은 겨울 해가 이내 넘어가고, 긴 밤을 꼿꼿이 앉아,

    청사초롱을 걸어 둔 옆에 자개로 수놓은 공후를 두고,

    원앙새를 수놓은 이불이 차기도 차구나.

    (아, 이렇게 홀로 외로이 지내는) 이 밤은 언제나 샐꼬?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라도 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하여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 뼈 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과 같은 명의(名醫)가 열 명이 오더라도 이 병을 어떻게 하랴.

    아, 내 병이야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사라져(죽어져서) 범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마다 간 데 족족 앉고 다니다가

    향기가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옮으리라.

    임께서야 (그 범나비가)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임을 따르려 하노라.

     

     

    속미인곡(續美人曲)

     

    - 정철(1587~1589作)

     

    (序詞)

     

    뎨 가난 뎌 각시 본 듯도 한뎌이고.

    天上白玉京(텬상백옥경)을 엇디하야 離別(니별)하고,

    해 다 져믄 날의 눌을 모라 가시난고.

    어와 네여이고, 내 사셜 드러 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한가마난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새,

    나도 님을 미더 군뜨디 전혀 업서,

    이래야 교태야 어자러이 구돗떤디,

    반기시난 낫비치 녜와 엇디 다라신고.

    누어 생각하고 니러 안자 혜여 하니,

    내 몸의 지은 죄 뫼가티 싸혀시니

    하날히라 원망하며 사람이라 허믈하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죠믈)의 타시로다.

     

    (本詞)

     

    글란 생각 마오. 매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 가탄 얼굴이 편하실 적 몃 날일고.

    春寒苦熱(춘한고열)은 엇디하야 디내시며,

    秋日冬天(츄일됴ㅇ텬)은 뉘라셔 뫼셧난고.

    粥早飯朝夕(듀ㄱ죠반됴셕) 뫼 녜와 갓티 셰시난가.

    기나긴 밤의 잠은 엇디 자시난고.

     

    님 다히 消息을 아므려나 아쟈 하니,

    오날도 거의로다. 내일이나 사람 올가.

    내 마암 둘 대 업다. 어드러로 가잣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해 올라가니,

    구롬은카니와 안개난 므사일고.

    山川이 어둡거니 日月을 엇디 보며,

    咫尺(지?)을 모라거든 千里랄 바라보랴.

    찰하리 물가의 가 배길히나 보쟈 하니,

    바람이야 믈결리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대 가고 ㅂㅢㄴ 배만 걸렷나니.

    江川(강텬)의 혼쟈 셔셔 디난 해랄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쇼식)이 더옥 아득한뎌이고.

    茅詹(모?) 찬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靑燈(반벽?등)은 눌 위하야 발갓난고.

    오라며 나리며 헤뜨며 바니니,

    져근덧 力盡(역진)하야 픗잠을 잠간 드니

    精誠(졍셩)이 지극하야 꿈의 님을 보니,

    玉 가탄 얼굴이 半이나마 늘거셰라.

    마암의 머근 말삼 슬카장 사ㄼ쟈 하니,

    눈믈이 바라 나니 말인들 어이하며,

    情(졍)을 못다하야 목이조차 몌여하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잠은 엇디 깨돗던고.

     

    (結詞)

    어와, 虛事(허사)로다. 이 님이 어대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을 열고 바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찰 뿐이로다.

    찰하리 ㅅㅢ여디여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 안해 번드시 비최리라.

    각시님 달이야카니와 구잔 비나 되쇼셔.

     

     

    <현대어 풀이>

     

    (서사序詞 : 자신의 처지 한탄)

     

    (甲女) 저기 가는 저 부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이 계시는 대궐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문 날에 누구를 만나러 가시는고?

     

    (乙女의 대답) 물경의 탓이로다(자탄)

     

    (乙女) 아, 네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내 얼굴과 이 나의 태도는 임께서 사랑함 직한가 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너로구나 하고 특별히 여기시기에

    나도 임을 믿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아양을 부리며 지나치게 굴었던지

    반기시는 낯빛이 옛날과 어찌 다르신고?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앉아 헤아려 보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 쌓였으니,

    하늘을 원망하며 사람을 탓하랴.

    설워서 여러 가지 일을 풀어내어 헤아려 보니,

    조물주의 탓이로다.

     

    (본사本詞 : 임에 대한 충정, 임의 소식, 독수 공방의 외로움)

     

    (甲女) 그것일랑(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오.

     

    (乙女) 마음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시어서 임의 일을 내가 알거니,

    물같이 연약한 몸이 편하실 때가 몇 날일꼬?

