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가(豪氣歌)
삭풍(朔風)은 나모 긋테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듸
만리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一長劒) 집고 셔서
긴 파람 큰 한 소릐에 거칠 거시 업세라.
[어휘 풀이]
* 삭풍(朔風) : 북풍. ‘朔)’은 ‘북’의 뜻.
* 나모긋테 : 나무 끝에
* 만리변성(萬里邊城) : 멀리 떨어진 국경 부근의 성. 곧 김종서가 있던 함경도
북방의 육진(六鎭).
* 파람 : 휘파람
* 한소릐에 : 크게 한번 외친 소리에
* 업세라 : 없구나.
[현대어 풀이]
매서운 북풍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밝은 달은 하얗게
쌓인 눈 위를 시리도록 비추고 있는데
먼 변방의 장성 위에서 한 자루 칼을 짚고 서서
긴 휘파람을 불며 큰 소리로 호통을 치니, 감히 대적
하는 것이 없구나.
[작품 개괄]
- 작자 : 김종서(1390∼1453)
- 출전 : <청구영언> ◁ 종류 : 평시조
- 성격 : 호기가(豪氣歌), 충절의 노래, 의지적, 남성적, 우국적
- 제재 : 만 리 변성(邊城) ◁ 주제 : 대장부의 호방(豪放)한 기개(氣槪)
- 표현 : 대국적 표현(초장의 삭풍과 명월),직설적 표현(종장)
- 특징 : 음풍농월(吟風弄?식의 관념화된 문관들의 시심
(詩心)에서 한 걸음 나아간 사실성을 엿볼 수 있다.
- 기타 : 무인의 호기가로서 다른 시조
[창작 배경]
조선 초기까지 여진족은 함경도 지방을 비롯한 우리의 변방을
자주 침입하였다. 그래서 세종은 김종서를 함길도 관찰사로 임
명하여 여진족을 물리치고자 하였다. 마침내 여진을 격퇴시킨
김종서는 6진을 개척하고, 그곳을 지키며 이 시조를 지었다.
[작품 해제]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북풍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윙윙 불어
대고, 겨울밤의 밝은 달은 하얀 눈으로 뒤덮인 대지를 차갑게
비춘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지대에 있는 외딴성에
서 큰 칼을 힘주어 집고 서서, 북방을 노려보며 긴 휘파람과 크
게 한번 질러 보는 고함 소리에 가로막을 것이 아무 것도 없구
나."
북풍이 나뭇가지를 울리고, 흰 눈이 온 천지를 뒤덮은 겨울 달
밝은 황량한 밤에, 변경을 지키며 오랑캐를 노려보고 있는 용
맹한 장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감격적인 체험이 낳은 시는
이다지도 절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초장의 표현은 참으로 감각적이고도 인상적인 표현으로 시적
인 묘사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마지막 종장에는 긴 휘파람을
불며 큰 뜻을 생각하고 숨을 들이마시는 용맹스런 장군의 기
상이 집약되어, 아무것도 거칠 게 없는 대장부를 잘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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