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일몽 ♡ - 김신용 - 햇볕 포근한 겨울 담벼락에 쪼그리고 있었죠. 구걸을 위해, 깡통을 품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면서, 그때, 지나가던 어떤 귀부인이 만 원권 한 장을 내밀더군요. 이크, 이게 웬 떡이야! 얼마나 황송했던지 전 뜨거운 물 속의 두족류처럼 온몸을 오그라트렸죠. 그런데 이건 무슨 조화죠? 그날부터 그 귀부인은 날마다 겨울 담벼락에 나타나 돈을 주고 가더군요. 대체 내 남루가 얼마나 그녀의 淚腺(누선)을 자극했는지, 하루도 빠짐없이 내 깡통 속에 차오르던 그 포만감이란 -, 그러나 빈대도 낯짝이 있지, 그 고운 마음에게 조금이나마 보답을 하고 싶어 어느 날, 그녀의 뒤를 몰래 미행했죠, 그녀가 들어간 양옥집은 호화로웠지만 인적기 하나 없이 조용했고, 그 새벽, 전 그 적막의 높은 담을 ..