    이른 봄날의 추위와 여름철의 무더위는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날 겨울날은 누가 모셨는고?

    자릿 조반과 아침저녁 진지는 예전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 해서라도 알려고 하니,

    오늘도 거의 저물었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 전해 줄 사람이 올까?

    내 마음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인고?

    나무 바위 등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끼어 있는고?

    산천이 어두운데 일월을 어떻게 바라보며,

    눈앞의 가까운 곳도 모르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에 가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로 어수선하게 되었구나.

    뱃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렸는고?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 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초가집 찬 잠자리에 한밤중에 돌아오니,

    벽 가운데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은고?

    산을 오르내리며 강가를 헤매며 시름없이 오락가락하니,

    잠깐 사이에 힘이 지쳐 풋잠을 잠깐 드니,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던 얼굴이 반 넘어 늘었구나.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실컷 사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 하며,

    정회(情懷)도 못 다 풀어 목마저 메니,

    방정맞은 닭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고?

     

    (결사結詞 :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

     

    (乙女) 아. 허황한 일이로다. 이 임이 어디 갔는고?

    즉시 일어나 앉아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니,

    가엾은 그림자만이 나를 따라 있을 뿐이로다.

    차라리 사라져서(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서

    임이 계신 창문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甲女)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해설>

     

    시적 자아의 처지를 천상 백옥경에서 버림받아

    하계에 내려온 여인에다 비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미인곡과 마찬가지로 조위의 만분가를

    모형으로 삼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미인곡과 같이 왕과 자신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 여인의

    애절한 심정을 절실하게 하소연하는 방식으로

    독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 인간의 보편적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작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욱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됨)

     

    연 대 : 선조18년∼22년(1585∼1589)

    출 전 : 송강가사(松江歌辭)

    종 류 : 가사(歌辭: 서정 가사)

    구 성 : 서사, 본사, 결사의 3단 구성

    형 식 : 대화체(문답형식) 기본 음수율 3?조

    주 제 : 연군(戀君)

    내 용 : 사미인곡(思美人曲)의 속편으로 송강이 창평(昌平)에

    물러가 살 때에 임금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으로 지은 것

     

    의 의 :

    ①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를 이룬 작품이다.

    ②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다.

    ③ 대화 형식으로 된 가사 작품이다.

     

    속미인곡의 배경 - 담양 송강정

     

    선상탄(船上歎)

     

    -박인로

     

    늙고 병(病)든 몸을 주사(舟師)로 보내실 제

    을사(乙巳) 삼하(三에夏) 진동영(鎭東營) 나려오니

     

    관방중지(關防重地)에 병이 깁다 안자실랴

    일장검(一長劍) 비기 차고 병선(兵船)에 구테 올나

     

    여기진목(勵氣瞋目)하야 대마도(對馬島)을 구어보니

    바람 조친 황운(黃雲)은 원근(遠近)에 사혀 잇고

    아득한 창파(滄波)는 긴 하날과 한 빗칠쇠

    선상에 배회(徘徊)하여 고금(古今)을 사억(思憶)하고

    어리미친 회포(懷抱)에 헌원씨(軒轅氏)를 애다노라

     

    대양(大洋)이 망망(茫茫)하야 천지(天地)에 둘려시니

    진실로 배 아니면 풍파 만리(風波 萬里) 밧긔

     

    어내 사이(四夷) 엿 볼넌고

    무삼 일 하려 하여 배 못기를 비롯한고

     

    만세천추(萬歲千秋)에 가업산 큰 폐(弊) 되야

    보천지하(普天之下)에 만민원(萬民怨) 길우나다

     

    어즈버 깨다라니 진 시황의 타시로다

    배 비록 잇다 하나 왜(倭)를 아니 삼기던들

     

    일본 대마도로 뷘 배 절로 나올런가

    뉘 말을 미더 듯고 동남동녀(童男童女)를 그대도록 드려다가

     

    해중(海中) 모든 셤에 난당적(難當賊)을 기쳐 두고

    통분(痛憤)한 수욕(羞辱)이 화하(華下)애 다 밋나다

     

    장생불사약(長生不死藥)을 얼매나 어더 내여

    만리장성(萬里長城) 높히 사고 몇 만년(萬年)을 사도떤고

     

    남대로 죽어가니 유익(有益)한 줄 모라로다

    어즈버 생각하니 서불(西市)등이 이심(已甚)하다

     

    인신(人臣)이 되야서 망명(亡命)도 하난 것가

    신선을 못 보거든 수이나 돌아오면

    주사 이 시름은 전혀 업게 삼길렀다

     

