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향가

채운(彩韻) 신다회 2009. 9. 19. 05:42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충담사    


[원문]           


咽嗚爾處米 (열오이처미) 

露曉邪隱月羅理 (로효사은월라리)

白雲音逐于浮去隱安支下 (백운음축간부거은안지하)

沙是八陵隱汀理也中 (사시팔릉은정리야중)

耆郞矣貌史是史藪邪 (기랑의모사시사수사)

逸烏川理叱積惡尸 (일오천리질적오희)

郞也持以支如賜烏隱 (랑야지이지여사오은)

心未際叱 兮逐內良齊 (심미제질힐축내량제)

阿耶 栢史叱枝次高支乎 (아야백사질지차고지호)

雪是毛冬乃乎尸花判也 (설시모동내호시화판야)


[기존해석] 


- 어학적 해독 -

열치매 

나토얀 달이

구룸 조초 떠가는 안디하

새파란 나리여해

기랑(耆郞)애 즈지 이슈라

일로 나리ㅅ 재벽해

낭(郎)애 디니다샤온

마자매 갓할 좇누아져

아으, 잣ㅅ가지 노파

서리 몯누올 화반(花判)이여


[현대어 풀이]   


흐느끼며 바라보매

이슬 밝힌 달이

흰 구름 따라 떠간 언저리에

모래 가른 물가에

기랑의 모습과도 같은 수풀이여.

일오(逸烏)내 자갈 벌에서

낭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좇고 있노라.

아아, 잣나무 가지 높아

눈이라도 덮지 못할 고깔이여.


[시어 풀이]


*찬 기파랑가(讚耆婆郞歌) : 기파랑을 찬양하는 노래

*열치매 : 열어젖히매. 열어젖히며. ´열치매´의 주어를 작자로 보면 목적어는 창문쯤 될 것이고, 주어를

  바람´으로 보면 목적어는 구름이 될 것이다.

*안디하 : 아닌가?(의문형)

*나리여 해 : 내[川]에

*이슈라 : 있도다. 있구나

*일로 : 이로부터. 이제부터

*재벽해 : 조약돌[小石]에

*마자매 갓: 마음의 자취. 여기서는 기파랑의 훌륭한 인품을 뜻함

*잣ㅅ가지 : 잣나무 가지. ´고절(高節)´의 상징

*서리 : 여기서는 시련, 역경 등의 세속적 유혹을 비유함

*몯누올 : ´모르실´의 공손 체

*화반(花判) : 화랑의 우두머리. ´判´이 ´반´으로 읽힘은 음차(音借)임. ´花´는 화랑. ´判´은 존칭의

  뜻인 ´장(長)´ 또는 ´님´의 뜻임


[시구 풀이]


*1행-3행 : (바람이 구름을) 열어젖히매 나타난 달이 흰 구름 쫓아서 떠가는 것 아닌가? ´달´은 모든 사람

들이 우러러보는 존재로, 흔히 ´광명´과 ´염원´을 상징한다. 여기서 달은 서정적 자아가 바라보는 광명의

달이며. 그를 통하여 기파랑의 고결한 자태를 그려 볼 수 있는 그리움이 어려 있는 달이다. ´문사´로서 생략

법, 설의법, 은유법을 구사하여 작자가 달에게 묻는 형식을 취하였다. 여기에서 ´달´은 ´숭앙(崇仰)´을,

´흰 구름´은 기파랑이 따르는 대상을 각각 비유하고 있다.


*4행-5행 : 냇물에 비친 달이 기랑의 모습처럼 아름답구나. 1-3행에서는 천상적인 것으로 읊고, 4-5행에서는

 지상적인 것으로 연관시키고 있다. ´나리´는 기파랑의 인품을 상징한다.


*6행-8행 : 이로부터 냇물의 조약돌에 깃들인 것과 같은 기파랑의 원만한 인품의 한 구석이나마 따르고 싶구

나. 달이 작자에게 답하는 형식을 취한 ´답사´로서, 작자가 기파랑을 사모하는 정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

다. 여기에서 ´냇물´과 ´조약돌´은 기파랑의 청순하고 원만한 인품을, ´마음의 끝´은 기파랑의 훌륭한

인품을 비유한 말이다.


*9행-10행 : 작자의 독백인 ´결사´로서, 신라의 이상적인 남성상인 기파랑의 인격을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

의 정신적 숭고함을 찬양하고 있다. 여기에서 ´아으´는 감탄사, ´잣 가지´는 기파랑의 고매한 인품을,

'서리´는 고난과 역경을 각각 은유하는 말이다. 즉, ´잣 가지´와 ´서리´는 역경에 굴하지 않는 기파랑

곧고 굳은 아픔을 말하기 위한 소재이다.


출전    <삼국유사>권2


[작품개괄] 


-작가    충담사

-갈래    향가

-형식    10구체

-연대    신라 경덕왕

-성격    추모시,서정시,추모가

-출전    <삼국유사>권2

-제재     기파랑의 인격

-주제    기파랑의 고매한 인품을 추모함, 기파랑의인품에 대한 찬양과 그의 뒤를 따르려는 결심

-구성    1. 제1-3행 달에의 비유(기)

                2. 제4-5행 냇물에 비친 달(답사)

                3. 제6-8행 인품의 추모(답사)

                4. 제9-10행 인품의 찬양(결사)

-특징    1.’제망매가’와 함께 표현 기교 및 서정성이 돋보이는 향가의 백미.

                2.’사뇌가’라는 명칭이 붙어 ‘찬기파랑 사뇌가; 라고도 함.

