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 맹사성
[현대어 풀이]
강호(자연)에 봄이 찾아오니 깊은 흥이 절로 일어난다.
막걸리를 마시며 노는 시냇가에 싱싱한 물고기가 안주로다.
이 몸이 이렇듯 한가하게 노니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덕이시도다.
강호에 여름이 찾아오니 초당에 있는 이 몸은 할 일이 없다.
신의가 있는 강물 결은 보내는 것이 시원한 바람이로다.
이 몸이 이렇듯 시원하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덕이시도다.
강호에 가을이 찾아오니 물고기마다 살이 올라 있다.
작은 배에 그물을 싣고 가 물결 따라 흐르게 던져 놓고
이 몸이 이렇듯 소일하며 지내는 것도 임금님의 은덕이시도다.
강호에 겨울이 찾아오니 쌓인 눈의 깊이가 한 자가 넘는다.
삿갓을 비스듬히 쓰고 도롱이를 둘러 덧옷을 삼으니
이 몸이 이렇듯 춥지 않게 지내는 것도 임금님의 은덕이시도다.
[시어, 시구 풀이]
* 江湖(강호) : 은사(隱士)가 숨어 사는 시골. 강화, 호수. 자연의 대유법
* 미친 興(흥) : 솟구쳐 오르는 흥취
* 濁醪溪邊(탁료계변) : 막걸리를 마시며 노는 시냇가
* 錦鱗魚(금린어)가 : 싱싱한 물고기가, 금린어는 쏘가리
* 亦君恩(역군은)이샷다. :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 草堂(초당) : 은사들이 즐겨 지내던 별채, 초가
* 有信(유신)한 : 신의가 있는.
* 江波(강파) : 강의 물결
* 살져 잇다 : 살이 쪄 있다. 살이 올라 있다
* 小艇(소정) : 작은 배
* 흘리띄여 더져 두고 : 흐르게 띄워 던져두고
* 빗기 : 비스듬히
* 더뎌 두고 : 내버려 두고
* 消日(소일)옴도 : 소일하게 됨도. ‘消日’은 어떤 일에 재미를 붙여 세월을 보냄
* 자히 : 한 자가
* 남다 : 넘는다. 더 된다
* 누역 : 도롱이, 띠풀 등으로 엮어 만든 비옷
* 칩지 아니해옴도 : 춥지 아니해옴도. 칩다>춥다로 경상도 지방 방언에 아직 남아 있다.
이 몸이 閒暇(한가)해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작품 개괄]
- 작자 : 맹사성(孟思誠;1360-1438)
-연대 : 세종 때
- 성격 : 풍류적, 전원적, 낭만적
- 갈래 : 평시조, 연시조(連時調), 정형시, 강호한정가, 연군가
- 명칭 : 강호가(江湖歌),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사시한정가(四時閒情歌)
- 특징 : ① 계절에 따라 한 수씩 노래하였고, 각 수는 '江湖'로 시작하여 '亦君恩이샷다'로
끝을 맺는다.
② 각 연마다 초장, 종장의 형식을 통일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냄
- 제재 : 사시(四時)의 강호 생활(江湖生活)
- 주제 : 유유자적한 강호에서의 삶,
강호에서 자연을 즐기며, 임금의 은혜에 감사함.
- 의의 : ① 시조 문학사상 최초의 연시조(聯詩調)이다.
② 유가(儒家)의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선구가 된다.
③ 이황의 <도산십이곡>과 이이의 <고산구곡가>에 영향을 준 작품이다.
- 구성 : 이 노래는 강호에서 자연을 즐기며 임금의 은혜를 생각하며 사는 생활을 계절에
따라 한 수씩 읊은 연시조로 그 구성을 보면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위의 노래 4수의 전체적인 골격은 도해한 것처럼 구성되어 있으면서. 첫 행은 봄 녀름 가알
겨울 등 계절의 바뀜이 나타나고. 둘째 행은 그에 맞는 계절의 풍취가 표현되었으며. 셋째
행은 구체적인 내용. 즉 '한가(閒暇)해옴'. 서늘해옴. 소일(消日)해옴. 칩지 아니해옴' 등의
구체적인 생활 모습이 드러나 있다. 그리고 각 연은 '江湖에'로 시작하여 '亦君恩이샷다'로
끝나는데. '亦君恩이샷다'는 상진(尙震)의 '감군은(感君恩)'에도 나온다.
[작품 해제]
맹사성의 「강호사시가」는 자연에서의 생활을 노래한 4수로 된 연시조이다. 사시한정가(四
時閑情歌)라고 하며 현전하는 연시조의 첫 작품이다. 춘하추동 계절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존재하는 조화로움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구성상 특징에서 기인한다고 하겠으
나, ‘亦’이란 표현에서 더욱 돋보인다고 하겠다. ‘亦’이란 ‘전에는 다름없이’ 라는
의미를 간직하는 것으로 시적 자아는 강호에서 한가롭게 자연을 즐기기 전에도 임금의 은혜
를 입었음을 알 수 있다. 춘사에서는 흥겹고 한가한 풍류적 생활을, 하사에서는 강바람을
마시며 초당에서 한가로이 지내는 강호의 생활을, 추사에서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며 소
일하는 즐거움을, 동사에서는 설경을 완성하며 한 마디로,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은사(隱
士)의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생활과, 비록 은둔하여 있으나 임금을 향한 충의의 정신을 잃
지 않고 있는 유학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각 연의 끝에 나타나는 ‘亦君恩(역군은)이샷다’는 작자 미상의 ‘감군은’이나 송순의 ‘면앙정
가’, 농암 이현보의 시조 등에서도 보이는 것으로, 조선 전기 사대부들의 유교적 이념과 자
연애를 결합시키기 위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충의가(忠義歌) 수양산 바라보며 / 고려 시조 (0) | 2009.09.19 |
---|---|
[스크랩] 호기가(豪氣歌) / 고려 시조 (0) | 2009.09.19 |
[스크랩] 회고가(懷古歌) / 고려시대 시조 (0) | 2009.09.19 |
[스크랩] 죽계별곡(竹溪別曲) / 고려 경기체가 (0) | 2009.09.19 |
[스크랩] 관동별곡(關東別曲) / 경기 체가 (0) | 2009.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