    두어라 기왕(旣往)불구(不咎)라 일러 무엇 하로소니

    속절업산 시비(是非)를 후리쳐 더뎌두자

     

    잠사각오(潛思覺悟)하니 내 뜻도 고집(固執)고야

    황제(黃帝) 작주거(作舟車)난 왼 줄도 모라로다

     

    장한(張翰) 강동(江東)애 추풍(秋風)을 만만나신들

    편주(扁舟) 곧 아니 타면 천청해활(天淸海활)하다

     

    어내 흥(興)이 절로 나며 삼공(三公)도 아니 밧골

    제일강산에 부평(浮萍) 갓한 어부 생애를

    일엽주(一葉舟) 아니면 어데 부쳐 단힐난고

     

    이런 닐 보건댄 배 삼긴 제도(制度)야 지묘(至妙)한 덧 하다마난

    엇디한 우리 물은 나난 닷한 판옥선(板屋船)을 주야의 빗기 타고

     

    임풍영월(臨風영月)호대 흥(興)이 전혀 업난게오

    석일(昔日) 주중(舟中)에는 배반(杯盤)이 낭자(狼藉)터니

     

    금일(今日) 주중(舟中)에는 대검(大劍) 장창(長창)뿐이로다

    한가지 배언마난 가진 배 다라니

    기간(其間) 우락(憂樂)이 서로 갓지 못하도다

     

    시시(時時)로 멀이 드러 북신(北辰)을 바라보며

    상시(傷時) 노루(老淚)랄 천일방(天一方)에 디이나다

     

    오동방(吾東方) 문물이 한당송(漢唐에宋)애 지랴마는

    국운(國運)이 불행하야 해추흉모(海에醜凶謀)애

     

    만고수(萬古羞)을 안고 이셔, 백분(百分)에 한 가지도 못 시셔 바려거든

    이 몸이 무상(無狀)한달 신자(臣子)이 되야 이셔다가

     

    궁달(窮達)이 길이 달라 몬 뫼압고 늘거신달

    우국단심(憂國丹心)이야 어내 각(刻)애 이즐넌고

     

     

    강개(慷慨) 겨운 장기(壯氣)는 노당익장(老當益壯) 하다마난

    됴고마난 이 몸이 병중(病中)에 드러시니

     

    설분신원(雪憤伸怨)이 어려울 듯 하건마는

    그러나, 사제갈(死諸葛)도 생중달(生仲達)을 멀리 좃고

     

    발업산 손빈(孫빈)도 방연(龐涓)을 잡아거든

    하몰며 이 몸은 수족(手足)이 가자 잇고 명맥(命脈)이 이어시니

     

    서절구투(鼠竊狗偸)을 저그나 저홀소냐

    비선(飛船)에 달려드러 선봉(先鋒)을 거치면

     

    구시월(九十月) 상풍(霜風)에 낙엽가치 헤치리라

    칠종칠금(七縱七擒)을 우린달 못할것가 /

    준피도이(蠢彼島夷)들아 수이 걸항(乞降) 하야사라

    항자불살(降者不殺)이니 너들 구태 섬멸(殲滅)하랴

     

    오왕성덕(吾王聖德)이 욕병생(欲竝生) 하시니라

    태평천하(太平天下)에 요순군민(堯舜郡民) 되야 이셔

     

    일월광화(日月光華)난 조복조(朝復朝) 하얏거든

    전선(戰船) 타던 우리 몸도 어주(漁舟)에 창만(唱晩)하고

     

    추월춘풍(秋月春風)에 높히 베고 누어 이셔

    성대(聖代) 해불양파(海不楊波)를 다시 보려 하노라

     

     

    <풀이>

     

    임금께서) 늙고 병든 몸을 수군 통주사로 보내시므로,

    을사년(선조 38년, 1605) 여름에 부산진에 내려오니,

     

    국경의 요새지에서 병이 깊다고 앉아만 있겠는가?

    한 자루 긴 칼을 비스듬히 차고

     

    병선에 감히 올라타

    기운을 떨치며 눈을 부릅떠 대마도를 굽어보니,

     

    바람 탄 누런 구름(戰雲)은 멀리서부터 가까이에 쌓여 있고

    (아직도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음을 나타냄),

    아득한 푸른 바다는 긴 하늘과 한 빛이로다.

     

    배 위를 왔다 갔다 서성거리며 예와 오늘을 생각하고

    어리석고 미친 마음에 배를 처음 만들었다는 헌원씨

    (중국의 전설상의 황제로 배와 수레를 처음 만들었다 함)를 원망하노라.