                3.대상과의 문답을 통해 찬양의 효과 극대화.

                4.계절의 변화에 따른 인생의 무상감을 고도의 상징 수법으로 표출함.

-의의    1.제망매가와 함께 표현 기교 및 서정성이 돋보이는 향가의 백미

                2.사뇌가(詞腦歌)라는 명칭이 붙어 ´찬기파랑 사뇌가´라고도 불림

-표현    은유법, 상징법, 문답법


[작품 해제]

 

이 노래는 기파랑이 화랑으로서 평소에 지녔던 인품을 기림에 있어 고고(孤高)한 인격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자연물인 달과의 문답 형식으로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다. 즉, 이 노래는 달과의 문답을 통해 기파랑의 인품을

찬양한 작품으로 이해된다. 하늘의 달마저 기파랑의 뜻을 따르고 있다고 함으로써 기파랑에 대한 찬양이 효과

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중 화자는 기파랑이 지닌 ´마음의 가장자리´만이라도 따르고 싶어

한다. 그가 지향하는 세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라야 할 이상의 세계이다. 그래서 화자는 마지막 구절에서

기파랑을 더할 수 없는 고매한 인격자로서, 서리조차 모르는 높은 잣나무 가지로 형상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찬 기파랑가가 지닌 이러한 고도의 상징적 표현은 향가의 문학성이 매우 높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우리

고려 시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상적인 면이 전혀 없고, 미래 지향적이고 진취적인 기상과 의지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화자는 시름에 잠겨, 신성한 가치가 사라져 가고 세속적인 현실의 논리가 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눈도 덮지 못하는 기파랑의 고결한 인품은 현실에서 찾을 수 없고 수풀만 우거지고 자갈만 가득한, 비속한 정

경이 제시되고 있는 데서 화자가 대상을 그리워하는 근본 취지를 엿볼 수 있다. 이 노래는 10구체 향가가 약간

변형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앞의 5구와 뒤의 3구에서 각기 현실과 이상을 대비시키고, ´아아´로 시작

되는 낙구에서 시상을 고양시켜 흠모의 정을 절실히 표현한 작품으로, 월명사의 ´제망매가´와 함께 향가의

빼어난 서정성을 잘 보여 준다.


[배경 설화]


신라 경덕왕 때의 일이다. 3월 삼짇날 왕이 귀정문 문루에 나와 좌우에 있는 사람더러 이르기를 "누가 길에 나

서서 훌륭하게 차린 중 하나를 데려 올 수 있겠느냐?" 마침 상당한 지위에 있는 한 중이 점잖고 깨끗하게 차리

고 술렁술렁 오는 것을 좌우에 있던 사람이 바라보고 곧 데려왔다. 왕이 말하기를 "내가 훌륭하게 차렸다고 말

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그만 돌려보냈다. 또 한 중이 옷을 기워 입고 벚나무로 만든 통을 지고

남쪽으로부터 오고 있었다. 왕이 기쁘게 대하면서 문루 위로 맞아 들였다. 그 통속을 드려다 보니 차 다리는

제구가 들어 있을 뿐이다. 왕이 묻기를 "그대는 누구인가?" 중이 말하기를 "충담입니다." 또 묻기를 "어디서

오는 길인가?" 중이 말하기를 "소승이 매년 3월 삼짇날과 9월9일 날은 차를 다리어 남산 삼화령에 계신 부처님

께 올립니다. 지금도 차를 올리고 막 돌아오는 길입니다." 왕이 말하기를 "나도 그 차 한 잔을 얻어 마실 연분

이 있겠는가?" 중이 차를 다리어 올리었는데 차 맛이 희한할뿐더러 차중에서 이상한 향기가 무럭무럭 났다. 왕

이 말하기를 "내가 일찍이 듣건대 대사의 기파랑을 찬양한 사뇌가는 그 뜻이 심히 높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가?" 대답하기를 "네, 그렇습니다." 왕이 말하기를 "그러면 나를 위해서 백성을 편안히 살도록 다스리는 노래

를 지으라." 중이 그 당장 임금의 명령에 의해서 노래를 지어 바치었더니 왕이 잘 지었다고 칭찬하고 왕사를

봉하였다. 중은 두 번 절한 다음 그 벼슬을 굳이 사양해서 받지 않았다.


['찬 기파랑가'의 사회성과 역사성]


'찬 기파랑가'는 어떤가? 특정 인물에 대한 찬양과 추모의 시이되 그 저변에 사회성. 역사성이 잠재해 있다는

점에 우리는 특별히 유의코자 한다. 신라사에서 화랑단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새삼 상기한다면 화랑을 기린

래가 단순한 찬양가에 머무를 수 없고 어떤 의미로든 신라 왕조의 역사 및 사회적 변동 양상과 무관치 않음을

깨닫게 된다. 경덕왕이 이를 두고 이를테면 '善(鄕)歌' 라는 표현을 피하면서 굳이 '其意甚高' 라는 의미심장

한 평가를 내렸다고 본다. 또 그런 노래가 이미 궁궐에까지 유입되었을 것이다. 단순한 서정시라면 임금의  처

소에까지 들어가서 그의 뇌리에 남아 있을 리가 없다. '찬 기파랑가'는 개인적인 진술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또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작품의 문면에는 '화랑'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 확실하지 않으나 하나쯤 있을 뿐이

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노래를 사회성과 격리시킨다면 문학과 사회의 상호 관계를 좁게 해석하는 잘못을 범

하게 된다. 설사 기파랑을 간주하지 않고서도 그렇다.  





출처 : 행복가족연사모
글쓴이 : 思岡 안숙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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