     

    진실로 배가 없었다면 풍파가 이는 바다 만 리 밖에서

    어느 사방의 오랑캐가 (우리 나라를) 넘볼 것인가?

    (황제가 배를 만들었기 때문에 왜적들이 그걸 타고 침공했다는 말)

     

    무슨 일 하려고 배 만들기를 시작하였던가?

    오랜 세월 뒤에 끝없는 큰 폐단이 되어서,

    온 세상 만백성의 원한을 길렀는가.

     

    아, 깨달으니 진시황의 탓이로다.

    배가 비록 있다 하나 왜국을 만들지 않았던들,

     

    일본 대마도로부터 빈 배가 저절로 나올 것인가?

    누구 말을 믿어 듣고 어린아이들을 그토록 많이 들어가게 하여

     

    바다 가운데 모든 섬에 해적(왜적)으로 남기어 두어서,

    아프고 분한 치욕이 중국에까지 미치게 하는구나.

     

    장생불사한다는 약을 얼마나 얻어내어

    만리장성 높이 쌓고 몇 만 년이나 살았던가?

     

    허나 진시황도 죽어갔으니, 불사약 찾는 일이 유익한 줄을 모르겠다.

    아, 돌이켜 생각하니 서불의 무리들이 매우 잘못했도다.

     

    서불이 신하로서 남의 나라에 도망한 것인가.

    신선을 못만났거든 쉬 돌아왔더라면,

    수군인 나의 근심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두어라 이미 지난 일을 탓해서 무엇하리오.

    공연한 시비는 팽개쳐 던져두자.

     

    곰곰히 생각하여 깨달으니 내 뜻도 고집이이로구나.

    황제가 배와 수레를 만든 것은 잘못이 아니다.

     

    장한이 강동에서 가을 바람을 만났다고 해도,

    만일 작은 배를 타지 않았다면, 하늘 넓고 바다 넓다 한들,

     

    무슨 흥이 저절로 났을 것이며, 정승 자리와도 바꾸지 않을

    경치 좋은 강산에 부평같이 물에 떠 다니는 어부의 생활이

    한 조각의 작은 배가 아니면 무엇에 부쳐 다닐가?

     

    이런 일을 보면, 배를 만든 제도야 지극히 묘하지만,

    어찌하여 우리들은 나는 듯한 板屋船(판옥선)을 밤낮으로 비스듬히 타고,

     

    풍월을 읊되 흥이 전혀 없는 것인가?

    옛날 (소동파가 적벽강 위에 띄운) 배에는 술상이 어지럽게 흩어졌더니

     

    오늘 우리 배에는 큰 칼과 긴 창 뿐이로다.

    같은 배이건만 가진 바가 다르니,

    두 배의 근심과 즐거움이 서로 같지 않구나.

     

    때때로 머리 들어 임금님 계신 곳을 바라보며,

    시대를 아파하는 늙은이의 눈물이 하늘 한 모퉁이에 떨어지도다.

     

    우리 나라의 문물이 한나라, 당나라, 송나라에 뒤지랴마는,

    나라의 운수가 불행하여 왜적들의 흉악한 꾀에 빠져

     

    만고에 씻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못 씻어 버렸거든,

    이 몸이 변변하지 못하지만 신하가 되어 있다가,

     

    신분과 벼슬길이 달라, 임금님을 못 모시고 늙었지만

    나라 걱정과 충성하는 마음이야 어느 때라고 잊을 수 있겠는가?

     

     

    의분과 결기에 찬 기상은 늙어가면서도 더욱 씩씩하다마는

    조그마한 이 몸이 병중에 있어서,

     

    분함을 씻고 가슴 맺힌 원한을 풀기 어려울 듯 하건마는,

    죽은 제갈도 살아있는 중달을 내쫓고, 발 없는 손빈도 (그 발을 자른)

    방연을 잡았는데,

     

    하물며 이 몸은 손과 발이 갖추어 있고 목숨이 붙어 있으니

    쥐나 개같은 도적(왜구)을 조금이라도 두려워 하겠느냐?

     

    나는 듯이 달리는 배에 달려들어 선봉을 무찔러서,

    구시월 서릿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헤치리라.

    (제갈공명의)칠종칠금을 우린들 못할 것인가?

     

    꾸물거리는 섬나라 오랑캐들아 빨리 항복하려무나.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않으니 너희를 구태여 섬멸하겠는가?

     

    나의 왕(선조) 선조의 성덕이 같이 살기를 원하시니라.

    태평천하에 요순의 군민처럼 되어

     

    해와 달의 빛에 아침이 거듭되거든

    (성왕의 덕이 계속되는 태평 세월이 되거든),

    전투 배에 타던 우리 몸도 고기잡이 배에서 늦도록 노래하고,

     

    가을달 봄바람에 배게를 높이 베고 누어 있어,

    성군 치하의 태평 성대를 다시 보려 하노라.

     

     

    <해설>

     

    이 작품은 1605년 임진 왜란이 끝난 지 7년밖에 지나지 않은 때에,

    악화된 대일 감정이 지속되고 있던 때에 쓴 것이다. 즉, 반일과 극일은

    당시 우리 민족의 일반적 정서였고, 직접 전쟁에 참여했던 박인로의

     

    기본적인 정서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작자가 '통주사'로서

    나라 수비의 임무를 맡게 됨에 따라, 임진왜란의 참상과 굴욕을

    견딘 후에 이를 이상적으로 초극하려는 의지와 민족의 염원을

     

    표현하려는 의도에서 지은 것이라 하겠다. 그리하여 이 작품에는

    반일과 극일의 정서, 나아가 우리의 자신감과 우월감을 바탕으로 하는

    평화 애호의 정서가 뚜렷이 나타나 있다.

     

    연대 : 선조 38년(1605)

    의의 : 임진왜란의 체험이 반영된 전쟁 가사

    주제 : 전쟁의 비애를 극복하고 태평 성대를 누리고 싶어 함.

    배의 이중성 : 1)전쟁을 일으키는 수단(침략자를 만든 계기)

    2)평화의 상징

    문학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 이유 : - 고사를 인용한 점

    - 한자어를 사용한 점

     

     

    누항사(陋巷詞)

     

    -박인로

     

    서사(序詞)

    어리고 우활(迂闊)할산 이내 우해 더디 업다

    길흉화복을 하날긔 부쳐 두고

     

    누항(陋巷) 깁푼 곳의 초막(草幕)을 지어 두고

    풍조우석(風朝雨夕)에 석은 딥히 셥히 되야

     

    셔홉 밥 닷홉 죽에 연기도 하도 할샤

    설 데인 숙냉(熟冷)에 뷘 배 속일 뿐이로다

     

    생애 이러하다 장부 뜻을 옴길넌가

    안빈일념(安貧一念)을 ?을망정 품고 이셔

    수의(隨宜)로 살려하니 날로조차 저어하다

     

     

    본사(本詞) 1.

    가알이 부족거든 봄이라 유여(有餘)하며

    주머니 뷔였거든 병(甁)이라 담겨시랴

     

    빈곤(貧困)한 인생이 천지간의 나뿐이라

    기한(飢寒)이 절신하다 일단심(一丹心)을 이질난가

     

    분의망신(奮義忘身)하야 죽어야 말녀 너겨

    우탁 우랑의 줌줌이 모와 녀코

     

    병과(兵戈) 오재(五載)예 감사심(敢死心)을 가져 이셔

    이시섭혈(履尸涉血)하야 몃 백전(百戰)을 지내연고

     

     

    본사(本詞) 2.

    일신(一身)이 여가(餘暇)잇사 일가(一家)를 도라보랴

    일노장수(一奴長鬚)난 노주분(奴主分)을 이?거든

     

    고여춘급(告余春及)을 어내 사이 생각하리

    경당문노(耕當問奴)인달 눌다려 물랄난고

     

    궁경가색(躬耕稼穡)이 내 분(分)인 줄 알리로다

    신야경수(莘野耕수)와 용상경옹(용上耕翁)을 천(賤)타 하리 업건마난

    아므려 갈고젼달 어내 쇼로 갈로손고.

     

     

    본사(本詞) 3.

    한기태심(旱旣太甚)하야 시절(時節)이 다 느즌 졔

    서주(西疇) 놉흔 논애 잠깐 간 녈비예

     

    도상(道上) 뮤원수(無源水)를 반만깐 대혀 두고

    쇼 한 ? 듀마하고 엄섬이 하난 말삼 병(甁)의라 담겨시랴/

    친절호라 너긴 집의 달 업슨 황혼(黃昏)의 허위허위 다라가셔

    구디 다단 문밧긔 어득히 혼자 서서

     

    큰 기참 아함이를 양구(良久)토록 하온 후에

    어와 긔 뉘신고 염치 업산 내옵노라

     

    초경(初更)도 거윈대 긔 엇 와 겨신고

    연년(年年)에 이러하기 구차(苟且)한 줄 알건마난

    쇼 업슨 궁가(窮家)에 헤염 만하 왓삽노라

     

     

    본사(本詞) 4.

    공하니나 갑시나 주엄즉도 하다마난

    다만 어제 밤의 건넌집 저 사람이

     

    목 불근 수기치(雉)를 옥지읍(玉指泣)게 꾸어내고

    간 이근 삼해주(三亥酒)를 취(醉)토록 권(勸)하거든

     

    이러한 은혜를 어이 아니 갑흘넌고

    내일(來日)로 주마하고 큰 언약(言約) 하야거든

     

    실약(失約)이 미편(未便)하니 사셜이 어려왜라

    실위(實爲) 그러하면 혈마 어이할고

     

    헌 언덕 수기 스고 측 업슨 집신에

    설피설피 물너오니

    풍채(風彩) 저근 형용(形容)에 개 지츨 뿐이로다

     

     

    본사(本詞) 5.

    와실(蝸室)에 드러간달 잠이 와사 누어시랴

    북창(北窓)을 비겨 안자 새배랄 기다리니

     

    무정(無情)한 대승(戴勝)은 이내 恨을 도우나다

    종조추창(終朝추愴)하여 먼 들흘 바라보니

     

    즐기난 농가(農歌)도 흥(興) 업서 들리나다

    세정(世情) 모란 한숨은 그칠 줄을 모라나다

     

    아까온 저 소뷔난 볏보님도 됴할세고

    가시 엉긔ㄴ 묵은 밧도 용이(容易)케 갈련마난

     

    허당반벽(虛堂半壁)에 슬듸 업시 걸려고야

    춘경(春耕)도 거의거다 후리쳐 더뎌 두쟈

     

     

    결사(結詞) 1.

    강호(江湖) 한 꿈을 꾸언지도 오래려니

    구복(口腹)이 위루(爲累)하야 어지버 이져떠다

     

    첨피기욱(瞻彼淇욱)한데 록죽(綠竹)도 하도할샤

    유비군자(有斐 君子)들아 낙대 하나 빌려사라

     

    노화(蘆花) 깁픈 곳에 명월청풍(明月淸風) 벗이 되야

    님재 업산 풍월강산(風月江山)에 절로절로 늘그리라

     

    무심(無心)한 백구(白鷗)야 오라하며 말라하랴

    다토리 업슬산 다문 인가 너기로다

     

     

    결사(結詞) 2.

    무상(無常)한 이 몸애 무슨 지취(志趣) 이스리마난

    두세 이렁 밧논을 다 무겨 더뎌 두고

     

    이사면 죽(粥)이요 업시면 굴물 망정

    남의 집 남의 거슨 전혀 부러 말렷노라

     

    내 빈천(貧賤) 슬히 너겨 손을 헤다 물러가며

    남의 부귀(富貴) 불리 너겨 손을 치다 나아오랴

     

    인간(人間) 어내 일이 명(命) 밧긔 삼겨시리

    빈이무원(貧而無怨)을 어렵다 하건마난

     

    내 생애(生涯) 이러호대 설온 뜻은 없노왜라

    단사표음(簞食瓢飮)을 이도 足히 너기로라

     

    평생(平生) 한 뜻이 온포(溫飽)에난 업노왜라

    태평천하(太平天下)애 충효(忠孝)를 일을 삼아

     

    화형제(和兄弟) 신붕우(信朋友) 외다하리 뉘 이시리

    그 밧긔 남은 일이야 삼긴대로 살렷노라

     

    <풀이>

     

    서사 - 길흉 화복을 하늘에 맡기고 안빈 일념으로 살려는 심정

     

    어리석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은 나보다 더한 이가 없다.

    길흉 화복(운명)을 하늘에 맡겨 두고,

     

    누추한 깊은 곳에 초가집을 지어 두고,

    아침 저녁 비바람에 썩은 짚이 섶이 되어,

     

    세 홉 밥, 닷 홉 죽에 연기도 많기도 많구나.

    설데운 숭늉에 빈 배 속일 뿐이로다.

     

    생활이 이러하다고 장부가 품은 뜻을 바꿀 것인가.

    가난 하지만 편안하여,

     

    근심하지 않는 한결같은 마음을 적을망정 품고 있어,

    옳은 일을 좇아 살려 하니 날이 갈수록 뜻대로 되지 않는다.

     

     

    본사 1 - 충성심으로 백전 고투했던 왜란의 회상

     

    가을이 부족하거든 봄이라고 넉넉하며,

    주머니가 비었거든 술병이라고 술이 담겨 있겠느냐.

     

    가난한 인생이 이 세상에 나 뿐이랴.

    굶주리고 헐벗음이 절실하다고 한가닥 굳은 마음을 잊을 것인가.

     

    의에 분발하여 제 몸을 잊고 죽어야 그만 두리라 생각한다.

    전대와 망태에 줌줌이(한줌 한줌) 모아 넣고,

     

    임진왜란 5년 동안에 죽고야 말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주검을 밟고 피를 건너는 혈전을 몇 백전이나 지내었는가.

     

     

    본사 2 - 전란 후 돌아와 몸소 농사를 지음

     

    일신이 겨를이 있어서 일가를 돌보겠는가?

    늙은 종은 종과 주인간의 분수를 잊었거든,

     

    하물며 나에게 봄이 왔다고 일러 주기를 어느 사이에 생각할 것인가?

    밭갈기를 종에게 묻고자 한들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몸소 농사를 짓는 것이 나의 분수인 줄을 알겠도다.

    세신초(細莘草:잡초)가 많이 난 들에서 밭을 가는 늙은이와

     

    밭두둑 위에서 밭 가는 늙은이를 천하다고 할 사람이 없건마는

    아무리 갈고자 한들 어느 소로 갈 것인가?

     

    본사 3 - 농사를 지으려 하니 농우가 없어, 농우를 빌리러 감

     

    가뭄이 이미 심하여 시절이 다 늦은 때에,

    서쪽 두둑이 높은 논에 잠깐 지나가는 비에,

     

    길 위에 흘러내리는 근원없는 물을 반만큼 대어 두고,

    소 한 번 빌려 주겠다 하는 탐탁하지 않게 하는 말씀을

     

    친절하다고 여긴 집에 달도 없는 황혼에 허둥지둥 달려가서

    굳게 닫은 문 밖에 멀찍이 혼자 서서

     

    큰 기침 에헴 소리를 꽤 오래도록 한 뒤에

    "아, 그가 누구이신가?" 하고 묻는 말에

    "염치없는 저올시다" 하고 대답하니,

    "초경도 거의 지났는데 그대 어찌하여 와 계신가?" 하기에

     

    "해마다 이러하기가 염치없는 줄 알건마는

    소 없는 가난한 집에 걱정이 많아 왔삽노라."

     

    본사 4 - 농우를 빌리러 갔다가 수모를 당하고 돌아옴

     

    "공짜로나 값을 치르거나 해서 줄 만도 하다마는,

    다만 어젯밤에 건넛집 저 사람이 목 붉은 수꿩을

     

    구슬같은 기름이 끓어 오르게 구워내고,

    갓 익은 삼해주를 취하도록 권하였거든,

     

    이러한 고마움을 어찌 아니 갚겠는가?

    내일 소를 빌려 주마 하고 큰 언약을 하였거든,

     

    약속을 어김이 미안하니 말씀하기 어렵다."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설마 어찌할까?

     

    헌 갓을 숙여 쓰고, 축이 없는 짚신에 맥없이 물러나오니

    풍채 작은 모습에 개가 짖을 뿐이로다.

     

     

    본사 5 - 집에 돌아와 야박한 세태를 한탄하며 춘경을 포기함

     

    작고 누추한 집에 들어간들 잠이 와서 누워 있으랴?

    북쪽 창문에 기대어 앉아 새벽을 기다리니,

     

    무정한 오디새는 이내 원한을 재촉한다.

    아침이 마칠 때까지 슬퍼하며 먼 들을 바라보니

     

    즐기는 농부들의 노래도 흥이 없이 들린다.

    세상 인정을 모르는 한숨은 그칠 줄을 모른다.

     

    아까운 저 쟁기는 볏의 빔도 좋구나!

    가시가 엉긴 묵은 밭도 쉽게 갈련마는,

     

    텅 빈 집 벽 가운데 쓸데 없이 걸렸구나!

    봄갈이도 거의 지났다. 팽개쳐 던져 두자.

     

     

    결사 1 - 자연을 벗삼으면서 절로 늙기를 소망함

     

    자연을 벗삼아 살겠다는 한 꿈을 꾼 지도 오래더니,

    먹고 마시는 것이 거리낌이 되어, 아아! 슬프게도 잊었다.

     

    저 기수의 물가를 보건대 푸른 대나무도 많기도 많구나!

    교양있는 선비들아, 낚싯대 하나 빌려 다오.

     

    갈대꽃 깊은 곳에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벗이 되어,

    임자 없는 자연 속 풍월강산에 절로절로 늙으리라.

     

    무심한 갈매기야 나더러 오라고 하며 말라고 하겠느냐?

    다툴 이가 없는 것은 다만 이것뿐인가 여기노라.

     

     

    결사 2 - 빈이 무원하고 단사 표음을 만족하게 여기면서

    충효와 화형제, 신붕우에 힘씀

     

    (이제는 소 빌리기를 맹세코 다시 말자)

    보잘것 없는 이 몸이 무슨 소원이 있으리요마는

    두세 이랑 되는 밭과 논을 다 묵혀 던져 두고,

     

    있으면 죽이요 없으면 굶을망정

    남의 집, 남의 것은 전혀 부러워하지 않겠노라.

     

    나의 빈천함을 싫게 여겨 손을 헤친다고 물러가며,

    남의 부귀를 부럽게 여겨 손을 친다고 나아오랴?

     

    인간 세상의 어느 일이 운명 밖에 생겼겠느냐?

    가난하여도 원망하지 않음을 어렵다고 하건마는

     

    내 생활이 이러하되 서러운 뜻은 없다.

    한 도시락의 밥을 먹고, 한 표주박의 물을 마시는

     

    어려운 생활도 만족하게 여긴다.

    평생의 한 뜻이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에는 없다.

     

    태평스런 세상에 충성과 효도를 일로 삼아,

    형제간에 화목하고 벗끼리 신의 있게 사귀는 일을

     

    그르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그 밖에 나머지 일이야 태어난 대로 살아가겠노라.

     

     

    <풀이>

     

    지은이가 51세 때 관직을 사임하고 고향인 영천에 돌아가

    생활하던 중, 한음 이덕형이 그에게 두메 살림의 어려운 형평을 묻자

     

    이에 대한 답으로 지은 작품이다. 자신의 궁핍한 생활을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가사의 역사적 흐름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일상 생활의 언어를 대폭 등장시켜 생동감과 구체성을 배가한 점이

    돋보인다.

     

    이 작품이 유자(儒者)로서의 당위와 궁핍한 현실 사이에서 오는 갈등을

    노래하고 있는 것은 조선 후기 가사의 특성 중 하나로서,

     

    그 때문에 이 작품을 조선 전기 가사와 후기 가사의 과도기적 작품으로

    보는 견해가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임진왜란을 겪고 난 뒤 가난 하지만 원망하지 않으며 가난을 만족하고

    도를 즐기는 장부의 마음가짐과 곤궁한 생활상을 노래로 표현한 것이다.

     

    이웃집에 일소를 얻으러 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와

    세상일에 대한 체념을 노래하기도 했으며

     

    결론적으로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고 대자연 및 청풍명월을 벗삼아

    한가롭게 살아가겠다는 심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표현적 측면에서 기존의 양반가사와는 다르다.

    우선 양반적 수사를 버리고 사실적 묘사를 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속에 대화체를 삽입하고 있는 점은 분명 가사작품들과

    구별되는 점이다.

     

    박인로(1561-1642)

     

    본관 안동(安東). 자 덕옹(德翁). 호 노계(蘆溪), 무하옹(無何翁).

    영천(永川) 출생. 승의부위(承議副尉) 석(碩)의 아들.

    조선 중기의 무신. 시인(詩人).

    본관 : 안동(安東)

    호 : 노계(蘆溪) 레デ臼?無何翁)

    별칭 : 자 덕옹(德翁)

    활동분야 : 군사, 문학

    출생지 : 경북 영천(永川)

    주요저서 : '노계집(蘆溪集)', '태평사(太平詞)'

     

     

    어려서부터 시재(詩才)에 뛰어났으며,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때

    의병장 정세아(鄭世雅)의 막하에서 별시위(別侍衛)가 되어 무공을 세우고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 성윤문(成允文)의 발탁으로 종군,

    1598년 왜군(倭軍)이 퇴각하자 사졸(士卒)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가사(歌辭) '태평사(太平詞)'를 지었다. 이듬해 무과에 급제하여

    수문장(守門將), 선전관을 지내고 이어 조라포수군만호(助羅浦水軍萬戶)로

    군비(軍備)를 증강하는 한편 선정(善政)을 베풀어 선정비가 세워졌다.

     

    퇴관 후 고향에 은거하며 독서와 시작(詩作)에 전념하여

    많은 걸작을 남기고, 1630년(인조 8) 노령으로 용양위 부호군이 되었다.

     

    도학(道學)과 애국심, 자연애(自然愛)를 바탕으로 천재적 창작력을 발휘,

    시정(詩情)과 우국(憂國)에 넘치는 작품을 썼으며 장가(長歌)로는

     

    정철(鄭澈)을 계승하여 독특한 시풍(詩風)을 이룩하고

    가사문학(歌辭文學)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영천의 도계향사(道溪鄕祠)에 제향되었다.

출처 : 마음 고인 샘
글쓴이 : 안숙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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